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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약 Jul 21. 2023

용기, 무서워도 마주하는 연습

지나보면 모든 게 별 일도 아니야

해리포터에 보면 '용기란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서워도 마주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유명한 대사도 아니고, 정확히 어떤 장면에서 나왔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내겐 가슴에 콕 박혀서 힘을 주었던 대사이다.

 

언제부턴가 겁이 너무 많아졌다. 뭔가가 튀어나올 듯한 으스스한 분위기가 주는 공포 뿐만 아니라, 막중한 책임이나 상대방의 불편한 정서를 마주하는 것에도 지나치게 겁을 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컴플레인을 거리낌 없이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했다. 난 식당에서 물 한잔 달라고 부르는 것에도 긴장을 하는데... 사실 지나치게 정직하고 고지식한 이유도 겁이 많아서인 것 같기도 하다.


수많은 기업에서, 혹은 다수의 청중들 앞에서 PT나 강의를 셀 수 없이 많이 해왔지만, 사실은 매번 약국에 들러 청심원 한 병을 마셔야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어떤 무대에서나 의연하고 순발력 있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원래 강철 심장을 가지고 있나 보다 하고 부러워했다.


남편과의 불편한 대화를 마주할 용기가 없어 불만을 꾹 누르며 그저 입을 닫고 회피해버린 적도 많았다. 부득이 그런 마음이 끄집어질 때면 온몸이 부르르 떨려 결국 침착하게 내 의견을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 답답한 마음이 들더라도 꼬인 매듭을 살살 풀어내야 하는데 그냥 버럭 화를 내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안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사실 겁쟁이라는 걸.


나는 왜 이렇게 겁이 많고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할까. 그럴 일이 없는 것에 괜한 상상으로 걱정을 하거나,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거나, 상대방은 사실 나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걸 생각하지 못할 경우 그럴 수 있다고 책에서 읽었다. 정작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문제지만...


잘 되지 않아도 의식적인 노력은 분명히 도움이 된다. 요즘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씩 두려움에 마주해보곤 한다. 건네기 껄끄러운 말이라도 필요하다면 미루지 않는다거나, 상대방이 사실은 아주 좋은 사람일 거라고 상상해본다거나 하는...


여전히 겁나고 두려운 일은 많지만, 용기는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니까. 무서워도 마주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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