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을(斷腸) 밟아놓고
단장을(斷腸) 밟아놓고116.8x80.3cm캔버스 위에 오일페인트2023
워메 워메 어짜까 느그들이 먼저 가부렀냐?
쭈구렁텅이 에미가 먼저가야지!
환장하것네 이 팔자씬년!
나같은 어매가 어딧다냐?
여그 죽림에서 대학 다니는 자슥들 나왔다고 나가 오져서 동내 방내 자랑했는디.
뭐났다고 나서갖꼬 죽어불고..
막내놈을 찾으로 가서 큰놈도 한테 죽었다냐?
나가 내 눈으로 봐야 믿을거고 나가 너거들 널에 내손으로 넣어야 쓰것다.
찟어죽여도 시원찮은 웬수들을 보고잡다.
작년에 둘째자슥 잃고 오늘 자슥 두놈을 잃어부렸네.
오살맞은 놈들 느그들은 안 디질 것 같냐?
느그들 눈꾸녕에 눈물이 안들었다냐?
너거들이 우리집안 멀메들 싹 죽여부냐?
시상천지에 한놈도 아니고 두놈을 한뽄에 죽이는 놈들이 어디있다냐?
우돠서 키운 내 자슥들 죽인 짐성들 낮짝이라도 볼란다!
우리 멀메들이 뽈겡이면 그 새끼들 놓은 나가 더 뽈겡인께 날 죽여야지!
나가 길에서 죽어도 널을 끗꼬 갈랑께!
배아파서 난 내새끼들 지다려라와.
다리가 뿌러지고 허리가 끊어져도 갈라마!
워짜까 워짜까 내 새끼들!
나가 먼저 가야하는디.
똑똑하고 잘란 느그들이 먼저갔다냐!
나같은 어매가 시상에 어디있을거나.
1948년10월 봉계동 저수지(대곡제) 밑에서 학살당한 둘째아들(27세)과 1949년 6월 화치리에서 첫째(59세)막내(24세)를 잃은 어머니. 그 어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어머니의 심정. 세상에 이런 어머니가 또 있을까? 둘째 죽었을 때도 첫째와 막내가 죽었을 때도 관을 직접 끌고 가셨다. 사람들에게 그리고 후손들에게 증인이 되어달라고 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어머니의 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