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워져, 더 부드러워져.

글쓰기

by 나리솔


부드러워져, 더 부드러워져.



내면세계를 돌본다는 것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도록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것이란다. 내가 예전에 말했듯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괜찮은 척하면 부정적인 감정은 결국 언젠가 터져 나올 거야. 그게 예기치 않게 아주 파괴적인 방식으로 터져서 너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릴 수도 있지. 그러니 감정은 적절한 선에서 흐르도록 허용하고, 온전히 받아들이며 인정해야 해. 수치심, 죄책감, 불안, 질투 같은 감정을 느꼈다면 자신에게 이렇게 다정하게 속삭여주렴. "아,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구나. 이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야. 나는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인간이니까. 그저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시도일 뿐이야. 나는 나를 이해해." 이것이 바로 감정의 자유이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강인 함이란다.


물론, 거기에도 한계는 있어. 그 선을 넘어버리면 감정의 폭탄이 터져 버릴 테니까. 사람들은 흔히 "이 정도는 괜찮아", "나보다 힘든 사람도 많은데 뭘" 하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그 한계의 중요성을 애써 과소평가하곤 해. 감기 시즌 전에 미리 비타민을 챙겨 먹듯이, 우리 뇌도 지치기 전에 충분한 휴식을 주어야 한단다. 이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야. 만약 마음이 힘들다면,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 먹고, 사랑하는 친구들을 만나고, 아름답고 흥미로운 것들을 보러 가렴. '이게 무슨 소용이야?'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 일상의 작은 휴식은 마음의 유연함을 유지하는 훌륭하고, 때로는 아주 '경제적인' 방법이란다. 심각한 감정적 상처에서 회복하는 과정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부디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어.


젊은 시절에는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강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 아마도 같은 이유로 난 늘 경력과 돈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 하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단다. 내면의 강함을 키우는 것만큼 마음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야. 그리고 마음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강인함이 아니라 바로 부드러움이야. 그러니 사랑하는 딸아, 마음껏 울고 웃으렴. 너의 모든 감정을 온전히 살아내면서 삶의 수많은 색깔들을 경험해 보렴.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엄마는 네가 너의 내면을 돌보는 데 결코 인색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몇 년 전, 젊은 의사 동료가 나를 찾아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어. 그녀는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만 끼치고 걱정만 안겨주는 것 같다고 했지. 어릴 적부터 뭐든 완벽하게 해내는 모범생이었던 그녀는, 좋은 성적으로 의대에 진학했고 학업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훌륭한 전문가가 되었어. 그녀의 삶은 마치 거침없이 질주하는 스포츠카처럼, 어떤 큰 장애물도 없는 매끄러운 고속도로와 같았기에 누구에게도 좀처럼 불평할 일이 없었지.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모든 것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단다.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상담 당시 5살이 된 아이를 낳은 그녀는 "부탁드립니다"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되었어.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하거나 회사 저녁 모임에 갈 때면, 아이를 봐주는 사람들에게 허리를 숙여 이렇게 말했지. "오늘 꼭 일찍 올게요. 아이 좀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만약 퇴근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죄송한 마음과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어. 게다가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소란을 피우거나 뛰어다니면,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엄하게 꾸짖고는 곧바로 사람들에게 연신 사과하곤 했어. 그녀는 지금까지는 혼자서도 모든 것을 잘 해냈는데, 갑자기 무기력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아 비참한 심정이라고 말했지.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듯 긴장 속에서 살아가는 엄마의 마음을 내가 어찌 모르겠니. 미래의 내 딸, 너를 키운다면 나 역시도 너를 충분히 돌보지 못할까 봐 매일매일 걱정하며 보낼 것 같아. 아무리 뛰어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엄마의 사랑이 가득한 누구라도 아이를 혼자서 키울 수는 없어. 끊임없이 도움이 필요한 엄마는 그 도움을 줄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만 한단다. 이런 과정을 겪다 보면, 사람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만 하는 '관계의 그물망' 안에 있는 존재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돼. 그 누구도,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 해도 끊을 수 없는 이 '민폐의 사슬'이라고 불러보는 건 어떠니.



작가의 이전글헛된 시간은 없어, 오직 너를 완성할 순간들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