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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dle Oct 14. 2021

취향의 차이. 부산 동래파전

07. 부산 금정산성 막걸리

 마지막 근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생각했다. 이제 자유의 몸이니 어딘가 가야만 한다고. 바다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별다른 이유 없이. 그렇게 그와 부산으로 떠났다. 코로나로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는 어려우니 숙소에 신경을 썼다. 거실에서 광안대교가 보이고, 창을 열면 파도 소리가 들렸다. 걸어서 1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바다가 있었다. 마흔을 넘기면서 바다 안에 있는 것보다는 바다 밖에서 보는 걸 더 즐긴다. 물놀이 후 처리해야 할 소금기와 모래가 이제는 귀찮다. 그냥 바라본다. 매번 달라지는 파도의 높이와 부서지는 모양. 그 앞에서 새된 소리를 지르며 노는 어린아이들을.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곳을 찾아다니거나 숙소 주변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지만, 부산까지 와서 맛집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부산에 오면 즐겨 먹는 음식은 낙곱새와 돼지국밥이다. 부산 어디서든 이 메뉴를 파는 식당들이 보인다. 굳이 유명하다는 맛집을 찾아가지 않아도 웬만하면 맛있다. 부산하면 떠오르는 음식 중 하나로 ‘동래파전’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동래파전 집은 흔하지 않다. 부산은 이미 여러 번 와보았고, 파전과 막걸리의 조합을 사랑하는 우리인데도 그랬다. 생각난 김에 이번 여행에서는 직접 동래로 가서 파전을 먹어보기로 했다.


 동래 파전으로 유명한 식당을 두 곳 찾았다. 두 식당의 분위기는 달랐다. 4대째 내려오고 있다는 한 식당은 고급화 전략을 취했다. 동래파전 가격이 무려 2만 원~4만 원 선이었다. 무슨 파전 가격이 이리도 비쌀까라고 생각했는데 ‘향토문화 전자대전’에 실린 인터뷰를 보니 그럴만하다 싶었다. 시작부터 그 식당은 파전을 메인 고급 요리로 취급했다고 한다. ‘동래파전’은 원래 임금에게 진상하고, 외국 사신에게 대접하던 음식이었다. 파전이 서민 음식이 된 것은 1930년대에 동래의 유명한 요릿집에서 주 요리로 팔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한다. 동래파전은 다른 파전과 달리 ‘찹쌀’을 밀가루와 함께 쓴다. 쇠고기, 조갯살, 굴, 새우 등을 넣고 지지고 고급스러운 맛을 위해 오징어는 쓰지 않는다고 했다.


 동래파전이 술안주가 아닌 고급 요리라고 해도, 몇만 원의 가격은 부담스러워서 우리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의 다른 식당을 찾았다. 그곳은 동래역이 아닌 온천장역에서 더 가까웠다. 부산 동래가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동래 온천은 삼국유사에도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오래된 온천이라고 한다. 동네 이름도 그래서 온천동이다. 거리에는 족욕을 할 수 있는 노천탕이 있었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오래된 온천 호텔들이 여럿 서있었다. 한때는 흥하다가 이제는 쇠락한 동네의 모습이 느껴졌다.


동래파전과 금정산성 막걸리

 금정산 근처에 있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높은 오르막을 올라 식당에 도착했다. 다음번에는 금정산을 오르고, 여기서 파전을 먹은 후 온천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식당에 자리를 잡고 잠시 숨을 고른 후 메뉴판을 찬찬히 살폈다. 어차피 동래파전과 산성막걸리를 주문하겠지만 그래도 궁금하니까.

 

 기다림 끝에 나온 파전의 비주얼은 여느 파전과 비슷했다. 하지만 바삭함을 내세우는 파전들과 달리 동래파전은 조금 눅눅하다. 바삭한 맛은 없지만 부드러웠다. 파전보다는 오꼬노미야끼 같다고 해야 하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맛이다. 그와 나의 의견도 달랐다.


 “난 바삭한 파전이 난 거 같아. 그리고 초고추장보다는 간장이 더 좋아.”

 “이것도 난 나쁘지 않은데? 좀 더 깊은 맛이 있다고 해야 하나.”


 ‘금정산성 막걸리’도 좀 달랐다. 알코올 도수도 8%로 막걸리 치고 높은 편이다. 단맛보다는 걸쭉하고 깊은 맛이 난다. 달달한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역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파전에서는 갈렸지만 우리의 막걸리 취향은 일치했다.


 “오 막걸리는 괜찮은데?”

 “응 달지 않아서 좋다!”


 ‘금정산성 막걸리’는 우리나라 막걸리 중에서 유일하게 향토 민속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일본식 입국이 아닌 전통 누룩을 이용해서 만든다. 막걸리 병에는 500년 전통 유가네 누룩으로 옛날 막걸리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단맛을 위해 아스파탐이 첨가되어 있긴 하나 이는 가격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단맛을 첨가물을 넣지 않고 만든다면 단가가 더 올라간다고 하니) 다른 막걸리보다 시큼털털한 맛이 강하지만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이게 전통의 맛이구나 하며 마시다 보면 그 매력에 빠져든다.


 바삭한 파전과 눅눅한 파전, 달달하고 가벼운 막걸리와 구수하고 묵직한 막걸리. 어떤 것을 선호하든 취향의 차이일 뿐이다. 음식의 맛에 절대적인 평가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까. 음식의 맛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 best 류의 콘텐츠가 차고 넘친다. 순위만큼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없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낮은 순위면 어떤가. 내가 맛있게 먹었으면 그만인 것이다. 나의 선택이 늘 최선일 필요는 없다.


 돌이켜보니 학교를 졸업한 건, 더 이상 순위로 친구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에 좋았었다. 학교는 순위로 사람을 평가한다. 낮은 순위의 사람을 다그치고, 높은 순위의 사람은 그의 인성이나 그 밖의 자질과는 상관없이 높이 평가된다. 성적 순위로 어떻게 사람을 평가할 수 있을까. 재능은 성적 순위로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는 순위로 사람을 평가하고, 우리는 그렇게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잃어갔다.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는 것의 가치. 난 마흔이 되어서야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부산 금정산성 막걸리

제조 : 금정산성토산주

원재료 : 백미, 국(밀누룩), 아스파탐

알코올 : 8%

유통기한 : 20일

특징 : 걸쭉하고 싶은 맛이 난다. 신맛이 조금 강하다. 옛날 막걸리 맛이 궁금하다면 추천! 제조 후 시간이 지날수록 신맛이 더 진해진다고 하니,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 다면 생산된 지 얼마 안 된 막걸리를 골라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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