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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Jan 08. 2024

가족은 불공정을 먹고 자란다

꿈과 감정에 관한 이야기





꿈 제목 -  달걀 장수 노파
꿈 이미지 - 어머니, 노파, 계란판, 깨진 달걀 하나, 못생긴 달걀 네 개, 동전, 노파의 뒷모습
꿈 감정 - 불공정, 분노, 투덜거림, 쓸쓸함, 망연

어머니와 장을 본다. 노파가 직사각형 모양의 큰 계란판을 내게 내민다. 받아들다가 모서리쪽 달걀 하나가 톡 떨어져 빠지직 깨진다. 가운데를 십자로 멘 끈, 모서리 취약부분이 아래로 처져 있다. 아마 거기서 떨어진 것이라 추측한다. 나는 노파를 나무란다. 어머니도 노파도 말이 없다. 그냥 가지고 가고 싶지 않아 계란판을 열어본다. 넖은 판 한 가운데 크기도 모양도 가지 각색으로 못생긴 달걀 네 개가 있다. 원래는 다섯 개였구나. 노파에게 다섯 개 밖에 안 되는 달걀을 이렇게 큰 판에 담았다고 투덜댄다. 나는 정당한 보상을 원했다. 노파는 내 손에 일원, 십원, 오원 짜리 가벼운 동전을 쏟아놓는다. 돈도 이것밖에 없고, 집에서 키운 닭이 낳은 알이라 이것이 전부라면서 돌아선다. 노파이 뒷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망연해하는 나.




꿈 속의 노파는 누구였을까? 뭔가 암시를 주려는 느낌. 깨진 달걀, 못 생긴 네 개의 흰 달걀, 넓고 엉성한 계란판, 동전들… 방법을 찾지 못한 거래. 공정과 불공정.


내가 노파가 되어 본다. 팔려고 가지고 나왔지만 그냥 줘도 그만인 달걀.

"돈은 안 받을 테니 이거 못생겼지만 반찬해서 잡숴보쇼. 맛있을 거구만." 증여의 말, 해결은 간단하다.

"괜찮아요. 하나 정도 깨졌어도… 어차피 싸게 주셨잖아요." 이해의 말, 내쪽에서 먼저 우호적인 반응을 했었어도 괜찮았을 거다.




꿈속에서 나는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다. 억울하다고 여겼다. 다시 묻는다. 노파와 나 사이에 어떤 거래가 공정할까. 공정함을 저울질할 수 없는 거래였다. 세상을 공정과 불공정한 거래의 어떤 것으로 보는 순간 나는 불만투성이가 되었다.


억울,억울,억울… 투덜, 투덜, 투덜… 공격과 비난, 비난, 비난… 나는 어린 아이다. 영원히 노파의 마음이 될 수 없는 나. 못생긴 네 개의 흰달걀 가족. 달걀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깨어졌지만, 그래도 달걀은 네 개다. 나는 아직 살아있다. 가족은 건재하다. 원래는 다섯 개였을 달걀 가족 중 깨어진 달걀 하나는 나였다. 원래 가족에서 나는 이미 깨어져서 사라지고 없는 존재였다. 집에 가서 품어 병아리로 다시 태어나게 하고 싶다.




가족을 모두 품어 안기엔 내 품이 작기만 하다. 어쩌면 아비란 존재가 어미를 넘을 수 없는 건 품의 크기가 턱없이 작기 때문일 것이다. 조건없이 주는 사랑과 증여의 언어가 매말랐다. 분명히 내 부모에게서 배운 것일 텐데, 내 안에는 그것이 없다.


가족 안에서 불공정을 얘기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공정함과 불공정함은 거래의 관계에서나 적용 가능한 경쟁의 언어였다. 나는 가족을 거래와 경쟁의 언어로 해석하려고 했다. 내게 부족하고 부재한 그 무엇에 관해 생각한다. 가족은 적당히 불공정해야 유지되는 관계다. 한쪽에서 더 많은 사랑을 주고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경쟁하는 아름다운 관계가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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