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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꺼진 마음 속

넌 왜 그러고 난 왜 이러니

by emily

병가지만 휴가는 휴가.

분명 즐거웠다.

오늘 아침엔 말이다.


병원 들르고 백화점에 들러 애들 저녁에 줄 도시락을 살 때까지도 즐거웠다.

학원서 먹을 저녁 도시락 필요한 작은애에게 좀 멀쩡한 걸 먹인다는 생각도 기뻤다.

그리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커피숍에서 찐한 커피 한잔 마시며 이 생각 저 생각할 때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작은애가 하교 시긴보다 늦게 왔다.

수학숙제 안 풀린다고 징징대고 울고 화내고.


...

네 실력 부족한 걸 왜 나한테 화내?

다니지 마. 나 위해 공부해?

...


애가 더 울고 불고 말끝마다 토를 단다.

누가 보면 엄마가 야박하다 할지 모르겠지만 문제가 안 풀리면 가르쳐줄 때 집중해야지 왜 나한테 화내는지?

닌 애한테 잘하라고 압박한 적 없다.

아이가 크면서 명확히 애들과 선을 그은 부분은

내공부 아니니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학원은 항상 끊어줄 준비가 되어있다고.


둘이 난리치고 전쟁같은 20~30분을 보내고 애가 비상시 들고 다니던 내 신용카드도 뺏었다.

엄마의 호의를 권리로 아는 건 용납이 안된다.

야박하다는 남편 얘기에 한마디 했다.

효도는 안 해도 좋은데 인간 대 인간으로서 예의에 어긋난 꼴은 못 본다고.

그건 남편도 큰애도 다 해당된다고.


아이가 올 시간이 오고 있다.

보통 때면 아무 일 없는 듯 안아도 주고 수고했다 해주겠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다.

크면 아려나. 나를 갈아 넣어하는 육아에 나는 감사함을 요구한 적 없다.

그저 화풀이 대상, 식모로 취급하지 않길 바랐을 뿐.


#엄마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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