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에 집중하다

예순여섯

by 솔초

2019. 2.21

수업이 끝날 무렵에야 생각이 났다. 녹음을 하지 않고 기억에만 의존해서 연습을 하고 일기를 써보자고 생각했던 것이…

이미 1시간의 수업을 모두 녹음한 상태여서 선생님께 한번 여쭤 보았다.

“음성 녹음에 의지하는 것 같아서 한 번쯤 녹음하지 않고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 해 보는 게 아니라 ‘나중’에 해야지 하게 되고, 일기도 자꾸 미루게 되고…”

선생님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가벼운 말투로 말씀하셨다.

“지금 지우세요.”

“네? 지금요?”

“네~ 새로 배운 노래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때요? 오늘 수업은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돼요. 입모양(발음과 연결된), 그리고 떠는 것…(지난 시간에도 얘기하신 '라' 음에서 올라가는 음과 내려가는 음을 처리하는 방법. 서도민요의 애환, 애조, 슬픔 등의 단어를 얘기하셨던 것 같다.)

생각했던 것인데도 막상 지우려니 망설여졌다. 나중에라도 들어볼 수 있게 일단 녹음파일을 선생님한테 전송했고, 내 파일함과 내 카톡 창에 남은 파일의 흔적도 삭제했다.

이제 내겐 '내 기억' 말곤 아무것도 없다. 전처럼 음성 파일을 들으면서 수업내용을 떠올리고 며칠 지난 일기를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쓰는 동안에도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붙들고 온전히 내 기억에만 의지해서 일기를 쓰고 있다. (21일에 바로 일기를 써 두었는데, 65번째 일기가 늦어져서 늦게 올립니다^^) 믿고 의지할 것이 내 기억밖에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느낌이 생생해지고 좀 더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 수업은 지난주에 이어서 입 모양과 떠는 것에 대해 많이 말씀하셨다. 지적받은 부분이 어디인지 일일이 기억해내긴 힘들지만, 입모양을 지켜서 발음을 하고, 떠는 방법과 떨어서 소리 내야 할 곳에 집중해서 부른다면, 거꾸로 오늘 틀렸던 부분을 찾아낼 수 있을 것도 같다.

‘거울을 많이 보세요.’라고도 말씀하셨다. 내가 어떻게 부르는지를 알아야 입모양을 교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제가 노래할 때 듣기만 하지 말고 제 입모양뿐 아니라, 손동작이나 자세 표정까지도 다 보세요.’라는 말씀도 하셨다.

노래 중간중간 선생님의 입모양을 보고 따라 하긴 했지만 듣고 따라 하는 것이 먼저라고 하셔서 내내 보진 않았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계속 빤히 쳐다보는 건 좀 쑥스럽기도 해서 선생님을 보다 말다 한 것도 있다. 그러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집중해 보고 싶다. 이 순간에, 아니 그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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