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02. 2018
행복 by 정현종
산에서 내려와서
아파트촌 벤치에 앉아
한 조각 남아 있는 육포 안주로
맥주 한 병을 마시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아 행복하다!
나도 모르겠다
불행 중 다행일지
행복감은 늘 기습적으로
밑도 끝도 없이 와서
그 순간은
우주를 온통 한 깃털로 피어나게 하면서
그 순간은
시간의 궁핍을 치유하는 것이다.
시간의 기나긴 고통을
잡다한 욕망이 낳은 괴로움들을
완화하는 건 어떤 순간인데
그 순간 속에는 요컨대 시간이 없다
의도적으로 맞춘건 아닌데
맥주 한 병 시키고 시를 읽어보니
세상에!
딱 지금 이 순간!
나는 오늘,
맥주 한 병 비우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아!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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