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그 일들의 중요도 또한 너무 높았다. 늘 초조했고 불안했고 무거웠다. 이를 악 물고 버티다 결국 남은 건 ‘지친 마음’뿐이었다.
버거운 상황에 놓였을 때 가장 피하고 싶었던 건 바로 ‘헛수고’였다. 일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고 싶었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열심히 하는 행위를 경멸했다. 그게 그렇게도 화가 났다. 그즈음 그 말을 자주 들었던 것 같다.
“왜 이렇게 화가 나 있어요?”
사실 길고 넓게 보면 헛수고라는 건 없다. 어떠한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배움은 있는 거니까. 그리고 잘 되지 않았던 일도 시간이 지나 보면 그 일을 발판 삼아 또 다른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하고… 그걸 몰랐던 건 아니지만, 상황을 길게 바라 볼 여유가 조금도 없었던 것 같다.
요즘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신입 교사라 여러 모로 서툴다. 나름대로 이것저것 시도해 보지만 잘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래도 쨉이라도 날려보자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보고 있다.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의 대부분은 지금 당장 헛수고처럼 보일 것이다. 마음 편히 일 하자 다짐했었기에 기대도 실망도 하지 말자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굳이 그럴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찮게 여기지도, 별일 아니라 넘겨버리지도 말아야겠다. 멀리 보았을 때 이 경험이 내게 자산이 될 꺼라 여기고 배움을 남겨 놓아야겠다.
아이들을 정말 잘 가르치고 도움이 되는 선생님이 되어 보아야지. 좋은 선생님이 된 후에 세상을 위해 더 좋은 일도 해보아야지. 지금보다 좀 더 멋지게. 방향의 키를 잘 잡고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