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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약 Jul 18. 2023

계절이 있다는 건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계절이 있다는 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살이 에이는 듯 뼛속까지 시린 추위에 잔뜩 몸을 웅크리다가도 절망의 끝 어딘가에선 결국 초록빛 향기가 피어오를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으니까.


추억은 때로 계절의 향기로 기억된다. 내게 추억의 향기는 대게 봄이었던 것 같다. 차가운 겨울의 틈에서 새어 나오듯 피어난 봄의 온기가 포근하게 세상을 감싸는 향기. 어떤 겨울의 끝에도 봄은 늘 새로운 시작과 그것을 끌어갈 힘을 만들어주었다. 언제나 새로운 만남은 심장을 말랑이게 했고, 이내 곧 칼바람이 되어 풍선처럼 부푼 심장을 베어버리기도 했다.


올해의 봄에도 어떤 이를 만났다. 예고 없는 우연한 인연이 적극적으로 내 삶에 개입해 어느샌가 나를 엉뚱한 곳으로 데려다 놓을 때가 있다. 다정하게 손을 내미는 그녀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며 가보지 않았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눈을 떴는지도 모른다. 내 길이라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냥 걸어가 보았다. 걱정과 두려움을 외면하며 자꾸만 복잡해지려는 생각을 애써 비워내며...


새로운 인연과 낯선 일상, 처음 만나는 종류의 책임과 담지 못 할 타인의 무례 또한 마주해 나가게 되겠지. 좋음과 싫음이 공존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섭리에 당황할 필요는 전혀 없다. 언제까지 해야 하지라는 막연함보다 고된 하루조차 세월이 순삭 시키고 만다는 걸 되새기 그저 일상에 스며들듯 담아내야겠다. 너무 잘 하려 애쓰다 주저앉지 말고, 진심을 담아 내가 건넬 수 있을 만큼만 세상에 전하며 나의 하루를 사랑할 수 있기를... 오랜만에 다가온 이번 봄은 나에게 얼마나 뜨거운 여름과 얼만큼 풍성한 가을을 가져다줄까. 피할 수 없는 겨울이 찾아온다 해도..

계절이 있다는 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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