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수업으로 돌아가는 길
참새의 단호한 요청을 거부할 수 없던 오리는 꽁지깃을 어떻게 뽑아야 할지
먼저 수탉과 상의하기로 마음먹었다.
수탉도 비슷한 경험은 없겠지만, 오리가 추천하는 학생이라면
그렇게 해서라도 참새를 병아리 수업에 함께 하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거다.
희망으로 가득 채운 참새와 오리의 어둔 새벽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드디어,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손수레를 끄는 농부들은 밤새 먼 거리를 쉬엄쉬엄 내려오며 밤을 지새우는 일을 즐기는 듯했다.
이따금 콧노래도 부르고, 그다지 서둘러 속도를 내지도 않았다.
뜀박질로 달려도 괜찮을 법한 매끈한 길 위에서도 오리와 참새가 잘 있는지,
건초가 바람에 흩날리진 않는지 살피면서 조심히, 살살 수레를 끌고 왔다.
“이봐! 우리가 서둘러 출발한 것 같았는데, 벌써 하룻밤이 꼴딱 지났네!”
멀리 보이는 언덕, 하늘에 걸쳐 떠오르는 해를 보더니 한 농부가 말했다.
“그래봤자, 밤이니까 양계장 주인도 주무셨을 텐데, 더 일찍 도착해서 뭐 했겠나?
밖에서 심심하게 기다리느니 천천히 별빛 맞으며 오는 시간이 난 참 좋았네~”
“이 친구, 이거! 아주 낭만가가 다 됐구만. 허허~ 나도 실은 좋았네.
이 녀석들을 보살피느라 더 천천히 오기는 했지만 말일세.
얘네들이 이렇게 말똥히 깨어 있는데, 시간이 남는다고 해도 잠들지 못했을 것이네.”
참 따뜻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참새의 여린 가슴팍이 감동의 숨결로 오르락내리락했다.
‘설마, 우리가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지켜주느라고 그랬단 말인가!’
너울너울~ 생애 처음으로 파도타기를 하게 해준 사냥꾼이 생각나 참새는 또 울컥~ 했다.
이번에는 슬픔이나 억울함이 아닌 감격의 눈물이다.
인간들이 참새를 해치기는커녕 이렇게 보살피기도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격스럽게 다가왔다.
양계장에서 숨어 지내던 괴로움에 비하면 이곳이 안락한 둥지 같다는 생각에 이르러,
참새는 평온하게 눈을 감고 그 새벽의 기운을 즐겨본다.
그때, 마침...
손수레가 드디어 멈춰서고,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시골의 대문이라 대충 나무로 지은 것 같지만
마당을 넘어 집 안까지 울려 퍼질듯한 꾀꼬리 같은 초인종은 달려있다.
“아직 너무 이른가?”
“이 집 할머니가 원래 새벽 일찍 달걀을 꺼내러 나오시는데...”
“그럼 기다려보세!”
농부들은 어느 새 자신들의 할 일을 뒤로하면서까지,
이 작은 생명체의 안락한 거처를 찾아주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삐걱-
드디어 문이 열렸다.
할머니가 아닌 작은 남자아이가 나온다.
개구진 웃음과 장난기 가득한 몸짓으로 달걀을 찾아댄다.
“꼬꼬~ 꼬꼬야! 오늘도 하얀 알을 낳았니? 아니면 노란 알을 낳았니?”
노래하듯 경쾌하게 들리는 아이의 말 리듬에 농부들도 긴장했던 숨을 고른다.
“할머니 손주인가?”
“함 불러보세!”
그런데, 아이가 다가가는 곳은 양계장이 있는 하우스와는 반대편이 아닌가!
“얘~ 꼬마야!”
아이는 딱~ 한 번 두리번거리더니 농부들을 못 본 듯 그냥 지나쳐 마당 뒤 켠으로 간다.
“분명 달걀을 찾고 있는 게 맞지 않나? 따라가 봄세!”
“문부터 열어달라고 해야지!”
마음이 다급해진 농부는 날개를 꼼지락대며 잔뜩 움츠러들고 있는 어린 참새를
더 이상 손에 고이 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바닥에 내려지는 참새.
“이 녀석, 너도 여기가 맘에 든다면 혼자 도망가진 않겠지? 아직 잠든 오리도 다시 만나고 싶을 테고 말이야.”
‘어떻게 알지...? 내 마음 속을...’
참새는 비록 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들이지만
자신의 바람을 훤히 꿰뚫어 읽어 주는 듯한 그들의 태도가 여전히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래, 내가 그냥 저 마당 안으로 들어가 볼까?”
마당 문 앞에 내려진 채 총총거리며 움직여보던 참새에게
희번뜩~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 다음 회차에는 병아리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 행복한 추석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