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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Dec 18. 2018

휴학이 끝나갑니다

: 불안함에서 견고함으로

 나는 3학년 1학기를 끝내며 휴학을 결심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나는 늘 학점, 동아리, 대외활동, 취미 등등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늘 일에 치여있었다. 3학년 1학기가 끝난 지점에 나에게는 더는 무언가를 할 힘이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휴학을 결심했다.


 휴학의 큰 목표는 크게 두 가지였다. 바른 생활패턴을 유지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쉬는 것. 그리고 나의 진로를 확실하게 정하는 것. 학기 중에는 술자리, 과제, 일 때문에 식사 시간과 수면시간이 늘 불규칙적이었다. 이 생활패턴을 바로잡고 싶었다. 또, 이렇게 많은 것들을 하지만 방향성이 없는 느낌을 늘 받았다. 방향성이 없다는 것은 결국 내가 하는 일에 ‘왜’가 빠졌다는 것이다. 이 큰 두 가지의 목표를 가지고 나의 휴학 생활은 2018년 7월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막상 휴학하고 나니, 나는 불안감의 연속이었다. 7, 8월에 제주도 한 달 여행을 떠났는데 그 기간 동안 너무 잘 쉬어버린 탓에 1학기에 힘들었던 것은 기억이 미화되고, 휴학하느라 내가 놓친 기회들만 생각났다. 합격했던 기숙사, 2학기에만 열리는 전공필수과목, 반 행사들, 과외 자리 등등. 그러다 보니 휴학하는 시간이 무의미하게만 느껴졌다. 학교에서 친구들은 전공 수업도 듣고, 동아리도 하고, 교환학생을 가며 실질적인 자신의 경력을 쌓아가고 있을 때 나는 그저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존재 같았다. 바른 생활패턴을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던 것도 역시 사람은 한순간에 바뀌는 것이 아닌지, 매일 늦잠을 자고 밥 차리는 것도 귀찮아서 말 그대로 하는 일 없이 지나가는 시간으로 가득했다. 나는 늘 일이 가득했고 늘 바쁘게 살았는데 이제는 달력에 빈 곳 밖에 없으니, 노후에 퇴직하신 분들이 가지는 헛헛함이 이런 느낌일까 생각하며 불안감과 상실감은 더욱 커졌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또다시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대외활동들에 지원하고,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클래스를 찾고,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결국 두 개의 대외활동과 4주차 드로잉 수업을 하게 되었다. 달력에 일정이 차기 시작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하지만 문제는 그 후였다. 내가 간과한 것은 내가 대전에서 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새롭게 시작한 활동들은 모두 서울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나는 매주 서울에 올라가야만 했다. 일을 벌이기 전에는 그저 내가 좀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되겠지 생각했지만, 실제로 이렇게 생각 없이 벌인 일들은 나에게 재정적, 육체적 부담이 되었고, 이렇게 나의 휴학 초기 생활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갔다.


 이대로 갔다가는 복학하고 나서 이 소중한 시간이 후회로 남을 것 같아서 현재의 문제점들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머리에 하고 싶은 것들, 해야 할 것들은 많지만 몸이 자꾸만 나른함을 원했다. 또한 큰 목표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계획 없이 무작정 일을 벌이고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었다.

 학교에 다닐 때와 휴학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내가 모든 것을 계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기본적으로 수업 시간표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외의 시간을 더 알차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휴학하고 나서는 오로지 나 혼자서 스스로 하루를 꾸려가야 한다. 규칙이 없는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는 것을 이때 느낀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해결책으로 체크리스트를 쓰는 것부터 시작했다. 큰 프로젝트(나의 경우, 애드캠퍼스 칼럼멘토단 활동, 아리랑유랑단 칠레 프로젝트,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따기, 진로 찾기 등이 되겠다)를 위해 매일매일 체크리스트에 할 일들을 썼다. 이 프로젝트들과 관련이 없어도 괜찮다. 대신 하루당 큰 프로젝트를 위한 일은 최소 2개씩 넣었다. 설거지하기, 세탁기 돌리기, 강아지 산책하기, 동생 간식해주기 같은 집안일부터 한국사 강의 몇 개 듣기, 운동 몇 분하기, 블로그에 글 2개 올리기 등등 내가 오늘 안에 할 수 있는 일들을 적었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이루다 보면 이것들이 모였을 때 어떠한 결과를 나에게 가져올지, 꾸준함의 힘을 한번 믿어본 것이다. 또한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시간대가 정해진 활동이 필요할 것 같아서 아르바이트도 병행했다. 그렇게 나의 생활 리듬은 만들어지고 있었다.

사소한 것부터 시간을 잡고 해야되는 것까지 다양하게 적었다. 모든 것을 해내지 않아도 된다. 적는 것만으로도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또 휴학하면서 내가 가장 큰 목표로 두었던 진로 찾기를 위해 시작한 것은 기록하기였다. 내가 활용했던 것은 메모, 블로그, 일기다. 진로를 찾는다는 것은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찾는 것이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알기 위해서는 ‘나’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떠오를 때마다 핸드폰의 메모장을 열었다. 먹을 것, 영화, 사람, 책, 궁금증 등등 생각나는 대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을 순간순간 적었다. 이런 것들이 점차 쌓이다 보니 이제 내 메모장에는 나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내 안이 채워져 가는 느낌이다.

 블로그에는 일상의 사진들, 그때 느꼈던 감정, 상황들을 올렸다. 어찌 보면 블로그의 게시물은 나만의 콘텐츠다. 그렇기에 무의식적으로 정리하고 세분화하려는 본능이 나오고, 내가 보낸 시간을 혼자서 정리하고, 작은 것부터 풀어내다 보니 내가 무엇에 관심 있는지 스스로 알게 된다. 그리고 미처 타인들에게 드러내지 못하는 나의 속 얘기들은 일기에 적으며 또다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럼으로써 나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되었고, 내면의 자아가 견고해졌다.   


 초기의 불안감과는 다르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되어서 현재는 만족스러운 휴학 생활을 보내고 있다. 늦잠을 자는 것도 학교 다니면서는 누릴 수 없는 기쁨이기에 그 순간을 더 만끽하고, 종일 책을 읽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더 보내면서 휴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를 챙기고 있다. 나의 방향성에 대한 확신도 생겼으니 휴학 계획을 거의 달성한 셈이다.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할 때 행복한지, 온전히 나에게 집중했기에 알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제 나에게는 2달 정도의 휴학 생활이 남았다. 나의 방향성을 정했으니 남은 기간 동안에는 ‘왜’ 이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를 계획해두었던 여행도 가고 복학하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고민해보려고 한다.

 만약 휴학을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면, 내가 하라 하지 마라 식으로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각자마다 휴학의 목적도 다를 것이고, 휴학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기에 그저 소중한 시간을 잘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조금의 걱정이 있다면 그저 바쁜 삶에서 도망치기 위해 휴학을 하는 것은 나처럼 초기에 불안감과 상실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의 휴학 생활이 정답은 아니지만, 휴학을 하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 내가 놓치게 되는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보길 바란다. 사실 도망치기 위해 쉬고 싶은 마음은 방학 동안에 충분히 쉬는 것으로도 회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휴학을 하게 된다면 휴학 기간 동안 모두가 마음과 몸을 채우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보냈으면 좋겠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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