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영화
영화 감상 및 분석
1. 이야기 구조
<전반>
1944년 스페인, 강압 정부인 파시즘 정부와 자유를 원하는 시민군이 게릴라전을 벌이는 시대, ‘오필리아’는 만삭의 엄마 ‘카르멘’과 함께 정부군 새아버지 ‘비달’ 대위가 있는 숲 속 기지로 거처를 옮깁니다. 어느 날, 오필리아는 숲 속에서 숨겨진 미로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괴한 모습의 요정 ‘판’과 만나게 됩니다. 오필리아를 반갑게 맞이한 판은, 그녀가 사실 지하 왕국의 공주 ‘모안나’라는 사실을 밝히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먼 옛날, 거짓과 고통이 없는 지하 왕국에는 인간 세상을 동경하는 모안나 공주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공주는 시중들을 따돌리고 지상으로 도망치게 됩니다. 그러나, 지상으로 나오자 그녀가 동경하던 따스한 햇살은 너무나 강렬했고, 그 빛에 눈이 먼 공주는 모든 기억을 잊어버립니다. 공주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지 못한 채 추위와 질병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하지만, 왕은 믿고 있었습니다. 다른 몸을 빌어서라도, 공주의 영혼은 언젠가 다시 지하 왕국으로 돌아올 것을요. 그렇게 왕은 죽는 날까지 공주를 기다리고 있다는 슬픈 이야기는 오필리아가 잊고 있던, 자신의 이야기 였습니다.
판은 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세 가지 시험을 통과하면 지하 왕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필리아는 무서운 현실 속에서 인간 세계를 떠나, 자신의 고향인 지하 왕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며 판의 시험에 응합니다. 오필리아의 대답을 들은 판은, 미래를 볼 수 있는 “선택의 책”을 건네는 것으로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중반>
첫 번째 시험(용기): 숲을 해치는 괴물 두꺼비의 입속에 마법 돌 3개를 넣고 황금 열쇠를 가져와야 한다.
나무 안쪽에 사는 괴물 두꺼비에게 다달으는 길은 매우 어둡고, 진흙 범벅이며 커다란 벌레들이 돌아다닙니다. 오필리아는 이런 두려운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두꺼비를 죽이고 황금열쇠를 획득합니다.
임무는 성공했지만, 예쁜 드레스를 진흙으로 더럽힌 혀 화가 난 엄마는 벌로 오필리아를 굶깁니다.
두 번째 시험(인내): 진수성찬의 유혹을 이기고, 흉측한 괴물에게서 나이프를 몰래 가져오는 것이다.
엄마가 하혈을 하는 등 건강 상태가 극도로 나빠져, 오필리아는 이 때문에 두 번째 임무를 제때 수행하지 못하게 됩니다. 판은 맨드레이크 뿌리를 주곤, 이 뿌리를 엄마의 침대 밑에 놓으면 다시 건강을 되찾을 거라 말하며, 두 번째 임무 수행을 재촉합니다. 오필리아는 임무대로 나이프를 가져오지만, 앞에 차려진 진수성찬을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판이 절대 먹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필리아는 배고픔에 포도알 몇 개를 먹고 맙니다. 음식을 먹자, 괴물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괴물에게서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하지만, 오필리아를 지키기 위해 요정이 희생당합니다.
오필리아가 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알게 된 판은 화를 내며 약속을 어겼으니 왕궁에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곤, 그저 지상에서 살다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라 말한 뒤 사라집니다. 엄마의 건강은 회복되고 있지만, 비달 대위는 어느 날 엄마의 침대 밑의 맨드레이크를 발견하며 문제가 생깁니다. 비달 대위는 이 흉측한 것은 뭐냐며 화를 내고, 엄마는 둘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맨드레이크를 벽난로에 던집니다. 그러자, 엄마의 건강은 다시 악화되고, 결국 동생을 출산하고선 숨을 거두고 맙니다.
아내가 죽어 슬퍼하는 의붓딸은 안중에도 없고, 비달 대위는 태어난 아들에게만 신경을 씁니다. 비달은 아무 죄 없는 농민들이 의심스럽단 이유로 폭행을 하거나, 게릴라 군에게 혹독한 고문을 가하거나, 살인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강압적인 파시스트입니다.
평소 오필리아를 아끼던 독립군 하녀 ‘메르세데스’는 슬퍼하는 오필리아에게 무서운 아빠에게서 벗어나, 시민군이 있는 곳으로 도망치자 말합니다. 하지만, 도망을 가던 둘은 비달 대위에게 발각됩니다. 취조를 자행한 고문을 위해 메르세데스는 끌려가고, 오필리아는 감금됩니다. 혼자가 된 오필리아에게 다가온 판은, 마지막 기회를 주겠노라 말합니다.
<후반>
마지막 시험(희생): 인간 중, 가장 순수한 피를 제물로 바치는 것.
판은 동생을 데리고 미로에 오라고 합니다. 게릴라 군이 들이닥치며 곳곳에서 수류탄이 터지고, 폭격 소리가 사방에 울립니다. 오필리아는 이런 상황 속에서 동생을 데리고 미로로 향합니다. 판은 지하 왕국으로 가는 문을 열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며, 동생을 칼로 찔러 제물로 바치라고 합니다. 하지만, 오필리아는 동생을 지키겠다며 주지 않습니다. 그 모든 장면을 목격한 비달 대위는 오필리아에게 총을 쏜 뒤 아기를 데리고 미로 밖으로 나갑니다. 하지만, 그는 시민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고, 오필리아는 죽어가면서 자신이 꿈꾸던 지하 왕궁으로 향합니다.
가장 아끼는 것을 포기하는 희생이 마지막 시험의 관문이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오필리아는 지하 왕궁의 공주로 돌아가지만, 지상에서 그녀를 잃은 메르세데스의 비통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그렇게 공주는 지하 왕국으로 돌아갔고, 정의와 온화함으로 평화롭게 왕국을 다스리니 온 백성이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가 지상에 남긴 작은 흔적들은 어느 곳을 보아야 하는지 아는 자에게만 보인다."
2. 주제:
주제란, 인간성의 구성 요소들이 어떻게 인간의 행동을 규정하는지에 대한 작가의 견해를 드러냅니다.
이 영화에서 주제는 작가가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영화의 명대사이기도 한, “믿는 자에겐 보인다.”인 것입니다. 판의 미로는 1994년 스페인, 내전은 끝났지만, 강압 정부인 파시즘 정부와 자유를 원하는 시민군의 대립으로 어두운 시대상의 영화입니다.
감독은 그 속에서 파시스트와 시민군, 지배하는 남성상인 새아빠와 오필리아의 대립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선 일상은 삶이고, 환상은 지하세계, 즉 죽음을 상징합니다. 감독은 현실과 환상 충돌지점 중간에 판과 오필리아를 넣음으로써 오필리아가 두 개의 세계에서 겪는 갈등, 판과 겪는 갈등을 넣어 주제를 부각했습니다. 이 영화는 강압 주의에 대한 저항을, 자유세계를 향한 의지를 오필리아라는 희생양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전에 이 영화에 대해 친구와 감상평을 공유한 적이 있습니다. 우선, 친구는 이 영화에서 허무주의 감성을 많이 느꼈다 말했습니다. 스스로가 만든 세상에 갇혀 행복하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오필리아를 어두운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불쌍한 소녀로 해석했습니다. 오필리아가 정신병을 갖고 있는지, 이 이야기가 환상인지 현실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분석하려고 하다 보니, 암울하단 결론만 남는다고요. 친구는 오필리아의 죽음을 긍정하지 못하며, 결말을 안타까운 소녀의 이야기라 해석했습니다. 저는 오필리아가 보는 세계가 진짜라고 믿으며, 복종과 저항이라는 키워드로 영화를 바라보니, 오필리아의 죽음을 긍정할 수 있었습니다. 지하 세계의 공주로, 사랑하는 왕이 있는 그곳으로 다시 돌아갔으니 해피엔딩이라 생각하면서요.
우리는 계속된 대화 끝에, 처음 집착했던 이 세계가 허구냐, 현실이냐는 논제에서 벗어나, 이 이야기 자체를 현실을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보면, 오필리아가 보는 것이 환상인가 아닌가 가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최종적으로, 둘 다 오필리아의 죽음을 ‘저승에서 새로 태어난다’의 개념으로 받아들였습니다.
3. 캐릭터 유형
캐릭터를 연구할 때는 그 캐릭터가 어떤 존재인지 분석해야 합니다.
영웅: 오필리아
(열정- 지하세계로 돌아가고자 하는 힘)
(두려움- 시험과 아버지, 판과의 갈등에서 겪는 것.)
오필리아는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꿈 많은 소녀입니다. 동화책 속 세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순수한 존재입니다. 판에 의해 자신이 지하 세계의 공주였다는 전생을 알게 되고, 그곳으로 가는 문을 열기 위한 관문에 도전하는 당찬 인물입니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동생을 희생시키지 않고 되려 자신이 동생을 지키려다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미루어 보아, 전형적인 영웅의 면모인 선한 마음을 가진 인물인 것 같습니다.
수호자, 멘토: 판
(수호자- 영웅이 여정을 시작하기 전, 그를 시험한다.)
(멘토-영웅이 악당을 물리치고 목표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정보나 물리적/상징적 도구를 제공한다.)
상체는 사람, 하체는 짐승인 모습으로, 누구 편도 아닌 존재를 상징합니다. 전생을 까맣게 잊고 지내던 오필리아가 위험을 무릅쓰고 신비로운 모험을 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입니다. 시험을 치르기 위한 방법과 주의사항 등 지침을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동료: 요정
(영웅이 장애물을 극복하고, 악당을 물리치고, 목표를 성취하도록 돕는다.)
오필리아가 진수성찬의 유혹에 빠져 포도알을 먹었을 때, 괴물이 깨어나자 그녀가 탈출하게끔 돕고 희생당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나레이션과 동시에 화면에 시든 무화과나무 가지에 꽃 하나가 보이고, 요정으로 보이는 대벌레가 그 꽃 옆에 날아와 앉습니다.
전령관: 선택의 책
(영웅의 인생이나 세상에 변화의 필요성을 알려준다. 전령관은 인물로 등장할 때도 있지만 편지 등 다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미래를 볼 수 있는 책으로, 오필리아의 시험에 대한 힌트가 됩니다. (EX: 두 번째 임무를 보기 위해 책을 펼쳤을 때, 자궁 그림이 피로 물드는 모습이 보인다. 이는 카르멘이 아플 것이라는 힌트.)
그림자: 비달 대위
(영웅의 주된 장애물로 외적 갈등을 유발하고 위협한다. ‘악당’이라고도 한다. 악역이 강해야, 갈등이 커진다.)
(어두운 면- 강압적인 파시스트
존중받는 자질- 부대를 이끄는 카리스마, 냉철한 판단력)
오필리아의 새아빠로, 전쟁과 독재 정권의 폭력적 권위를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로 등장합니다. 아내의 안위보다, 뱃속의 아들에게 더 관심이 많은 등 가부장적 마초이즘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위의 권위에 굴복하고 마는 수동적인 엄마와 달리, 오필리아는 대위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으며 저항합니다. 오필리아와 대립하는 인물입니다.
4. 후크 포인트
훅(hook)은 기대가 되는 포인트입니다. 세상에는 콘텐츠가 너무 많습니다. 그렇기에, 스토리에 훅 포인트가 강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상대로 후크를 던지려면, 특별하고 예측 불가능하며 마음을 사로잡고,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콘텐츠를 볼지 말지 고민하는 8초 안에 승부를 보려면, 후크는 간단명료해야 합니다.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려면 얼마나 말을 많이 할지가 아니라, 얼마나 말을 아낄지 고민해야 합니다.
Hook: 파시스트인 새아버지와 그런 새아버지를 상징하는 괴물들과 싸우는 소녀는 자유의지를 갖고, 지하세계로 돌아가고자 한다.
5. 이야기란 무엇인가
이야기는 그저 ‘일어난 일’이 아니며, 단순히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도 아닙니다. 이야기란 달성하기 어려운 어떤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사건과 갈등들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주며, 나중에 그를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키는가’를 보여주는 일입니다. 어떤 인물이 상황, 갈등을 겪고 변한다, 이 ‘변한다’가 중요한 것입니다. 주인공은 갈등을 많이 겪을수록 많이 배웁니다.
스토리 속 감정의 힘은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두려움이나 깊은 열정으로 귀결됩니다. 그리고, 독자는 이 감정의 힘으로 이야기에 매료되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 판의 미로는 동화 판타지인 것처럼 잘못 홍보되어, 작품성이 저평가된 비운의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름다운 판타지 동화이면서도 끔찍하고, 다소 음습하고, 그렇지만 오필리아의 그런 모든 여정들은 눈이 부시고 그녀의 최후에 끝내 가슴이 미어지는 영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앞서, 영화 속 세계에 대해 큰 틀의 해석과 분석을 했지만, 오필리아 개인으로 봤을 때 어린 나이에 가족을 잃은 슬픔과 전쟁의 발발로 인한 충격이 아이에게 어떠한 상처를 주는지를 잘 나타내는 영화라, 오필리아가 안타까웠습니다.
참고문헌
다음영화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주요 정보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41951
판의 미로 영화 해석과 뜻 - 줄거리, 결말의 실화와 환상
<키스세븐 영화 사전>
2022. 5.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