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된 공간의 건축학

두려움에 내준 작은 양보가 어떻게 삶을 앗아가는가

by 나리솔


억압된 공간의 건축학


두려움에 내준 작은 양보가 어떻게 삶을 앗아가는가



​두려움에 내어준 작은 양보들은 언제나 자유의 커다란 상실로 이어진다. 하지만 두려움의 교활함은 그것이 결코 적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개 두려움은 조용하고 자애로운 모습으로, 부드러운 이성의 목소리를 빌려 찾아온다. 그것은 타협을 제안한다. '지금은 아니야', '여기서는 안 돼', '너무 튀지 마'. 두려움은 삶을 포기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삶을 아주 조금만 옆으로 밀어두라고 속삭일 뿐이다. 아주 살짝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목소리를 너무나 쉽게 믿어버린다.

​첫 번째 양보는 아무런 해가 없어 보이며, 심지어 신중하고 영리한 선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이것을 '조심성' 혹은 '성숙함'이라 부른다. 회의실에서 생생하고 대담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동료들의 차가운 시선을 감지하고 침묵하기로 결정한다. '아직 때가 아니야'라거나 '더 준비해야 해'라고 자위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저 어리석어 보일까 봐 두려운 것이다. 말하고 싶었던 문장을 삼키고, 방향을 바꿀 수 있었던 발걸음을 멈춘다. 그 순간 파국은 일어나지 않고 벽도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내면에는 희미한 그림자가 남는다. 소중한 무언가를 단기적인 안락함과 맞바꿨다는 배신감이다.

​두려움은 자유를 단번에 앗아가지 않는다. 대신 점차 좁아지는 공간 속에서 사는 법을 가르친다. 우리는 영혼이 울리는 선택이 아니라, 안전하고 '편안한' 선택을 하기 시작한다. 관계 속에서 이는 끊임없는 '자기 검열'로 나타난다. 사랑하는 사람을 서운하게 하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저녁 시간과 취미, 가치관을 타인의 편안함을 위해 반복해서 희생한다. 우리는 '좋은 사람'이 되지만, 그만큼 깊이 불행해진다. 세상은 좁아지지만, 그 속도가 너무나 느려서 우리는 그 비좁음을 아늑함으로 착각하며 적응해 버린다.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도 두려움은 조건을 내건다. 정말 마음에 드는 화려한 옷을 '나이에 맞지 않아서' 혹은 '너무 튀어서' 사지 못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서툴러 보일까 봐 두려워 춤을 배우러 가지도 못한다. 그렇게 우리의 몸과 이미지는 자기표현의 수단이 아닌, 타인의 시선이라는 창살로 만든 감옥이 된다. 우리는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용인된 것만을 선택하게 된다.

​자유의 철학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이 우리 삶의 설계자가 되지 못하게 하는 능력에 있다. 두려움은 인간 경험의 일부이며, 파괴할 수도 없고 파괴할 필요도 없다. 다만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결정할 권리를 두려움에게 넘겨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고요한 용기'다. 무릎이 떨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한 걸음을 내딛는 것.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때 "이것은 저와 맞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거창한 선언 없이도 나 자신을 선택하는 것.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숨이 막힐 것 같기 때문이다.

​자유의 미학은 이러한 작은 몸짓 속에 있다. 자유는 광장의 혁명 같은 모습으로만 오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이 숨 쉴 수 있는 내면의 허락, 그리고 타인의 눈에 '틀린 사람'이 될 수 있는 권리에 더 가깝다. 사회적 안락함이 자신의 개성을 불태워버릴 만큼의 가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위안은 우리가 깨달을 때 찾아온다. 그 어떤 양보도 영구적이지 않다는 사실 말이다. 두려움이 오랫동안 우리를 좁고 회색빛인 복도로 인도했을지라도, 우리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멈춰 설 수 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권리, 행동할 권리,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되찾을 수 있다. 단 한 걸음이라도 경계를 넓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한 걸음이 우리를 둘러싼 공간을 다시 생동감 있게 만든다.

​자유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자유는 우리가 다시 자신을 선택하기를 끈기 있게 기다릴 뿐이다. 두려움에 맞서서가 아니라, 창밖의 바람 소리처럼 두려움을 곁에 둔 채로, 그것이 우리의 길을 방해할 수 없음을 인정하며 걷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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