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친구끼리 말싸움할 때 놀리려고 한말이다.
넌 산수를 못해 분수를 모르고, 국어를 못해 주제 파악을 못한다고.
너 자신을 모른다도 하니 듣는 사람도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세상에 자기 자신도 모를까?
근데 4대 성인중 한 사람인 소크라테스도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단다.
그 참 그게 그렇게 어렵냐, 쉬운 게 아니니, 그렇게 얘기한 건가!
지피 지기! 지기 지피가 아니고?
순서상 남보다 자신을 아는 게 먼저이고 더 쉽지 않나?
남을 알려면 잘 관찰해야 하는데, 자기 자신을 관찰하기가 더 어려운가?
집에서 가족처럼 기르는 개가 어느 날 처음으로 거울로 자기 모습을 보면 멘붕에 빠진다고 한다.
이제껏 사람들 모습을 보고 자기도 그렇게 생겼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상한 동물이 자기인 것을 알고
그렇게 된다는 얘기다.
지피가 먼저인 것은 남들의 행동을 보고 남을 아는 것이 좀 더 쉬울 것이다.
그만큼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어렵다.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기의 그릇이 어느 정도 인지 등을 제대로 알기는 어렵다.
남들이 자기에게 대응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그릇을 머리에 지고 있다. 그릇은 크기나 재질이 다르다.
그 그릇에 하늘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받아서 저장한다. 근데 남의 그릇은 볼 수 있으나,
정작 내 그릇은 내가 볼 수 없다. 남이 나에게 하는 것으로 유추할 뿐이다.
어릴 때 시골집에서 돼지를 키운 기억이 있다. 먹다 남은 음식으로 키워 가정 경제에
작은 도움이라고 받으려고 부업으로 많이들 한 듯하다. 키운 돼지가 내다 팔 때가 되면
아저씨가 돼지 꼬리를 잡고 우리 안으로 당기면 오히려 우리 밖으로 나온다.
잡은 돼지는 거꾸로 뒤집어 차로 옮긴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돼지는 그때 처음으로 하늘을 본듯하다.
죽기 전에 생전 처음으로 하늘을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