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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델리 Apr 24. 2023

1화. 단짠단짠 운명적인 만남

넌 누구냐? 게임을 시작하지.




우리는 지금부터 한집에 사는 두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때는 한낮에도 어스름한 꽃샘추위가 스며있는 23해의 2달 중순. 고백하자면 두 인간, 여성들이 주인공이지만 읽는 이의 즐거운 상상을 위해 그들을 닮은 동물들로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의 사랑스러운 주연 1, 쿼카에 대하여 알려주겠다. 마치 웃는 듯한 귀여운 외모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으로 이미 인터넷 대스타로 알려진 쿼카다. 따뜻한 오스트레일리아 서남부의 로트네스트섬에 사는 쿼카처럼 우리의 ‘쿼카’는 다정하고 친절하며 모든 사람, 즉 전 인류가 서로를 사랑하며 행복하길 바라는 쿼카의 탈을 쓴 천사이다. 쿼카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며, 사람에게 베풀고 그 가치가 서로에게 진정 도움이 될 때 삶의 보람을 느끼는 본투비 사회적 동물이다. 필자는 이렇게 착한 사람을 인생 처음 만났다. 착하다는 수식어는 쿼카의 소중함을 다 표현할 수 없다.


쿼카의 다정한 마음의 너비와 깊이 만큼이나 사람을 믿고 진심으로 위하며 살았지만, 착한 사람만 만날 수 없는 세상이기에 그만큼 쿼카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 경력도 화려하다. 멸종 위기 등급이 ‘취약’(Vulnerable, VU)한 동물답게(?) 필자는 나의 쿼카 같은 사람이 한 마리라도 이 각박한 세상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켜주고 싶다. 호주에서 쿼카가 웃으며 다가오는 벌금이나 걸어 다니는 벌금 덩어리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것은 지속적인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기에. 쿼카를 알고 아끼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쿼카에게 못되게 굴거나 쿼카를 힘들게 하는 비열한 무리는 악으로 정의함이 마땅함에 모두 동의한다. 현대 불신과 회의의 세상에 빛과 소금까지는 못 되어도 조금만 쿼카처럼 타인을 위해 배려하고 친절하고 다정할 수 있다면 지구멸망을 충분히 늦출 수 있는 원동력이 되리라 낙관해본다.


두구 두구 두구- 남은 한 마리, 필자의 정체를 밝힐 시간이 됐다. 나는 차가운 남극의 아델리펭귄. 마음 깊이 사랑하는 아델리펭귄(실제 동물)의 오해를 먼저 풀고자 한다.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지만 아델리펭귄은 소수 범죄 펭귄들의 기행과 밈으로 인해 악마의 펭귄, 남극의 일진, 갱 등등으로 악명이 높다. 아델리펭귄은 호기심에 더해 개체의 개성이 강한 자기주장 강하고 다소 엉뚱한 펭귄일 뿐이다. 자연계에 가장 회생 불가한 민폐를 끼치는 악마의 짐승은 어디까지나 인간뿐이다. 물론 아델리펭귄이 작고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사백안 같은 눈과 지랄 맞은 성격을 가진 개체들이 많음은 인정하는 바이다. 앞으로도 필자는 아델리펭귄의 단점조차도 본인을 닮은 매력 포인트로 강매할 것임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나가는 문은 없다.


지느러미 모양의 날개로 타자를 치고 있는 두 번째 주인공은, 햇살 같은 쿼카와 정반대의 대척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인간 블리자드였다. 지금은 다정하고 따사로운 쿼카와 함께 부대끼고 살면서 많이 누그러지고 결여되다 못해 결핍상태였던 공감 회로의 심지가 지펴지긴 했지만, 여전히 인류를 시니컬하게 꼬나보는 펭귄이다. 쿼카의 첨언으론 꽤 나아졌다고 한다. 성과 평가를 받으며 철저한 회사원으로 근 십 년을 일해온 아델리는 이성적이고 현실 계획적이며 규범규제를 중시하고 자신의 이득에 관하여는 철저하다. 인간관계도 자기가 좋으면 함께하고 맘에 들지 않는 점이 있으면 굳이 말하지 않고 떠나보냈다. 아델리는 평생을 거대한 남극 콜로니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인연을 거치며 성장해왔고, 바다는 넓고 만날 펭귄은 많아서 딱히 누군가를 소중히 여길만한 기회도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라고 쿼카를 만나기 전까진 자기만의 머릿속 빙산에 갇혀 살았다. 아델리의 펭생에 지구온난화처럼 불가피한 직사광선도 내리쬘 수 있는 법인지, 두 해를 부대끼며 함께 살게 된 쿼카의 존재는 그야말로 봄날의 햇살 같았다.


이리 다른 둘은 만나게 된 경위도 예사롭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만나게 되었지만, 첫 문장부터 쟁쟁한 서로를 알아보았다. 근거리에서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만나기 전에 별스타 쪽지처럼 채팅형식으로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아델리는 일하느라 바빠서 정말로 오프 모임을 만들기보단 취향이 같은 사람을 사귀면 온라인 친구만을 늘리는 편이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정말 누군가를 만나서 수다를 떨고 싶었다. 게시글만 클릭하던 아델리가 처음으로 게시글을 올렸다. 흐릿하게 기억나는 제목은 이러했다.


쿼카와 아델리, 처음 만난 그들은 서로를 바로 알아보았다. 이 녀석, 재밌는 사람이군.


[ 남극에서 가볍게 차 마시며 이야기 나눌 친구 하실 분 ! ]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하는 쿼카는 당시 경험하고 있는 상황들에 치여 힘들었던 터라, 정상적인 사고를 지니고 일반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다고 한다. 가엾게도 쿼카는 업무 외적으로 생각이나 감정을 허심탄회하게 공유할 수 있는 관계가 일절 없었다고 한다... 정말 일절. 어찌보면 둘다 취미공유 커뮤니티의 목적엔 부합하지 않는 딴짓을 하던 차였다고 볼 수 있겠다. 중요한 건 채팅으로 느낀 둘의 감상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게시글을 올렸던 아델리에게 쿼카는 장문의 편지로 채팅의 서두를 열었던 것이다! 주주총회에서 해도 손색없을 정중한 인사말과 더불어 질문을 할 여지가 없는 깔끔한 자기소개서가 왔다. 만나면 뭔진 몰라도(?) 즐겁고 유익한 인생이야기를 할 법한 내용들이 서신이라 할 만한 길이로 구구절절 나열되어 있었다. 다리를 꼬고 회사 의자에 눕듯이 늘어져있던 아델리가 절로 자세를 바르게 하고 정독하게 할 법 했다. 기다리던 거래사 이메일보다 더  격식있는 말투에 아델리는 먼저 놀랐고, 다음은 너무 재밌어서 이 사람 뭐야~하고 웃음이 터지고 흥미가 일었다. 세상에나. 이 시대에 이런 조선시대 상소문같은 쪽지라니! 이 자는 필시 재미있는 자임에 틀림없음이렸다.


둘은 온라인 채팅부터 기다렸단 듯이 수다를 떨었고 밤새 놀기도 했으며 만나기 전부터 전화도 꽤 하고, 쿼카가 조금 일찍 끝나는 수요일 저녁에 남극에서의 첫 만남을 가졌다. 긴장한 내향형 쿼카 대신 아델리는 자기가 먹고 싶었던 남극 대표 메뉴인 감바스 새우를 서른 마리쯤 혼자 냠냠 먹고 밤늦게까지 모히또로 목을 축여가며 두 동물은 실컷 수다를 떨고 놀았다. 그 뒤로도 둘은 하루가 멀다하고 종종 만나 노는 짱친의 레벨을 빠르게 달성하곤, 한달이 조금 안되는 시기만에 같이 살게 되는 쾌거를 이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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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봇짐을 매고 나타난 아델리! 쿼카 둥지 입성!

To be continue ▶






*1화~4화는 독립서점 '독서관'의 요일작가 뉴스레터 프로젝트 기고글임을 밝힙니다^-^

본격적으로 쿼카델리하우스르 들어가기 전에 프롤로그 4화로 여유롭게 집구경을 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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