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형 개발자의 생각 #139
1달 후면 30년 차 개발자가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직장생활을 했을 때 개발환경은 DOS 프로그래밍이 80%였다. 그리고 2년도 되지않아 윈도우 프로그래밍이 대세가 되었고 또다시 2년도 지나지 않아 인터넷 프로그래밍( 웹 프로그래밍 전단계인, CGI-Common Gateway Interface)이 시작되었다. 이런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시절은 이론상 1000년 전(1세기가 변했으므로)인 20세기 때의 이야기다.
그리고 21세기가 들어선 시점부터 프로그래밍 세계는 다른 업종에 비해 수백년을 지난 것처럼 더 빠르고 획기전인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입장에서 “세상을 바꾼 사건”은 일반인처럼 “인터넷”이 아니다. 바로 2010년부터 보편화(수십년전에도 있었지만 보편화는 2010년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맞다) 되었던 “오픈소스” 혁명이다.
이를 통해 “기술의 진입장벽”은 획기적으로 사라졌고 “기술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에게 이전보다 공평한 기회를 주게 되었다. 물론 오픈소스라고 해서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협지에 나오는 비급서를 읽고 갑자기 고수가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에도 알 수 있듯이 “타고난 기본기(개발자 스킬)”가 있는 사람들만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것이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안드로이드와 iOS가 오픈소스 대중화(?)에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앱마켓을 활성화하기 위해 두 플랫폼은 누구나 쉽게 프로그래밍 할 수있는 sdk와 라이브러리를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앱이 다양화 되면서 사용자들이 github 이나 maven에 무료로 오픈소스 형태의 소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오픈소스 이전에는 sms 앱(피쳐폰)하나 견적단가가 억단위인 경우도 있었지만 안드로이드(스마트폰)에서 sms 앱은 단 몇 줄로 만들 수있어서 “중학생도 2일이면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실제로 그런 사례가 많았고 강의 때도 레퍼런스로 보여주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wFkEroiuFo
그런데 그렇게 말한 시기가 10년 전이다.
그러나 현실은 아무나 앱을 만들지 못한다. 개발자들 중에서도 앱은 웹보다는 러닝커브가 높은 편에 속해서 난이도와 시간이 오래걸리는 편이었다. 그러다보니 웹개발자가 앱을 쉽게 만드는 플랫폼(웹앱, React Native)들이 방안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러면 “오픈소스를 통해 누구나 만들 수 있다!”라는 말은 허풍이었을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물론 전제가 있다. 누구나의 정의는 “개발자 소양이 있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요즘 AI에서 핫하게 말하는 AI 문해력과 일맥상통한다.
기초없는 사람들에게
오픈소스가 무용지물이었듯이
기초없는 사람들에게
생성AI의 결과는 아무가치가 없다
요즘 들어 바이브 코딩과 같은 키워드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데자뷰가 느껴진다. 10년전 오픈소스가 대중화 되었을 때 적지않은 비개발자 출신 셀럽들과 에반젤리스트들의 “과대광고”가 기억나기 시작했다. 꽤 유명한 온라인 강의였는 데, 유명한 VC 출신 셀럽이 이런 말을 했다.
“오픈소스 혁명으로 인해 이제는 하루 이틀이면 카카오톡 같은 것을 만들 수 있는 시대입니다.
개발자 중심을 버리고 서비스 중심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10년 전 오픈소스의 대중화가 지나친 허상을 만들었듯이 지금은 생성AI의 대중화가 과도한 마케팅으로 활용되고 있다.
오픈소스 이전의 Tech 회사는 제조회사였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들어도 알 수 없는 회사가 태반이었다. 그러나 오픈소스 이후에는 Tech 회사로 분류되는 곳들이 “유통 또는 서비스” 회사인 경우가 많았다. Amazon, 에어비엔비,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등은 오픈소스 이전에는 Tech 회사로 호칭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들이 Tech 회사로서 손색이 없는 이유는 오픈소스를 극대화해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트래픽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소스를 통해 기술력을 최고”로 만든 회사들은 유통의 SP(Solution Provider)로서 성공한 회사들이다.
그런 점에서 오픈소스가 일반화되며 IT의 헤게모니는 “기술중심”에서 “유통중심”으로 바뀌었다.
기초소양과 자세가 되어있는 개발자들과 사내문화가 존재한다면 “서비스 중심”의 회사가 Tech 회사로 자리잡는 것은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오픈소스를 통해 헤게모니는 “기술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지금의 AI 현상보다 더 중요한 사건이었다. 오픈소스 문화가 없었다면 AI는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픈소스 시대에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문제가 될 것이 하나도 없었다. 반대로 축복이었다. 물론 오픈소스로 인해 “권력을 가지고 있던 회사와 직군”들이 퇴출되었다. 주로 기술을 상품으로 파는 회사들(통신, 암호, UI 라이브러리, 코덱, OS, …)이었고 내가 십수년간 몸담았던 직군(모바일 OS와 통신) 역시 시장에서 재편성되었지만 개발자들은 다른 직군으로 이동하며 생존할 수 있었다.
오픈소스가 있었기에 “도움되는 소스”를 활용할 수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면 오픈소스 시대의 문제는 무엇이 있었을까? 의외로 기술적인 이슈가 아니라 “도덕적 이슈”였다.
기술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다보니 “기술공정과 가능성”을 무시한 개발이 난립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술부채(기술력 부족)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획과 마케팅으로만 승부하는 스타트업들이 난립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오픈소스 이후에는 그 이전과 다르게 “모럴 헤저드”라는 말이 일상화 될 정도로 “구라(gura)”가 넘치는 세상이 되었다.
기술력이 없어도
개발하지 않아도
오픈소스를 활용하여
**최소 기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만
만들어
투자를 받거나
회사를 팔거나
하는 일들이 상식이 되어버렸다.
오픈소스가 보편화된 2010년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IT 업종의 테마(광풍)는 3~4년 주기로 변했던 것 같다. 기억에는 (1) O2O (2) 블록체인 (3) 메타버스 (4) AI 같은 굴직한 키워드들이 민간의 외주개발 또는 정부과제의 제목으로 반드시 들어가야 했다. 그쪽 테마에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이 몰린 곳에 개발과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IT 종사자 또는 회사입장에서는 테마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생존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꾼 기술로 따지자면 AI가 당연 1순위지만 B2B 프로젝트(산업에 적용)만 따지자면 AI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지난 3년간 눈부신 변화를 이룬 것은 아쉽게도 “개인의 역량”이지 “산업의 변화”가 아니었다. 회사에서 AI를 도입했다는 곳을 보아도 ChatGPT 활용정도일 뿐이었다.
요즘들어 [AI 버블]에 대한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IT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밥벌이를 하는 입장에서 [AI 버블]이 아니라 독과점이라고 본다. 버블은 여기저기서 AI로 뭔가 하겠다고 거품들이 나와야 버블이지 빅테크 외에는 AI 비지니스를 찾아보기도 힘든 시장분위기에서 버블이라는 말이 우습게까지 느껴진다.
기업 솔루션 입장에서 AX는 시작도 못하고 사라지는 분위기이다.
Open AI의 행보는 AX 시각으로는 그닥 믿음을 주지 않는다.
단지 ChatGPT의 사용자가 많은 것이며 ChatGPT의 서비스가 좋아지는 것 뿐이다. 문제는 Gemini 3.0이 더 월등한 서비스와 기능을 일반인과 개발자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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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에서 가치를 파악한다는 것은 말만 쉽다. 현업종사자 또는 엔지니어들 조차도 가치를 이해하기 힘들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 수많은 “그럴 듯한 허수”들이 존재하고 “허수를 이용하여 세력을 키우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오픈소스 이후, 헤게모니를 “사업기획자나 투자자”들이 가지다보니 “기술에 대한 착시현상”이 이전보다 많아지게 되었다. 난이도와 가치가 비지니스 목표에 따라 “부풀려지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기술을 평가”하는 사람의 배경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라 목소리 높여 설명하는 사람들이 어디에 위치한 사람들인가? 그리고 그들의 목적은 무엇인가?를 평가하다보면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IT는 셀럽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셀럽이 왜 저런 말을 했는 지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만 시장을 읽을 수 있고
그 시장에 맞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LLM 이후의 세상이 예상보다 빨리왔다.
LLM의 한계를 보강하는 RAG, MCP와 같은 기술스펙도 산업에 적용되기도 전에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지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이제는 어떤 기술이 B2B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될 지, 기대보다는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 기다림이 길다보니 지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피지컬 AI이던 버티컬 AI이던 무엇으로 부르던 간에 “신규개발”이 활성화 되지 않는다면 산업은 존재할 수 없다.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674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