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막. 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로의 도전.
평소에도 꿈이 국제기구와 같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주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제 박사를 끝나면 다음 단계는 온전히 저의 판단에 의해서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 미리 제 이름으로 된 영문 웹 사이트를 개설하고, 해당 웹 사이트에 외국 전문가들을 벤치마킹해서 프로필과 했던 업적들을 정리했습니다. 그것이 2019년 8월에 유엔마약범죄사무소 (UNODC)에서 강사로 초대받았을 때 제가 준비한 영문 프로필을 바로 전달할 수 있었고, 기회를 얻어서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가서 유럽과 중앙아시아 교수들을 대상으로 UNODC의 프로그램을 강의하는 영광스러운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 6월 말, 대학교 원장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사우디 대학에 대한 정보였습니다. 혼자였으면 결코 결정을 하지 못했겠지만, 가족과 상의를 한 끝에 가족 모두 적극적으로 동의해 주고 지원을 해줘서 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미리 준비한 15페이지가량 되는 영문 프로파일을 전달해 줬더니 바로 다음날 면접 보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해외라고는 출장으로 몇 달씩 나가본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어려움은 꽤 컸습니다. 1차 학과장과 영어 면접을 Skype로 보고 나서 옆에 있던 영어전공한 와이프가 그냥 한국에 있어야겠다고 할 만큼 처음에는 어려웠습니다. 다행히도 학과장이 다음 단계로 통과가 되어 Senior Management 면접을 다음 주에 보자고 했습니다. 그 와중에 서로 조건이 맞지 않아서 가지 않겠다고 했더니, 학과장이 그럼 예정된 Senior Management 면접은 보지 않을 거냐고 물어보길래, 거기서 또 한 번의 인생의 중요한 전환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예의상 잡혀 있는 면접은 학과장을 봐서라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일단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학과장이 그럼 Senior Management 면접 보고 나서 조건을 또 이야기해보자고 하고, 최종 면접에 정장 차림으로 깔끔하게 준비해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나씩 잘 설명했습니다. 다행히도 최종 합격하였고, 조건도 어느 정도는 맞춰줘서 가족 모두 사우디아라비아라는 미지의 나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15막. 새로운 시작
사우디에 와서도 역시 좌충우돌의 연속이었습니다. 제가 속한 센터는 영어가 공식어이지만, 대학교와 생활은 모두 아랍어가 공식어이기 때문에 아랍어에 대한 어려움과 영어에 대한 어려움, 그리고 수업 준비나, 평가 등이 모두 글로벌 스탠더드를 요구하기 때문에 정말 초반에는 꽤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제가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면서 노력한 끝에, 2번의 대학교 총장님 보고에서 매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INTERPOL에 초대받아 발표를 하면서 감사 편지도 받고, ITU-T에 대한 강의 준비, UNODC와의 워크숍 등 20대 중반부터 꿈꾸던 그러한 국제기구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아랍어는 알파벳 밖에 모르고, 여전히 영어로 회의하면 100% 들리지 않지만, 한국인이 전 세계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 인정하고 있고, 특히 사우디에서는 선배님들 시기에 한국인들에 대한 인식이 좋기 때문에, 향후 후배들을 위해서, 특히나 사이버보안 분야의 후배들을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