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로 자아성찰하는 과한 인간
이전글에서 나는 ‘집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지는 순간은 사실 마음이 먼저 신호를 보내는 순간’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커튼을 바꾸고, 조명을 바꾸고, 가구를 옮기고 싶어질 때 우리는 공간이 아니라, 내면의 답답함을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형태로 바꾸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나는 정작 그 신호를 이렇게까지 크게 해석할 줄은 몰랐다. 커튼 하나 바꾸면 될 마음의 변화가, 싱크대를 뜯고 바닥을 걷어내고 벽지를 새로 바르는 데까지 번져버릴 줄이야. 글로는 “공간보다 마음을 들여다보자”라고 말해놓고, 현실의 나는 집을 다 뜯어 들여다보게 된 셈이다. 생각해 보면 꽤 웃긴 일이다. 그 결론이 ‘리모델링’이라니. 내 마음의 신호는 참으로 과격하고도 솔직했다.
이번 이야기는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멀쩡해 보이던 집, 굳이 손대지 않아도 살 수 있었던 공간을 왜 ‘리모델링’이라는 큰 결심으로까지 밀어붙이게 되었는지. 작은 불편 하나에서 시작해, ‘이왕 하는 김에’라는 말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고, 그 과정에서 들었던 시선과 말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공사를 선택했던 마음의 방향까지. 이 이야기는 결국 집을 고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나의 기준이 어디로 옮겨갔는지를 기록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처음엔 아주 사소한 문제였다. 주방 상판이 미세하게 내려앉으면서 절단면이 어긋났고, 나도 모르는 사이 그 틈으로 물이 스며들어 싱크대 하부장을 타고 바닥까지 적시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누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상판만 바꾸면 될 것 같아요.” 그 한마디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그렇다. 이왕 상판을 바꾼다면, 오래된 싱크대 색도 눈에 밟히고, 그러다 보니 수납 구조도 불편해 보이고, 싱크대 구조를 바꾸려면 바닥을 건드려야 하고, 바닥을 바꾸면 벽지가 너무 낡아 보이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살던 집을 화장실과 베란다를 제외한 올리모델링 하기로 결정하고 있었다. 시작은 상판이었는데, 도착지는 집 전체였다.
사람이 큰 결정을 앞두고 가장 많이 쓰는 말 중 하나가 ‘이왕 하는 김에’다. 상판을 바꾸려면 싱크대 상부장을 들어내야 하고, 그럼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동선이 불편했던 자리, 늘 애매했던 수납, 허리를 숙여야만 열리던 서랍들. 그동안 ‘원래 그런가 보다’ 하며 살아왔던 불편들이 갑자기 또렷해진다.
주변에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멀쩡한 집을 왜 뜯어?” “이사하는 것도 아닌데?” “돈 많이 벌었나 봐.” 30평대 집을 두 달 가까이 공사로 비워두는 동안, 그런 말들을 여러 번 들었다. 사실 나 스스로도 가끔은 그 생각을 했다. 정말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 그냥 참고 살면 안 되나? 하지만 그 ‘참고’라는 단어가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집은 참고 버티는 공간이 아니라, 매일 회복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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