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결혼기념일입니다.
컴컴한 밤 집으로 가는 길까지 별가루를 뿌린 번쩍이는 융단이 깔려 있을 것만 같다.
세상 모든 꽃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내가 가는 길에는 꽃향기만 가득할 것 같고
아침마다 눈부신 햇살을 맞으며 일어나 신선한 오렌지 주스를 마실 것만 같았다.
이제 막, 사랑의 종착지인 신혼일 때는 말이다.
영화 속 해피앤딩이 늘 짧게 끝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현실은
강아지 똥은 누가 치울 것인지,
아이를 혼내는 악역은 누가 할 것인지,
아파트 대출금은 어디로 갈아탈 것인지,
장은 보는데 왜 먹을 것은 딱히 없는지,
회사를 관두고는 어떻게 먹고살 것인지,
고민, 선택, 갈등, 결정, 번복, 주장, 단절, 다시 고민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혹시 모르지.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이가 있을 수도 있지.
그러나 난 모르지.
그런 삶을 사는 이를.
결혼 18년. 내일이면 19년의 첫날이 된다.
혼자였다가, 둘이 되었고, 셋이 되었고, 넷이 되었다.
18년 전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 역시 18년 뒤의 내가 어떨지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셋이 되어도, 둘이 되어도, 하나가 되어도
그는 내 편일 것이라는 확신이다.
그 사실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큰 위로이고 격려이며 감사다.
물론, 내 편이 내 편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수많은 순간이 있었지만
내가 흔들리는 시간에도
그가 흔들린 적은 없었기에.
(들키지 않은 거라면, 계속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저 하늘의 달을 따주마'라고 고백하는 이보다
매주 화장실 청소를 박박 해주는 그가 훨씬 사랑스럽다.
이 흰 여백을 빌어서 고마움을 전해본다.
화장실 청소하는 당신, 당신이 참 좋아!!!
p.s. 그래도 꽃 한 송이는 보내주길. 절대 딱 한송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