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왜 이렇게 보편적 상식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일까. 취업과 이직을 하는데 있어서 보편적 상식들은,
1. 공백이 길면 재취업 하기 힘들다
2. 중소기업에서 시작하면 대기업에 가기 힘들다
3. 출산을 염두하고 있는 여자는 자리보전이 힘들다
4. 등등
이런 보통의 상식들이 어찌보면 우리의 행동을 오히려 제약하는 것이 아닐까. 개인 하나하나가 이런 상식들을 듣고 행동을 하지 않으니, 상식이 정답이 되어버린다.
퇴사를 하고 백수이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점점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결혼도 앞두고 있고 앞으로 살날도 많이 남았는데, 다시 재취업을 하지 못하면 어쩌지 라는 걱정에 손에 일도 잡히지 않는 나날들이 반복되었다.퇴사후 돈을 벌어야하는데, 돈은 돈데로 벌리지 않고 미래에 재취업이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쓸데없는 허송세월을 보냈다.
공백이 길어지면
정말 취업/재취업이 힘들까?
퇴사를 한 2018년 2월 그 해 겨울. 일어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다는 설렘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밝은 햇살이 얼굴을 드리우며, 푹신한 이불에서 딩굴딩굴 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딱 몇일은 그렇게 생활을 하였다.
하지만 이내 '이젠 뭐하지?' 라는 생각에 책장에 꽂힌 책을 들고 아파트 단지내 독서실로 직행하였다. 이마저도 퇴사전 꿈꾸던 모습이었기에 신이 났다. 돈과 관련된 책들은 시중에 널리고 널렸다. '부의 추월차선', '빠르게 부자되는 방법',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등등 부자가 되기 위한 마인드 책부터 시작해서 실제로 돈을 벌수 있는 온라인마케팅, 블로그 글쓰기, 유튜브 시작하기 등등 수없이 많은 책들을 서생처럼 탐독하였다.
그렇게 2,3 개월을 보냈을까. 수입은 없는 상태에서 생활비와 고정지출이 계속 발생되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 지기 시작하였다. 역시나 조급함은 사람을 망친다. 이것저것 다 손대기 시작하였다. 주식, 경매, 부동산투자, 온라인 마케팅, 온라인세일즈, 구매대행, 유튜브, 블로그, 티스토리 등등 그간 읽었던 돈버는 방법들을 찔끔 찔금 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대학교때 열심히 했던 과외도 시작하였다.(내가 이러려고 퇴사를 했나 싶었다...) 돈을 벌어야 하는데, 다들 돈을 쉽고 빠르게 벌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의와 책의 내용과는 상반되게 돈버는건 역시나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나마 대학교때 하던 과외를 통해 당장 돈을 버는 방법을 택하였다. 막상 현실 세계에서는 책과 강의는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나를 괴롭게 할 뿐이었다.
궁지에 몰리는 정도까지 도달해서야 재취업을 해야겠다 결심하였다. 자신은 없었다. 이미 자존감은 바닥을 내려치고 있었고, 퇴사후 1년간의 공백을 어떻게 채워넣어야 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하였다. 면접기회가 주어지면 거짓말을 할것인가. 아니면 그냥 두리뭉실 넘어갈 것인가.
그런데 재취업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막상 회사를 알아보니 스스로도 놀라운 현상이 일어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할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연봉이나, 지원할 회사가 만드는 제품, 매출정보 정도만 암기하는 수준에 그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어디에서 원재료를 수입해오고, 어떤 판매/유통 경로를 통해서 회사가 매출을 내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면 그런것들을 찾아보고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이 생긴 스스로를 발견했다. 놀라운 변화였다.
고민할게 없었다. 실제 공백기간동안 침대에서 천장만 바라보고 시체놀이를 한게 아니고서야 아주 작은 무엇이라도 했을것이다. 그리고 스스로가 그것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재취업에 있어서 무조건 걸림돌이 될것이라는 착각에 불과했던 것이다.
설사 공시 준비나 사시준비로 몇년을 허비했다 하더라도, 그 기간동안 했던 경험들을 값진 보석으로 바꿀수 있는것은 스스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는것이지, 세상이 만들어 놓은 보편적인 상식으로 스스로 제단하며 움크릴 필요는 없는것이었다.
그리고 막상 면접을 보니 공백기간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을 받지 않았다. (아마도 인사정책상 그 사람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질문만 해야 해서 그런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에 대한 답변이 대학을 막 졸업하고 늘여놓은 지루한 답변과는 다름을 느꼈다. 질적으로 성장한 느낌이었다. 퇴사이후의 경험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리고 쓸데없는 걱정으로 하루하루 힘들게 보내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그 쓸데없는 경험들을 진주로 바꿀것인지를 고민하는게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