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편소설 -
너무 정신없이 숨는 바람에 문은 안에서 열 수 없다는 걸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래도 그는 다시 한번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힘껏 문을 밀어보려 하였다. 여전히 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숨이 조금씩 막혀오는 느낌이었다. 더 이상의 공포를 참지 못하고 손전등으로 불을 밝혔다.
관 속에 숨이 붙어있는 채로 누워있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그는 생매장된 느낌이었다. 행여 불빛이 새어나갈까 봐 어두움 속에 있었는데 끝없이 밀려오는 어둠 속 공포를 참아내기 힘들었다.
냉동고 밖으로 빨리 나가고 싶었다. 누워있는 상태에서 팔을 머리 위로 뻗어 문을 열려고 시도하기보다는 몸을 돌려 엎드린 자세에서 문을 밀어보면 좀 더 힘있게 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가 누웠던 몸을 조심스럽게 한쪽으로 돌려 배를 아래로 깔았다. 그리고 그 순간 손전등의 불빛이 아래로 향하자 그는 그대로 심장이 멎을 듯한 충격을 받고 말았다.
가이드 레일 사이로 바로 밑의 냉동 칸 아래에 시신 한 구가 두 눈을 감은 채로 얌전히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문 좀 열어줘요! 거기 누구 없어요?”
그는 비명을 내지르며 있는 힘껏 문을 밀면서 자신을 꺼내 달라고 소리 질렀다. 차라리 정신이상자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편이 훨씬 나으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다시 몸을 돌려 가이드 레일 위에 등을 대고 누었다. 질끈 감은 눈으로도 자신의 바로 밑에 송장이 아직도 살아 움직이면서 자신을 노려본 채 허공으로 손을 뻗어 자기 목을 조르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의 등 바로 아래에 시체 한 구가 누워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선명하게 시신의 모습이 그의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때 느닷없이 눈이 많이 내렸던 어느 겨울철 목격했던 대형교통사고 현장이 떠올랐다.
그가 대형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했을 때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부상자들의 고통을 호소하는 신음이 들려왔고 그 가운데 눈이 쌓인 차가운 도로 위에 엎드러져 있으면서 미동조차 하지 않는 부상자 한 명이 그의 눈에 띄었었다.
그가 즉사했다고 생각하던 순간에 그의 어깨가 규칙적으로 들썩이는 듯함을 목격했다.
그것은 마치 낚시꾼의 낚싯대에 재수 없게 걸려 뭍으로 올라온 물고기 한 마리가 힘차게 꿈틀대다가 곧이어 산소 부족으로 아가미를 할딱이며 힘겹게 마지막 생명을 이어가는 것처럼 그렇게 경련을 일으키듯이 몸뚱이를 들썩이는 것과 흡사했다. 그 사고 장면과 지금 그의 밑에 누워있는 송장의 모습이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고를 당해 미동조차 하지 않던 그가 마지막 숨을 힘겹게 이어가려는 듯이 경련하며 몸을 들썩이는 모습과 자신의 바로 밑에 있는 송장의 모습이 교차하면서 송장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는 듯 들썩인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이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자기 ‘우웅’ 하며 자신의 발끝에서 팬(fan)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고 냉동고 내부에 찬바람이 서서히 감지되고 있었다.
그동안 냉동고 가동이 안 되다가 이제야 가동이 되는 건지 아니면 가동과 중단이 설정된 시간에 맞추어 자동조절 되는지는 그가 알 수 없었다.
폐병원인 줄로만 알았는데 영안실에 시신이 있다는 건 장례 식장만큼은 운영하는 게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버티다 보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찬기가 서서히 그의 몸 전체를 감싸자 그가 생각했던 희망이 절망으로 변해감을 느꼈다.
점점 그의 체온이 내려가면서 서서히 정신을 잃게 되는 것만 같았다. 그때 냉동고 밖에서 무언가 둔탁한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 정신이상자가 아직도 K 대표를 찾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멀리서 들렸던 둔탁한 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가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입이 열리지 않고 다물어져 떨어질 줄 몰랐다.
극한의 공포와 함께 냉동 온도가 내려가면서 발생하는 추위 속에 서서히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 ‘덜컥’하고 갑자기 냉동고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그의 머리 위로 쑥 하고 들어오는 걸 느꼈다.
그는 그대로 기절을 해버렸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