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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뉴옹 Mar 06. 2019

지금, 여기서 함께 있잖아요

영화 「알리타」를 통해 본 삶의 자세

※이 글에는 영화 「알리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영화 「알리타」가 보여주는 미래의 인간이 사는 세상은 '자렘'이라는 공중도시와 고철 도시로 나뉘어있다.

26세기의 자렘과 그 아래 고철 도시의 시민들이라는 설정은 되게 먼 미래의 풍경 같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미래라고 설정된 그 세상에서도 지금의 우리 삶의 모습을 많이 느낄 수 있다.

자렘은 그곳에 사는 것만으로도 특권인 그런 곳이다. 영화에서는 그저 고철 도시에서 위를 올려다봤을 때 보이는 부분적인 모습 외엔 자렘의 풍경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지만, 꼭 그걸 봐야 아나. 당연히 상상 이상으로 좋을 것이다. 그렇기에 고철 도시의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동경의 대상이다. 모터볼 게임에서 우승하는 '정당한' 단 한 가지의 방법 외에는 그곳에 살 도리가 없는 고철 도시의 사람들. 고철 도시의 삶은 지극히도 보통, 혹은 보통 이하의 삶이다.

고철 도시 안에서도 상위 계층에 속하는 벡터나 시렌은 자렘에 가고 싶은 서민들에게 스스로 그들의 연줄을 자처하며 '자렘 행 프리패스'로 그들을 유혹하고 조종한다.

하지만 벡터와 시렌도 결국 '노바'라는 자렘의 지배자에 의해서 조종당하는 고철 도시의 시민일 뿐.


알리타의 남자 친구 휴고도 여느 고철 도시의 서민들처럼 자렘에 가는 게 꿈이다. 자렘을 멋진 뷰로 바라볼 수 있는 자신만의 장소까지 발견해가면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렘에 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자 전부인, 그래서 그 어떤 짓도 서슴지 않던 그는 마지막까지 그곳에 가기 위해 몸을 내던지고야 말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 모습, 우리의 모습이 보여 마음이 아팠다.

휴고는 자렘에 가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면서 살았다. 그것이 범법행위였건 어쨌건 말이다. 근데 제3자의 시선에서 본 우리의 생각은 어떠한가. 적어도 나는 휴고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래도 너는 자렘에 갈 수 없다고.. 그렇게까지 해서 간다 한들 행복하냐고. 너에겐 뭐가 중요하냐고 말이다.

이 세상은 노력하고 열심히 하면 뭐든 된다고 말하지만, 그리고 실제로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도 많이 있지만, 그럴 수 없는 부분까지도 우리는 통제하려고 하고 그게 안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의 경계가 모호하고 쉽사리 인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내 진짜 삶은 '지금 여기'에 있다. 내 삶의 행복이 저 위에 있다고 믿어버리는 순간 내 현재의 삶도 행복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렇다고 그것들이 미래에 가서 기다리고 있지도 않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자렘 사람은 이마에 표식을 갖고 있다. 알리타에게 제2의 생명을 선사해준 닥터 이도는 시렌과 부부였다. 그들은 자렘에서 태어나고 살았지만, 딸의 장애 때문에 고철 도시로 쫓겨났다.

똑같은 상황에서 자렘에서 고철 도시로 추방당한 그들이지만, 그래서 삶의 환경이 180도 달라졌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둘은 각자 다른 삶의 방향을 택했다.

시렌은 여전히 이마의 표식을 지우지 않고 자렘으로 다시 가기 위해 물불 안 가린다. 하지만 이도는 다시는 자렘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이마에 있는 표식을 지우고, 고철 도시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즉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간다.

나중에는 맹목적으로 자렘에 가기 위한 짓을 서슴지 않았던 시렌도, 저 위에는 내가 원하는 것들이 없다는 걸 깨닫고 손을 털고 떠나게 된다. 시렌이 원하는 것들이 뭐였을까. 여기에도 없었지만 거기에 가도 없는 것. 난 그것이 행복인 것 같다.


미련하게도 끝까지 자렘에 가야만 자신의 행복이 있다고 믿는 휴고를 쫓아가 말리는 알리타와의 대화에서 지금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배울 수 있다.

내려가면 나는 평생을 살인 수배범으로 쫓겨살아야한다고. 그러므로 자렘에 가야만 한다고 하는 휴고에게 알리타는 말한다.

"그래도 함께잖아.."라고 말이다.


책 「행복의 기원-서은국」의 마지막 문구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모든 껍데기를 벗겨내면 행복은 결국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요약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함께 먹는 것]

행복과 불행은 이 장면이 가득한 인생 대 그렇지 않은 인생의 차이다.

"The rest are details."나머지 것들은 주석일 뿐이다." 

  

스뉴옹 소속 직업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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