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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책불혹 Jul 09. 2023

우리의 월급이 적은 '진짜' 이유

An outlook on the world

생애 단 1억 도 모아보지 못한 젊은 세대가 느끼기엔 가파르게 오르는 서울의 집 값은 아련한 절망에 가까웠을 것이다. 물론통장에 4대 보험료를 제외하면 200만 원 내외를 받는 그들에게는 애초에 딴 세상 이야기기도 하다. 별스타그램은 그런 그들의 마음에 마약과 같은 광고와 껍데기뿐인 타인의 하이라이트 장면들을 보여주며 소비에 박차를 가한다. 어차피 힘든 세상 남들도 다 그렇구나 하면 조금은 나은 기분이 들어서, 혹은 같은 것을 가지고 나면 그들과 동화되는 느낌이 들어서, 밑 빠진 독 같은 마음에 필요를 소비한다. 


사람들은 대게 필수와 필요를 잘 구분하지 않는다. 필수 요소를 선별적으로 판단하여 계획 속에서 소비를 하기보다 필요를 채우는데 급여를 사용한다. 더 최악인 것은 급여를 받고 그 안에서만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닌 소비가 먼저 되고 그것을 급여로 채우느라 돈을 모을 수가 없는 악순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카드 돌려 막기'가 그 예겠다. 그나마도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거나 부모님께 원조를 받으며 거주비용과 기타 공과금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상황이 나은 편이고 그와 다르게 독립해 살아가는 사람들은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이제는 직장이 선택이 아니라 인공호흡기와 같은 역할이라는 걸 더 절실히 깨닫게 되니 그때부터는 주객이 전도되어 일에 대한 가치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의 필요도 채우지 못하는 하찮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나도 한 때는 이 '카드 돌려 막기'에 인생을 저당잡혔던 적이 있다.


하지만 상황이 이럼에도 소위 MZ세대라고 말하는 젊은 층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은 소비를 담당하고 있다. 그만큼 충동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하다. 자신들이 돈을 모으지 못하는 이유를 과소비에서 찾지 않고 많이 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착각한다. 소비패턴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더 많은 돈을 벌어 들인다고 해도 삶이 크게 달라질 수 없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자신이 버는 돈이 현재의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서 비롯된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통계일 것이다. 자신 하나만을 놓고서도 어려워하니 누군가와 함께 그리고 자녀들까지 감당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겠다. 물론 그전에 하나 더 놓친 것이 있다. 지금 우리가 벌어들이는 급여는 단순히 현재의 나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결혼이나 출산을 차치하고 나 혼자만의 문제로 놓고 봐도 하나가 빠졌다. 그것은 바로 '미래의 나'이다.

생애주기


하루 24시간. 보통 직장인들은 그중 3분의 1은 잠을 자는 시간으로, 그중에 3분의 1은 일터에서 보내며 나머지 시간으로 먹고 마시고 운동하고 취미를 가지고 살아간다. 사람에 따라서는 일하는 시간이 더 많기도 하고 잠을 더 자기도 하며 반대로 적게 일하고 적게 자는 사람들도 있다. 그 말은 즉 우리의 삶을 100세로 가정한다고 해도 30년쯤은 잠을 자는 것으로 또 30년쯤은 일하는 것으로 가져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우리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은 그보다는 적다. 성인이 된 시점부터 정년퇴직을 하는 약 30~40년의 시간 동안만 일을 하기 때문에 정작 일에 쏟는 시간은 약 12~15년 정도가 된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야 부모님의 도움으로 살아왔다고 한다면 성인이 되서부터 죽는 순간까지 돈을 벌어 들이는 15년가량의 시간으로 나머지 삶의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한다. 깨어있는 사람들이 괜히 노후 자금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처음으로 돌아와서 우리가 지금 벌어들이는 급여는 결국 현재의 나뿐 아닌 미래의 내가 함께 써야 하는 재화인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우리가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알려주는 현실이다.

한 간에는 폐지를 줍는 노인이나 자녀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독거노인들을 보면서 심심한 위로를 하거나 직접적인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게 자신의 미래일 수도 있다는 체감은 좀처럼 하지 못한다. 부모님 세대보다 자신들이 더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본인들의 다음 세대는 더 그렇게 느낄 텐데 그럼 본인들처럼 그나마 도움의 손길을 건네던 이들의 수는 더 적을 것이다. 출산율로 인한 부재도 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텐 가?


우리의 월급이 적은 진짜 이유는 낮은 급여수준에 있지 않다. 소비 습관이 잡히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높은 급여를 준다고 해도 결과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이웃집 백만장자>에서는 미국의 백만장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평균을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소비 습관 등을 이야기한다. 여기에 부자들은 대게 검소하였고, 명품이나 억대의 차를 소유하지 않았다. 

돈을 많이 버는 방법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겠다. 거기에 버는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알아야 우리가 생각하는 부자로 사는 길에 접어들 수 있다. 지금 당장이 잡히지도 않을 것에 욕심을 갖고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기 보단 지금 내가 가진 것으로 벌고 있는 것으로 부자가 되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

우리의 월급이 적은 '진짜'이유를 알게 되었다면 말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처럼 계획적이지 못한 소비는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만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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