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의 에듀플래너...가 되려고?
때로는 우연이 운명처럼...
정말 신기하게도 6일간의 긴 교육이 순식간에 끝나고 최종 테스트가 남았다. 아무리 일 한 경험이 많아도 이 업계에선 신입이니까 봐야겠지. 시험범위가 적지 않다. 아무리 가볍게 생각하려 했어도 또 발동한다. 뭐든 잘 하려는 마음. 어릴 적 공부하던 스킬을 몸이 기억하는 게 다행이다. 시험에 나올만한 문제와 답을 모아 2장의 종이에 요약하고 그것만 사진 찍듯이 키워드 위주로 외웠다.
뭔가를 결정하고 나니 일사천리다. 이래서 결정하는 것이 반이다. 그 다음은 그냥 하면 된다. 미리 그 고된 과정과 결과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일은 고되고 될 일도 안 되기도 안 될 일이 되기도 한다. 우린 그저 걸어가는 거다. 하루키 수필에 나온 말처럼 희망도 절망도 없이 묵묵히 주어진 길을...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 여행을 떠났다. 그래서 떠난 여행은 아니었는데 마치 그렇게 되어버렸다. 이렇듯 원래 인생은 계획과는 큰 상관이 없다. 내 발걸음에 끼워 맞춰지는 결과일 뿐일지도... 그래서 현재, 오늘이 중요하다.
꿈과 이상은 잘 접어 주머니 속에 넣어 놨다가 잊을만하면 한 번씩 꺼내어 보기만 하면 된다. 매일매일 너무 꿈을 좇으면 절망이 슬며시 손을 잡는다.
세상이 가끔 내 중심으로 돌 때가 있다. 정말로.
최근 관심사가 그거니 그것만 보이겠지 하기에는 수만 권의 헌책이 산처럼 쌓여있는 오래된 책방이었다. 그것도 집에서 수백 킬로 떨어진 여행지에서. 그 수많은 책들 중 한 권이 바로 내 눈 1m 앞 제일 위에 놓여 있었다. 지금 내가 입사하려는 회사에서 펴낸 상위 0.3% 실적을 낸 리더들의 인터뷰 모음집이었다. 그것도 10년 전에 발행된 유명하지도 않은 마치 사보 같은 느낌의 책이다. 평범한 주부가 연봉 1억의 에듀플래너가 되기까지의 그들의 신념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연봉 1억..에서는 헛웃음이 나왔지만, 그 보다 중요한 그들의 동력을 읽으며 마음에 작은 일렁임이 생겼다. 무거워지지 않기로 해놓고 또 이런다. 뭐 결국 난 또 진심을 다하겠지.
또 다시 찍고 싶어진 건 아닐까. 억대 연봉과 리더의 무게, 회사를 성장시키는 희열, 업의 본질과 그에 대한 사명감.
책을 괜히 읽었나 보다. 다시 고이 접어 깊숙이 넣어 놔야겠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묵묵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