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무디 Sep 26. 2024

참새의 케미

참새와 오리의 아웅다웅하면서도 정다운 케미스트리~

세트라니! 


수탉이 드디어 오리를 알아봤다. 


"잊은 것이, 못 본 것도 아니구나!"


 게다가 참새를 처음 보는 수탉의 눈에도 참새녀석과 오리의 케미가 꽤 어울려보였나 보다. 


오리는 버르장머리 없는 참새로 인해 피곤하게 다투고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수탉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딩~' 하고 머릿 속 참새와 쌓아왔던 지난 추억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그 녀석을 맨 처음 봤을 때의 일은 죽을때까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지저분하게 여기저기 묻어있던 모래가루들,

전체적으로 어둡고 칙칙하던 갈색 털.

흐리멍텅~ 마치 비라도 쫄딱 맞은 것 마냥 젖어있던 머리통과 눈.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쓰레기로 버려진 음식물들을 먹다가 그렇게  젖어버렸었다니!

정말 찝찝하고 귀찮다 못해 하찮아보이던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 단무지를 물들이려던 치자물에 퐁당~ 빠졌다 나와 누렁이가 된 채 돌아왔을 때에는

정말 기가차고 코까지 막힐 지경이었다. 


"어쩌자고 그런 짓을 저질러 버렸었는지... 쯧쯔쯔..."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이었다. 


"에효~ 그래도 그 덕분에 너는 참새둥지로 못 돌아가고 나의 단짝이 되었으니..."


"그러게 말이예요. 그 때 냄새 난다고 저를 진짜로 쫓아버리셨다면 어제처럼 교장님의 목숨을 구할 친구도 없었겠죠?"


그 험한 모험의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도 참새는 여전히 씩씩하고 천연덕스러웠다.


"쉽게 말하자면 넌 아주 뻔뻔해~ 앞뒤 도리 따위는 생각지 않지! 그저 먹고 살 길만 중요하단 태도 같구나."


애특하고 가엾어하는 마음 따위와는 사뭇 다른 오리의 말이었다.

이렇게 오리는 아직도 츤데레의 태도로 참새를 대했고, 참새는 그럴때마다 한 뼘씩 더 영리해지고 있었다.


 "양계장에 가야죠~ "


"이 오리 녀석도 자리가 있을까?"


역시~ 농부는 끝까지 선하게 참새와 오리를 지켜주는 수호천사 같았다. 


"이 노란 새인지 병아린지도 데려가 보고 말이야."


역시, 참새는 고개를 떨구며 눈가에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어쩔 줄 몰라 그저 훌쩍거리고만 있다.


"안돼! 내가 왜 저 녀석과 한솥밥을 먹어야 하지? 난 이미 저 녀석을 내보내고 병아리들을 통솔할 위치를 공고히 다졌는데 말이야. 내가 애써 질서를 바로잡은 병아리 수업에 이제와서 숟가락이라도 올리겠단 거야, 뭐야?"


수탉이 심히 불쾌했나보다. 

그래도 이 정도의 싸늘한 반응이 나올 줄은 오리조차도 짐작치 못했었다. 


괜시리 오기가 났다.


오리는 그제야 꿈틀~ 농부의 품에서 뛰어내릴 준비를 했고,

농부는 그런 오리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곧바로 땅 위에 내려주었다.


 "이렇게 쉽고 간단한 것을~"


참새는 자신이 내려오시라고 했을 땐 안 듣더니, 수탉의 울부짖음에 위기를 느끼고서야 내려오는 오리가 조금은 한스럽게 보였다. 


"흥~ 알아봤어요, 아직도 저를 깔보신다 그거죠? 흥, 칫!"


그래도 이들에겐 당장 양계장으로 들어갈 수 있냐 없느냐 하는 중차대한 문제가 놓여있기에 

서로 더이상 다투며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오리는 입을 굳게 다물었고, 참새는 날개를 접고 병아리인 척 흉내내느라 꽁지가 보이지 않도록 엉덩이를 땅위에 눌러 앉았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위태로운 시간이 ... 한 동안 조용하게 이어졌다. 



 

이전 24화 참새의 수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