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를 설계하는 집
어느 겨울날, 가족들과의 가족 여행 중 눈 덮인 들판을 보았다.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눈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세상을 단정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고. 전날 아이들이 흘려놓은 장난감도, 현관에 어지럽게 벗어둔 신발도, 싱크대에 남겨진 컵도 보이지 않는 집. 생활감은 눈 속에 묻어두고, 고요만 드러나는 집에서. 애써 꾸미지 않아도 되는 공간, 숨을 크게 들이마셔도 아무 소리도 튀어나오지 않는 풍경.
요즘 모든 사람들은 조금씩 소음에 지쳐 있다. 알림 소리, 뉴스, 비교, 일정, 메시지, 끝나지 않는 피드. 집에 돌아와도 머릿속은 조용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집에 더 많은 의미를 얹는다. 쉬는 곳이 아니라 회복하는 곳, 견디는 장소가 아니라 다시 숨 고르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미니멀한 집, 정돈된 공간, 안락한 내 방을 꿈꾸는 이유도 결국은 하나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단 하나쯤은 조용한 곳을 갖고 싶다는 욕망. 눈 덮인 들판 같은 집은 디자인이 아니라 상태다. 소음이 차단된 마음의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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