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하든 집에서 하면 내가 충전되는 느낌이다.
지난주에 좀 바빴다.
주말 출근을 하고, 야근을 하고, 바깥 활동을 하느라 집에 머무는 시간이 현저히 적었다. 늦은 밤 집에 들어가 남편이 차려준 밥을 먹고, 씻고 잠들기. 집에서 원초적인 활동만 겨우 했다.
일하고 바쁘다 보면 그럴 수 있는 일이지만 내 삶이 확 피폐해진 것 같고, 먹구름이 드리운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겨우 주중을 견뎠는데, 주말엔 컨디션이 더 나빠졌다. 하지만 여러 일정이 있어 주말에도 집에 머물 수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월요일 아침,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늦어도 6시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9시가 다 되도록 침대에 붙어 있었다. 휴가를 내고 쉴까 하다가 겨우 몸을 움직여 출근했다.
화요일 아침도 일어나기 힘들었다. 또 늦었고 저녁 운동을 갈 수 없었다. 3주 연속 착실하게 했으니까 한 번은 빠질 수 있지 뭐, 홀가분한 마음으로 빠졌다. 그리고 남편이 저녁 약속이 있대서 모처럼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다. 맥주 한 잔 하며 밀린 최강야구를 보고, 씻고, 출근 준비하고, 다이어리를 정리하면서. 그리고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휴, 이제 좀 살 것 같다. 집에서 시간을 좀 보내고 나니 컨디션이 확실히 나아졌다. 어쩔 수 없는 집순이다. 집에서의 시간과 활동이 내겐 너무 중요하다. 집안일도 집에서 밥을 챙기는 일도 중요하다. 집에서 피아노를 치거나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가만히 있거나 핸드폰으로 세상을 염탐하는 것도 좋다. 집에서 하는 일은 소모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무얼 하든 집에서 하면 내가 충전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집에서의 시간을 늘리고 싶다. 또 집을 쾌적하게 관리하고 싶다. 그게 곧 나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나를 돌보는 일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당분간 외부 활동을 줄여야겠다. 그리고 꽃을 한아름 사와서 집에 꽃을 피워야겠다. 그게 곧 내 마음에 꽃을 피게 하는 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