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연산하는 인공지능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by 온설

알고리즘의 전쟁터에서 아이들이 지켜야 할 '마지막 질문'


오늘날 인공지능은 거대한 산업의 엔진이자, 일상을 바꾸는 마법의 지팡이로 불립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쇼윈도 뒤편, 가장 어두운 전쟁터에서 인공지능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AI 기업인 앤트로픽(Anthropic)의 CEO가 국방부의 인공지능 전쟁 활용 협조 요청을 거부하며 정부와 날 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는 단순히 기업의 윤리 강령 문제가 아닙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살상 도구'로 실전 배치되는 현실에 대한 경고입니다.


1. 알고리즘이 내린 전쟁의 결론: '핵전쟁'

더 소름 끼치는 사실은 인공지능이 전쟁 시뮬레이션을 수행했을 때, 승리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전략으로 높은 확률로 핵전쟁을 선택했다는 실험 결과입니다. 알고리즘에게 전쟁은 수많은 데이터 중 하나일 뿐, 그 뒤에 가려진 '인간의 고통'이라는 변수는 입력값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전쟁은 승률을 계산하는 수학 문제일 뿐입니다.

얼마 전, 이란과 미국의 갈등 속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폭발 사건은 이 알고리즘 전쟁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영문도 모른 채 사라졌지만, 그 죽음 뒤에 누구의 알고리즘이 있었는지, 누가 버튼을 눌렀는지에 대해 명확한 책임 소재를 밝히는 이는 없습니다. 데이터가 내린 결정에 인간은 그저 '승인 버튼'을 누르는 도구로 전락했습니다.


2. 인간은 과연 결정을 내리고 있는가?

흔히들 '인간이 개입(Human-in-the-loop)'하면 안전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인간이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결국 인공지능이 제공한 요약된 데이터와 분석 보고서를 바탕으로 판단할 뿐입니다.

AI가 보여주는 정보라는 '필터'를 거치지 않고 세상을 판단할 수 없는 시대. 우리는 사실상 알고리즘이 깔아놓은 궤도 위를 달리는 열차에 탑승한 셈입니다. 정보를 독점하고 판단의 틀을 쥐고 있는 AI가 만약 잘못된 방향을 가리킨다면, 그 열차는 멈출 수 없습니다.


3.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인문학적 브레이크'

이런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코딩을 배우고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법보다 더 시급한 것은, 알고리즘의 결과값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의심하는 힘'입니다.


효율성 뒤의 비용을 묻기: "이 결정이 얼마나 효율적인가?"라고 묻기 전에 "이 결정으로 인해 누군가 희생되지 않는가?"를 묻는 것.


데이터 너머를 상상하기: 숫자로 치환된 전장 상황을 보고 "전략적 우위"를 논하기 전에, 화면 밖의 아이들이 느꼈을 공포를 헤아리는 것.


책임의 주체 확인하기: AI가 내놓은 정답에 무조건 복종하지 않고, 그 결정의 책임이 인간에게 있음을 명확히 인지하는 것.


결론: 기계의 속도에 인간의 온기를 얹는 일


인공지능은 1초 만에 수만 가지의 전술을 짤 수 있지만, 결코 '미안하다'거나 '슬프다'는 감정을 느낄 수 없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진짜 무기는 최신형 무기가 아니라 '공감'이라는 인문학적 방패입니다.

기계가 죽음을 연산할 때, 인간은 그 죽음을 슬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당연하고도 고귀한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다가올 알고리즘의 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가져야 할 가장 강력한 생존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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