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 '구독 서비스'에 대해 요즘 드는 생각

가지지 못해도 괜찮다

by 아득

요즘은 뭔가를 구독하지 않으면 놓치고 사는 기분이 든다.
음악, 드라마, 책은 물론이고 커피 캡슐이나 반려동물 간식 같은 것도 정기적으로 도착한다.
언제부턴가 구독은 하나의 삶의 방식이 됐다.


구독의 특징은 소유의 느낌이 흐려진다는 점이다.
제품을 사면 내 손에 들어오고, 직접 고른 기억도 남는다.
하지만 구독은 그런 과정이 없다.
물건이 와도 내가 고른 건지, 왜 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구독은 끊기 어렵다.
존재를 잊고 있다가 어느 날 자동결제 알림을 보고서야 생각난다.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데 그냥 두는 경우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편리해서 구독한다고 말한다.
사실은 선택의 수고를 미루고 싶은 마음에 가까울 때도 있다.
매번 고르기 귀찮고, 직접 사러 가는 게 번거로우니 그냥 오게 해두는 것이다.
하지만 편리함이 반복되다 보면, 그 안에 있는 즐거움도 점점 희미해진다.

원래는 골라보는 재미도 있었고, 처음 열어볼 때의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구독이 익숙해지면, 박스를 열어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조차 신경 쓰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구독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더 이상 관심을 주지 않는 것들이 내 일상에 쌓여간다면
그건 좋은 소비라고 하기 어렵다.

소비란 결국 나의 선택이 들어가야 의미가 생긴다.
그 선택이 줄어들수록, 나와의 연결도 멀어진다.


가끔은 일부러 손이 가는 소비도 필요하다.
고르고, 고민하고, 직접 고른다는 감각이
내 취향을 확인하고, 나다운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

편리함 속에서도 스스로 고르는 수고를 잃지 않는 일.
그게 구독 시대에 필요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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