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흰머리)

처음으로

by 스무디


머리에 불쑥 삐져나온 흰머리들을 보았다.

처음 한 두개를 발견했을 때는 오히려 반가웠다.

나이가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관상은 건강해보이는 체격 덕에?

너무나 파릇한 청춘처럼 해야하는 일들이

... 힘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은 곳은 좋았지만

무언가 일이나 책임이 주어지는 관계로 엮이는 건

왠만하면 피해야 했다. 내 능력밖의 크고 많은 일들이 쏟아지기도 했었기에... 제대로 하지 않으면 논다는?듯한,.. 그런 말이 들려오기도 했다.


속속으로 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대가도 보상에 대한 요구도 당당히 하지 못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더 드라마가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처한 상황들이 상식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매일이 내겐 고군분투하는 사건사고 같기도 해서...


아이들에게 온전히 보살핌을 주어야할 시기에 잘 되지 않아 부족한 케어가 그대로 불안한 정서가 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때쯤 종합건강검진을 받아보니 호흡이 원활히 되지않아 폐활량이 심각하게 적다고 나왔다.

숨소리도 내기 어렵게 지냈던 것이다.


신장도 결석이 의심되고 무릎연골도 닳았고 척추도 병이 있어서 아픈거라고 들었다.

그땐 흰머리도 없어서 아프단 말도 조심스레 눈치보며 해야했다.


그래서 더 반갑다. 흰머리!


근데... 아직 어린 아이들이 나랑 같은 시기에 흰머리가 났다. 한두개가 아니었다.

미안하다... 얘들아.

이건 새치라고 해두자.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머리에 난 하얀 털은 단지 나이듦에 의한 표식이 아니라 환경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인가 보다.


속으로 고뇌가 많아지니 아이들한테까지

그런 영향이 은연중에 미쳤나보다.


그렇다면, 이건 마냥 반가워해서는 안될 현상이다.

엄마 속이 편해지면 너희들의 새치도 사라질까?

늬들은 이럴 나이가 아닌데...


문득, 단순해지자...를 반복해서 되뇌였던

20대 초반의 그 시절이 생각난다.

어떻게 보이면 어때? 일 좀 많이하면 어때?

아프지 않고 성장하는 사람이 어딨어?

그래! 그냥 건강이 최고니까!

Easy 하게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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