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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ronde Mar 29. 2022

제갈량의 북벌 (6) - 제갈량 VS 사마의

위나라의 남하와 4차 북벌

위나라 승상, 사마의



위나라의 남하



  무도와 음평군을 빼앗긴 시점에 제갈량도 위나라가 이대로 있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촉나라 입장에서는 농서-옹주 지방으로 가는 루트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이와 동시에 제갈량은 한중 지방의 방어 확보를 위해 한중 주변에 오는 길목에 한성과 낙성을 축조한다.

  위나라는 대규모 병력 동원이 가능했다. 총사령관 조진을 중심으로 네 방면에서 촉으로 향했다. 위 입장에서도 오나라 방어 병력을 제외한 주력군을 전부 투입했다. 제갈량은 촉의 위기임을 직감했다. 후방에 대기 중이었던 이엄의 대규모 군대까지 전방으로 끌고 와 대비하기 시작했다.

 

  기록에 따라 경로가 상이하지만 추정되는 위군의 편제는 다음과 같다.



대사마 조진 : 야곡 방면

대장군 사마의 : 서성 방면

거기 장군 장합 : 자오곡 방면

상규 태수 곽회 : 기산 방면



  본대는 대사마 조진이 이끄는 중앙군이었다. 조진의 군대는 야곡을 통해 곧장 한중으로 향한다. 그리고 사마의는 서성 방면에서 형주 군을 이끌고 장합과 성고에서 만나기로 했다. 문제는 서성에서 한중으로 넘어가는 길이 매우 험했기에 직접 길을 만들면서 천천히 이동했다. 230년 8월 위나라의 대군은 잔도를 통해 촉으로 향하고 있었다. 위나라 군대가 진령산맥을 넘기 시작했다.   




  풍전등화의 촉나라. 하지만 하늘은 촉의 편이었다.


  9월에 들어오자 진령산맥 부근에 엄청난 비가 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시작된 폭우는 무려 한 달 내내 지속되었다. 대부분의 잔도가 파괴되고 병사들의 사기는 떨어져 갔다. 대부분의 길을 잔도에 의존해야 하는 야곡과 자오곡은 사실상 이동 불가였다. 서성에서 출발한 사마의의 군대는 장합과 성고에서 합류해야 하지만 단독 행동은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이미 촉나라의 주력 부대인 이엄의 군대가 성고에서 대기 중이었다.

  다만 상규에서 남하하는 곽회의 군대는 폭우로 피해를 입긴 했지만, 잔도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기산 루트라서 군대를 물릴 필요까진 없었다. 결국 곽회는 양계 부근에 도달했고, 촉에서는 곽회를 막기 위해 위연과 오의가 출정한다.


  결과는 위연의 완승이었다.


  촉의 용장 위연은 곽회의 군대를 상대로 앙계에서 대승을 거둔다. 위나라의 촉 침공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다. 촉의 방어 성공으로 촉 내부의 여론이 뒤집히게 된다. 연이은 북벌 실패로 제갈량에 대한 평가가 좋지 못했다. 촉 입장에서는 북벌을 할 때마다 상당한 손실이 생긴다. 위의 침공으로 제갈량은 여론을 반전시킨다. 국가적 위협을 없애기 위해 북벌이 필요하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동시에 위나라의 피로가 쌓여있는 지금이 북벌의 적기였다. 심지어 위나라 최고 사령관인 대사마 조진 마저 건강 악화로 전장에서 물러나게 된다. 


  사마의가 대사마에 오르면서 위나라 최고 군권의 위치에 오르게 된다. 드디어 촉나라 승상 제갈량과 위나라 대사마 사마의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조진 ( 출처 : KOEI - 삼국지 시리즈 )


4차 북벌의 시작



  조진의 사망으로 기회를 잡은 제갈량은 곧장 북벌을 준비했다. 231년 제갈량의 네 번째 북벌이 시작된다. 이번에도 제갈량의 선택은 기산이었다. 촉은 3차 북벌을 통해 무도와 음평을 지배했고, 양계에서 위연이 곽회 군을 대파했기에 기산 주변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한 상황이었다. 선비족 수령인 가비능과의 좋은 관계도 활용했다. 선비족은 관중 지방 북방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장안의 본대가 쉽게 옹주로 넘어오지 못하게 견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제갈량은 가비능에게 연락해 위 공략에 호응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가비능은 선비족을 이끌고 관중의 북쪽을 공략한다. 동시에 자신은 위연과 함께 기산을 점령한다.


  기산에 이른 제갈량은 북서쪽의 천수와 북동쪽의 상규 두 방향 중 한 군데를 선택해야 했다. 1차 북벌 때 천수를 공략한 제갈량은 이번에 상규를 공략했다. 상규에는 위나라 장수 곽회가 버티고 있었다. 기산에서 상규로 향하는 길목에는 거대한 보리밭이 존재했다. 위나라 대신들은 보리밭이 촉나라 손에 넘어가 군량을 수급할 것이라 걱정해 보리밭을 전부 베어야 한다고 간언 했다. 하지만 황제 조예는 듣지 않고, 곽회에게 해당 지역 방어를 강화하라고 일렀다.

  촉군은 기산을 왕평에게 맡기고 직접 상규로 올라간다. 그리고 군량 확보를 목적으로 상규의 보리밭으로 위연을 보낸다. 곽회 역시 사마의의 명령에 따라 촉군을 막기 위해 보리밭으로 출격했다. 위연의 군대가 보리를 수확하고 있는 도중에 곽회의 군사가 도착했다. 양군은 갑작스러운 대치에 당황했지만, 이내 전열을 가다듬고 전투를 시작했다. 양군은 전투를 시작했고 다시 한번 위연의 곽회의 군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게 된다.



제갈량과 사마의 ( 출처 : KOEI - 삼국지 시리즈 )



제갈량 VS 사마의



  곽회가 위연에게 크게 패배하자 위나라 군대는 상규로 다시 병력을 집중한다. 사마의는 전면전은 위험하다고 판단해 상규에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장기전으로 전환한다.


 제갈량 역시 상규에 도착하여 사마의의 군대와 대치한다. 드디어 중국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 제갈량과 사마의가 전장에서 만났다.


  촉과 위를 대표하는 자존심 강한 두 천재가 만났다. 둘은 매우 신중했다. 사마의 입장에서는 공격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위나라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방어를 강화했다. 사마의가 생각하길 촉나라의 군대가 한중으로부터 먼길을 와서 지쳤다. 게다가 촉은 전면전에서 매우 강하고 230년경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던 위연이라는 육각형 스트라이커를 보유하고 있었다. 굳이 잘 나가는 스트라이커를 건드릴 필요는 없다.

  그리고 말 그대로 북벌이다. 제갈량의 목표는 상규-진창-장안 정벌이지만, 사마의의 목표는 수비다. 가만히 있으면 공격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다급해질 수밖에 없다. 길목을 잘 막고 버티면 아쉬운 쪽에서 공격을 하게 된다.

  문제는 제갈량 역시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어디를 공격하던 사마의의 수비가 견고했다. 상대적으로 소수의 병력을 가진 촉나라는 공격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촉의 장점은 전쟁 베테랑은 위연과 오의를 통한 전면전이다. 농성전으로 돌입하면 촉이 당연히 불리했다.


  그나마 촉이 장기전을 버틸 힘을 제공해 준 것은 목우와 유마였다. 제갈량은 4차 북벌을 앞두고 목우와 유마를 개발했다. 목우와 유마는 산악 지형에서도 쉽게 군량을 동원할 수 있게 설계된 식량 운송 도구였다. 제갈량은 넓은 옹주 지역을 공략하는 데 장기전이 될 것을 직감하고 군량 운용에 신경 썼다.


  양군은 대치한 채 하염없이 시간이 흐른다. 제갈량과 사마의 모두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병력을 운용했다. 상규에서 너무 오랜 시간 대치하다 보니 어느덧 장마철이 찾아왔다. 제갈량은 촉나라 진영이 위에 비해 저지대에 위치해 비가 오게 되었을 때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제갈량은 기산 방면으로 조금씩 후퇴하며 촉에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마의는 제갈량이 물러나면 그에 맞춰 조금씩만 전진할 뿐 계속 전면전을 피하며 전진했다. 제갈량과 사마의는 마치 바둑을 두는 것처럼 기산 방면에서 수 싸움만 계속 진행할 뿐이었다.


기산 위치


  제갈량과 사마의는 서로에게 가장 유리한 판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둘의 생각에 납득한 것은 분명 아니었다.

  대촉방면 위나라 지휘관 2인자라 할 수 있는 거기 장군 장합이 사마의에게 간언 한다.




“촉나라 병사들은 본국으로부터 먼길을 달려와 오랜 시간 쉬지 못해 지친 상황입니다. 그리하여 대사마님께서 장기전을 택해 그들이 스스로 물러나게 함은 옳은 판단이기는 하나, 이런 행동을 지속하게 된다면 우리 병사들은 자신들이 촉보다 약해 전쟁하지 않는다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농서 지방의 백성들 역시 우리 군대가 촉보다 약해 훗날 촉나라 측에 동조할 가능성 또한 존재합니다. 촉은 지금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니 저희가 기습 병력을 만들어 저들의 배후를 공격할 것처럼 속인 후, 스스로 물러나게 해야 합니다.”




  사마의 입장에서는 장합의 전략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이기는 전투에서 왜 굳이 이 상황에 변화를 줘 적에게 기회를 제공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사마의의 전략은 시간은 걸리지만 승리 확률이 100%다. 반면 장합의 의견을 채택하면 시간은 단축할지 모르지만 승리 확률은 80%로 낮아진다. 그런 상황에서 80%를 선택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장합은 전쟁 베테랑이었다. 사마의는 전술적인 측면에서만 판단했다면, 장합은 좀 더 전투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것이다. 지금 위나라의 병사들은 자신들이 강함에도 전쟁을 하지 않는 지휘관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장합의 부장이었던 가허와 위평은 장합에게 대사마님이 마치 촉나라를 호랑이 보듯이 한다며 불만을 표출한 상태였다. 하지만 장합의 의견은 끝내 거절당하고 사마의는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


군사를 지휘하는 제갈량


  그사이 시간이 지체되면서 양군의 군량이 점차 떨어진다. 위나라는 손실도 전혀 발생 안 하면서 자신들의 목적인 북벌 방어가 달성되는 것이다. 사마의의 목적이 거의 끝나갈 때쯤 문제가 생겼다. 장합이 경고했던 바로 그 부분이다.


  위나라에서도 기산은 멀다. 상규나 천수에서 보급을 받아야 하지만 앞서 위연이 보리밭에서 군량을 1차적으로 빼앗았기 때문에 넉넉한 상황은 절대 아니었다. 군량이 떨어지자 진작에 전쟁을 하지 않은 사마의에게 군사들의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한다. 그제야 사마의는 자신이 놓친 부분이 군사 운용에 있어 상당히 큰 부분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사마의는 장합이 이전에 말한 계책대로 양동 작전을 실시한다. 사마의의 대군이 기산을 정면으로 공략하고 장합은 촉의 배후를 공략하게 된다. 사마의의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제갈량은 위나라가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양의와 강유는 사마의가 대군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갈량의 생각은 달랐다. 정공법을 좋아하지 않는 사마의의 본대는 촉군을 공격하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결국 배후로 돌아들어 오는 장합의 군대를 막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제갈량의 생각은 정확했다. 제갈량은 위연에게 3천 명의 군대로 장합의 측면 공격을 막게 한다. 위연은 장합 군대를 상대로 대승한다. 완전히 촉에 유린당한 장합의 군대는 일부 수장들과 간신히 살아서 본진에 돌아온다. 사마의는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제갈량의 전략적 판단이 옳았다. 촉의 승리였다.




P.S.

최대한 정사 삼국지를 기반해 작성했으나 서기 200년대의 자료가 희박해 작가의 해석과 '삼국지연의'의 스토리를 포함되었습니다.

당대 인물들에 대한 이미지 자료가 희박하여 '코에이(KOEI)'사에서 개발한 '게임 삼국지' 시리즈의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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