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이 시작한 디지털 낙서

digilog #1

by Vintage appMaker

1.

13(2009)년 전에 우연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그리고 있다.

시작한 계기가 너무 어이없었다. 와이프 몰래 전자제품을 구매했는 데, MintPad라는 제품이었다.

Window CE 기반의 감압식 터치패드를 사용하는 장치였는데, 2009년 나왔을 당시만 하더라도 아이팟 터치의 대항마로 불릴 정도로 국내에서는 관심 있는 제품이었다. "소셜(민트패스, 네이버, 등등)에서 메모를 공유"한다는 콘셉트 자체가 매우 혁신적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아이리버의 신화 [양덕준] 사장님이 아이리버를 매각 후, 나와서 차린 회사의 제품이라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구매를 했었다.


...


아쉽게도 여러 가지 이유로 민트패드는 실패작이 되었다.

양덕준 사장님의 지병문제도 있었지만, Windows CE 기반의 감압식 인터페이스, 그리고 2.4인치 밖에 안 되는 디스플레이가 주는 협소함, 무엇보다도 소셜 연동에서 발생한 문제점등으로 인해 출시의 기대는 빠른 속도로 사그라들었다.


2.


2009.11 민트패드로 그린 그림. 레이어와 확대 기능이 전혀 없는 2.4인치 디바이스에 도트 찍는 장인의 마음으로 그렸다.


사실 민트패드를 구매한 이유는 게임 때문이었다. 대외적(와이프)으로는 Window CE 기반의 차세대 디바이스이기 때문에 이것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검토해보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이 장치를 이용한 첫 번째 이유는 "Window CE용 게임 설치"가 목적이었다.


그리고 아이리버용 게임들이 설치가 되다 보니 열심히 게임머신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


그런데, 2.4인치에서 무슨 게임을 하겠는가? 하다 보니 질렸고, 그러다 보니 이 장치의 본질인 SNS 메모를 하게 되었다.


남들은 손으로 쓱쓱 쓴 "감성 충만 글"을 공유했지만

나는 별로 "쓰고 싶은 감성 글"이 없었기에

낙서(그림 같지 않은 그림)를 시작했다.


문제는 반응이 좋았다는 것이다.


3.

그러다 보니 민트패스의 SNS 활동을 열심히 하게 되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었다. 2년 정도? 나름 열심히 SNS 활동을 했었는 데, 민트패스가 사라져 버렸다. 회사가 망한 것이다. 정말 난감했다. 민트패드로 그린 그림도 관리하기 힘들어졌다. 그런 와중, 시대는 Android 시대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래서 Android 용 드로잉 툴을 선택하고 그리기 시작했다. 그 앱이 AutoDesk의 Sketchbook이다.



초창기에는 기능이 엽기적으로 형편없었다.

2011년에 버그가 남발할 때 버전으로 그린 그림
2011년 마지막 버전으로 그린 그림



물론, Android OS 자체가 형편없었기에 그들의 노하우를 적용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절대강자의 이름을 얻을 정도로 완벽한 드로잉 앱으로 거듭났다.

2012년부터 SketchBook 앱은 빠르게 기능을 추가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10년 동안 앱의 비즈니스 모델도 몇 번 변경되었다. 초기에는 무료로 했다가 언제부터인가 유료 앱으로 변경했었고 다시 무료 전환 후, 구독 서비스를 부가로 변경하였다. 그래서 올드 유저들에게 원망의 소리를 많이 듣긴 했지만,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무엇이 되든 간에 앱이 무리 없이 운영되고 있으므로 큰 불만은 없었다.


한 때(2015~2017)는 테블릿 전용 앱도 있었으며 벡터이미지 전용 앱도 있어서 사랑을 받았다. 물론, 둘 다 사라진 지 오래 전이되어벼렸다.
2022년도 그림. 현시점의 Sketchbook은 나같은 아마추어 그림쟁이들에게는 최고수준의 앱이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니다.


4.

사실, 전문가들에게는 Android보다는 iPad가 절대강자이다.

유료 동영상 강의를 보아도 iPad의 proCreate가 교과서처럼 사용된다. 나도 아이패드 초창기 버전이 있을 때는 proCreate를 사용했었다. 그러다가 아이패드를 살 바에야 [차세대 게임기]를 산다는 게이머로써의 영혼을 지켰기에 아이패드를 구매하지 않았고 proCreate도 그만큼 멀어지게 되었다.


2014~15년도의 proCreate 그림. 당시, Android의 Sketchbook과 비교하면 월등한 기능을 자랑하는 앱이었다.

5.

그 당시(2010~15) 시대적 상황을 설명해야 할 것이 있다.

Android와 iOS에게 왕좌를 빼앗긴 [빌 파머의 MS]는 Windows Phone과 윈도 8의 통합 UI로 반격을 시도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대참패였다. 욕은 죽도록 먹고 주가는 떨어지고 파머 형님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후, 인도 출신의 67년 형님이신 [사티아 나델라]가 들어오면서 오픈소스 개념으로 부활하기 시작했다.

그때, Windows App 스토어에 나타난 앱이 [Fresh Paint]였다.


Fresh Paint의 장점은 한 가지뿐이다. 진짜로 화폭에 그리는 듯한 고난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캔버스 환경(그리기 도구, 캔버스, 기타 등등)을 시뮬레이션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결과물도 아날로그에 가깝다.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그리고 놀다 보니 13년이 지나갔다.

아직도 그림에 대한 기본지식은 없다. 단지 몸에 체화된 방법으로 생각하며 그린다.

그렇게 그림만 전용으로 만든 블로그를 해외의 블로그 플랫폼에다 모아놓고 살고 있다.



이 포스팅은 매거진으로 모아놓을 것인데, 목적은 digilog 관련된 것들을 정리하고 싶어서이다.

디지털에서 느끼는 감성. 8bit 레트로에 대한 향수에 대한 것을 모아놓고 싶다.

26년 차 개발자보다는 45년 차 게이머(8살에 게임에 입문했다)로써의 추억을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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