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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무디 Sep 13. 2024

참새의 꽁지

후회 없을 결정 하기

"그랬다면 사냥꾼의 손에 들려 탈출할 기회를 잃었을 텐데요?

이렇게 교장님도 다시 못 뵈고 굶어 죽어버렸을 것 같아요."     


"끔찍한 농담들을 정말 천연덕스럽게 하는구나. 넌 역시 병아리들과 어울리기에는 너무 위험해."   

  

"전 아빠처럼 살 수는 없으니까요.

살아있는 벌레를 먹는다는 건 언젠가 독수리한테 잡아먹힐 수도 있는 운명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셈이고요.

엄마처럼 먹이를 나르다가 일찍 병들고 싶지도 않아요.

형제들한테도 제가 찾은 안전한 먹이를 소개해 주고 싶다고요."     


목이 메인 듯 울먹이며 간절한 투로 말하는 참새를 보자, 오리도 찡~ 하고 코끝이 아렸다.

     

"그러면 약속 하나 하자꾸나. 그럴 수 있겠니?"     


"네, 뭔데요?"  

   

훌쩍거리던 콧물을 닦으며 참새는 둘이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반짝이는 눈을 하고 바라보았다.

         

"지금... 우리가 다다른 곳이 전에 살던 그 동네가 맞는 거 같지?“     


”교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저도 그런 느낌은 있었는데...“     


”껄껄껄~ 그래, 알았다. 너도 속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로구나. 말하면 아니라고 할까 봐?“     


”네. 혹시 내가 너무 간절히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헛것이 보이는 건 아닌가...“     


”아하하~ 그래! 네 정신이라면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  

   

”뭐라고요?“     


이제 참새의 눈에 오리는 처음 만난 그때처럼 다시 팍팍한 관리자로 돌아간 듯, 꼰대로 보인다.     

”여하튼, 그렇게 불친절하셔서 어떻게 예쁜 병아리들을 키우신다는 건지, 참!“     


그런 병아리를 어리고 철없는 아이 대하듯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오리다.   

  

”참,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이제 나는 병아리들의 교장이 아니야. 공식적인 자리를 수탉에게 물려주었기 때문에, 나를 보면 닭장 관리자가 숨기거나 들판에 그냥 내버려 둘 가능성도 있단다. 너도 그런 생각은 들지?"     

"네"     


"그 수탉 대신에 내가 다시 병아리 수업을 관리하게 된다면 너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마."

     

"제가, 그렇게 되도록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그래. 아까처럼 내 다리를 붙잡던가...

 으흠 내가 날개를 퍼덕일 때 그 아래 들어와서 몸을 숨기렴. 할 수 있지?"  

   

"네, 잘은 모르겠지만 해볼께요."     


"기특하구나! 자, 그럼...하나! '비행금지' 따라하거라."   

  

"네? 왜, 왜요?“     


”아, 여긴 병아리 수업이니까, 비행은 위험천만하고 나쁜 짓이란다.“      


”알겠어요. 비행금지!"     


"좋아~ 둘!"    

 

"잠깐, 잠깐만요."     


참새가 날개를 퍼득이며 오리 앞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꽁지깃을 뽑으면 균형을 잃어서 날 수 없을 거예요!"     


"너 정말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냥 절제력을 발휘하면 되는 건데...“     


”아녜요. 저도 모르게 요즘은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 때도 있거든요. 뽑아 주세요.“     


”정말... 후회 없겠니?"     


“네, 그럼요.”     


“병아리들과 어지간히도 어울리고 싶은 모양이구나.”  

   

“아무렴요~”     


그 속이 정말 괜찮은지, 괜찮은 척하는 건지 아리송할 만큼 참새는 그저 말을 줄이며

눈동자가 파묻히도록 실룩실룩 웃어 보였다.


겉보기엔 마냥 행복해 보이기 그지없었다.      




~ 수, 토, 일은 연재를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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