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사우디 생활 회고와 2025년의 시작
지금은 사우디 리야드, 2025년 1월 13일. 새벽 4시 29분.
작년 결혼기념일 (11/14일) 이틀 전에 글 쓴 이후로 두 달이 훌쩍 지났다. 그리고 2021년에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벌써 만 4년이 다 되어 간다. 그리고 이번 글이 100번째 글이다.
2000년 초반부터 인터넷에 글을 남기기 시작했고 그동안 싸이월드, 네이버, 이글루스, 등 많은 곳을 거쳐서 브런치에 도착했다. 2000년 중반까지는 익명으로 활동하던 시기였고, 나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기에 편하게 혼자만의 공간에서 글을 남겼었다.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나 이글루스도 간간히 내 프로파일을 공개한 적도 있지만 브런치는 뭔가 좀 다른 느낌이 있었다.
어디 공개하기에 부끄럽기도 하지만 내 삶의 궤적을 돌아보는 매개체로, 익명으로 편하게 쓸 수 있다는 장점에 현재의 삶에 많이 감사한 마음으로 40여 년의 삶의 여정을 요약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도 모르는 공간에.
그런데 이제 어느덧 구독자가 93명이나 되었다. 처음에는 구독자가 생기는 게 신기하면서도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사회적으로 아주 유명하지는 않지만 내가 속한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기에,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쓴다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내 글에 누가 공감해 주시고, 나도 브런치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을 수 있어서 사람 향기가 나는 곳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어느 날은 새벽까지도 글을 읽으면서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면서 뭔지 모를 위로가 되었다.
처음 브런치를 쓰고 나서 내 개인 생활 이야기, 주로는 2020년 10월에 사우디아라비아로 오게 된 이후에 남긴 일기들을 정리하고 요약해서 매달 올리는 게 가장 많았다. 최근에는 내가 일하는 분야에 대한 글도 남기기도 했었고.
작년 11월 이후에 글을 쓰지 못한 것은 학교일과 가족일에 집중을 하다 보니 차분히 글을 쓸 여유를 가지지 못했다. 그간 논문도 새롭게 3-4편 투고하고 리뷰하고 12월 말까지 기말고사 준비하고 평가하고 1월 초까지 장인장모님이 사우디에 방문하셔서 모시고 연초에 이스탄불에 다녀오고.
여기 브런치와는 별개로 매일 별도 PPT에 우리 가족 일기를 쓰고 매년 한 권씩 책으로 만들고 있다. 요 몇 년은 책으로까지 만들지 못했지만. 2024년 우리 가족생활 일기를 보니 수신(운동, 어학)을 제외하고, 제가, 치국, 평천하의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다. 2024년 1월에 이스탄불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돌아와서는 한 동안 방황도 했다. 하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좋은 일들이 생기고 아이들도 여전히 학교에 잘 다니고 있어서, 2025년의 시작은 또다시 이스탄불에서 새해를 봤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낼 것 같다.
2024년에 학교에서는 8월에 Program Director로 승진하면서 Higher Diploma와 Master Program을 총괄 관리하게 되었다. 2020년 10월에 학교에 온 이후 2021년 3월 센터 설립, 2021년 11월 랩 부서장 승진에 이어서, 또다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었다.
2025년에도 가족 모두 건강하고 브런치 지인분들도 모두 건강하고, 엄청난 성장은 아니더라도 차근히 한 계단 씩 올라갈 수 있는 그리고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면서도 나도 조금은 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