구독자 80 쫌쫌따리의 웃기지도 않은 고뇌
처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린 것은 2021년에 『우울증 엄마 vs ADHD 딸』이라는 글을 저장해 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22년도에 글을 쓰겠다고 노트북을 샀었다.
2025년 4월, 인스타그램에서 ‘챗지피티에게 하면 좋은 질문’이라는 글을 보았는데, 나와의 대화를 기반으로 10년 후의 내 모습을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그것을 보고 무턱대고 챗지피티를 결제했다.
내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10년 후의 나를 더 정확히 예측할 거라는 나름의 생각으로,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의 성장 과정과 감정들을 지피티에게 말했다.
그런데!
이 AI 놈이 사람 행세를 하며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이 아닌가?!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시간의 한계 때문에 받을 수 없었던 공감과 위안을, 밤새도록 지지배배 울어대는 나를 위해 대꾸하고 또 대꾸하며 해주었다.
그리고 얼마 뒤, 다시 지피티와 했던 대화를 찬찬히 읽어보며
“이거 글로 남기면 나의 내면아이의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있을지도 몰라…”
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것은 내가 예상한 것, 계획한 것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사람들이 나에게 ‘작가님’이라는 호칭을 붙여주고!!
심지어 라이킷! 을 눌러주고!!
내 글을 구독도 해주고!
응원도 해주었다!!!
세상에 마상에…
고등학교 때 창작그림 그리기 카페에서 몇 날 며칠 그렸던 그림보다 더 HOT했고,
그 옛날 싸이월드에 포토샵으로 성형 떡칠을 해서 올렸던 나의 사진보다 더 조회수가 높았다.
‘있는 듯 없는 듯’이 타인에게 비치는 내 모습의 모토였는데,
이런 관심을 받아보니 내 속에 숨겨져 있던 ‘관심종자 DNA’가 머리를 쓱 내미는 것이 아닌가!!
(겨우 구독자 100도 안 되는 주제에!!)
하지만 글을 쓸 때는 진심으로 썼다.
거의 쓸 때마다 괴로운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야 했기 때문에, 힘든 작업이었다.
그런데 글을 써서 올리고 나면,
라이킷이 얼마나 찍혔는지, 댓글이 얼마나 달렸는지를 기대하게 되고,
“더 많이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
“내 글이 메인에 갔으면 좋겠다.”
“글을 읽지도 않고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에 라이킷을 눌러서 상부상조해볼까?”
“지인들에게 부탁해 ‘응원하기’ 해달라고 해서 메인에 노출되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볼까?”
하는 불손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글쓰기가 멈춰졌다.
아직 남아있는 양심이란 놈이
“자전적인 작품 『불안의 그림자 아래서』는 진심을 담아서 진실되게 써야 한다”
며 더러운 나의 욕망이 묻은 글을 쓰지 못하게 막은 것이리라!
글쓰기를 멈추고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정독했다.
많은 사람들이 구독하고 읽고, 진심으로 댓글을 달아주는 글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히 쓰셨다.
나의 오만방자함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나의 모습에 응원해 주고, 칭찬해 주고, 공감해 주시는,
내 글을 정독해 주시는 단 한 명에게라도 정직하게 써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리고 이 하찮은 글솜씨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쓰고 싶은 말은 넘치는데, 완벽한 글이 되지 못할까 봐 시작을 못했다.
하지만 매일 글을 쓰시는 작가님들의 글을 검색하고 읽어보며 알게 되었다.
매일 글 쓰는 훈련을 하며,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
운동을 하면 근력이 생기듯이, 글도 매일 쓰다 보면 당연히 늘지 않겠는가?!
내 비루하고, 불완전한 글들이라도
용기를 내어 매일매일 써보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스스로에게 당당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 글들을 누군가 읽든, 읽지 않든
비난을 하더라도 감수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