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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하 Apr 17. 2024

리추얼을 하며 나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인터뷰] 치즈의 인문학 독서 & 글쓰기 리추얼 이야기 

Q. 치즈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치즈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고, 닉네임처럼 발효를 꿈꾸며 성장보다 성숙을 지향하려고 해요. 요즘은 스스로를 이해하는 것에 가장 힘과 에너지를 쏟고 있어요. 밑미의 철학에 깊이 공감하고 여기저기 다 따라다니면서 밑미에서 언급된 것들이라면 허투루 흘리지 않는 밑미 러버예요. 


Q. 스스로를 밑미 러버라고 지칭해주신 메이트님, 너무 반가워요!! 치즈님의 밑미를 만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해요. 

밑미를 알게 된 건 작년 1월 퇴사를 준비할 때쯤 인스타 알고리즘 덕분이었어요. 일이 안 맞아서 상담도 받고 퇴사를 고민하다가 휴직을 결정하기로 했던 때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일도 힘들었지만 제 안에서 일었던 자기 이해 욕구를 알아차리지 못해 힘들었던 것 같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서 버티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알고리즘이 추천한 밑미를 알게 되고 대표님 인터뷰나 밑미 기사도 많이 살펴보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Q. 밑미 홈지기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밑미를 지켜보시다가 홈지기를 시작하신건가요? 리추얼보다 홈지기를 먼저 시작하시게 된 이유와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그때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에 주저함이 있었고 용기가 부족하기도 했어요. 작년 상반기 밑미 홈지기 모집도 봤지만 신청하지 못하고 쭈구리고 있었는데 로컬살기 프로그램에서 밑미 홈지기를 이미 하고 있는 아용구리님을 만나서 밑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그때의 인연으로 아용구리님 초대를 받아 밑미홈에도 방문하게 되고 심야 밑미에도 참석하게 되었어요. 그날 정확히 기억나요. 6월 30일이었어요. 

‘ㅇㅇㅇ과 헤어질 결심'이라는 주제로 심야 밑미를 했던 날인데 같이 음악도 듣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인터뷰로 찾아봤던 밑미 대표님도 함께 대화를 하게 되고 관심 있는 책 이야기랑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너무 좋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완전 더 딥 다이브를 했죠. 그러고 얼마 후 밑미 홈지기 모집 공고를 보고 이번에는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7월에 바로 신청했어요.


Q. 치즈님이 밑미를 알고 홈지기를 할 수 있게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이끌어준 것 같은 느낌이에요. 치즈님의 리추얼에 대해 이야기 나눠주세요.

저의 첫 리추얼은 아마 8월이었던 것 같아요. 7월에 밑미의 나잘몰(나도 나를 잘 몰라)파티에서 전야제와 맛보기 리추얼을 해보고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 만들기' 리추얼을 신청했었어요. 메이커인 융님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고 밑미도 워낙 좋은 분들이 많으니까 좋은 사람들이 연결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 신청했어요. 저는 밑미를 오프라인에서 먼저 경험하고 온라인으로 넘어가게 되었어요. 


Q. 밑미의 오프라인을 먼저 경험한 메이트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실 것 같아요! 첫 리추얼은 어떠셨어요? 

오래되기도 하고 밑미의 시그니처 리추얼이라 그냥 한번 해볼까 싶어서 신청했는데 너무 좋았어요. 럭키하게 메이커님이 발리에 다녀오시고 요가를 하는 오프라인 밑업(모임)을 하셨는데 타이밍이 잘 맞아서 참석할 수 있었어요. 치어리더님이랑 음악 취향도 비슷해서 서로 연결된다는 느낌도 재미있었고 분위기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좋은 느낌에 이어 다음 달에도 신청하려 했는데 빠르게 마감이 되어 신청하지 못했어요. 그 뒤에 다른 리추얼을 2개 정도 하고 작년 12월부터 ‘인문학 독서 & 감정일기' 리추얼을 4개월째 지속하고 있어요.  


Q. ‘인문학 독서& 감정일기' 리추얼은 어떻게 신청하게 되었어요? 

이 리추얼도 시작은 오프라인이었어요. 작년 11월 말쯤 프리랜서 워케이션을 춘천에서 한다고 해서 참여했는데 랜덤 리추얼 박스를 뽑아서 리추얼을 체험해 보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때 여러 개의 리추얼을 했었는데 그중 하나가 지금 리추얼이에요. 에리히 프롬 책의 문장을 필사하는 것이었는데 제가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아닌 밤에 시간을 내어서 문장을 적어 보니까 엄청 새롭고 진짜 나랑 연결되는 느낌이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저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 읽은 부분 중에 문장을 뽑아서 남기는 것이 조금 어려웠어요. 욕심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에리히 프롬 문장은 제가 고른 것은 아니었지만 필사하며 손으로 쓰는 행위는 깊이 있게 집중할 수 있는 느낌이 들었고 뿌듯한 느낌도 들었어요. 그리고 바로 리추얼을 신청해서 시작했어요.  

Q.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어지는 치즈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타이밍이 너무 잘 맞게 연결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리추얼을 하면서 스스로가 느낀 변화 같은 것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감정일기는 리추얼을 하면서 처음 해봐서 조금 어려웠는데 계속 쓰다 보니 어떤 감정을 느꼈을 때 이따 일기에 써야겠다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어요. 살짝 메모를 해두기도 하구요.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어떤 상황에 화가 났었는데 이전의 저 같았다면 친구한테 이야기를 하면서 감정을 해소했을 것 같은데 요즘 감정일기를 쓰고 있으니 글을 써서 해소를 해보자싶어서 일기를 썼어요. 일기를 쓰다보니 내가 지금 화가 난 게 아니라 약간의 불안함과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리고 거대한 무언가가 아니라 차근차근 하나씩 해결할 수 있다는 해결방법도 발견했구요. 그게 좀 짜릿했고 혼자 해결할 수 있다는 느낌, 스스로한테 귀 기울이고 이해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있는 것이 변화라고 생각해요. 리추얼을 통해 이런 방향성을 가지게 되고 스스로를 좋아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 그리고 리추얼을 하면서 독립도 결심하고 실행할 수 있게 되었어요. 계속 망설이고 있었는데 감정일기를 쓰면서 처음 해보는 게 두려워서 결정을 미루는 방어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어요. 과거의 나와 마주했을 때 지금 나한테 내릴 수 있는 극약처방이 독립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Q. 독립을 축하해요!! 치즈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치즈님이 리추얼을 하시면서 소개하셨던 것처럼 성숙해 가는 과정의 문을 열었다,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맞아요. 현재의 저를 좋아할 수 있게 되니까 과거의 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과거에 왜 그랬어! 이런 게 아니라 안타깝다, 힘들었겠다 싶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나를 점점 더 좋아하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전에는 미래 몰라 그냥 살다 보면 살아지는 거지 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구체적이지 않지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과 기대가 생겨요. 

 

Q. 치즈님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에요? 인문학 독서를 통해 많은 책들을 읽어오신 것 같아요. 리추얼을 하며 읽은 책들 중에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무엇인가요? 

2월에 메이커인 하빈님이 ‘올 어바웃 러브(All about love)’라는 책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는데 에리히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잇는 사랑에 관한 고전이라고 해서 열심히 읽었어요. 이 책에서는 사랑을 하려면 스스로를 사랑을 해야하고 그 토대에 자존감이 있어야한다고 말해요. 그리고 이 책에서 중간에 용서와 수치심이라는 키워드가 나왔는데 그 단어에 꽂혔어요.  

이전에 상담을 받을 때에도 상담 선생님이 수치심에 대해서 파보면 좋겠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책에서 단어를 발견하고 수치심에 대해서 더 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도서관에 갔는데 ‘수치심'이라는 책이 있는거예요. 살짝 살펴보니 알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어서 읽기 시작했어요. 제 생각에는 아까 말했던 사랑-자기애-자존감-수치심이 이렇게 연결되는 것 같아요. 제가 스스로를 생각했을 때 주저하게 되는 부분들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정확히 이름을 붙이진 못했지만 수치심이라는 큰 스펙트럼 안에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어요. 


제가 느꼈던 순간의 감정들에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되니까 스스로를 이해하는데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복잡하고 정리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사실 자존감이 반대되는 개념인 수치심이 아니라는 것, 수치심의 경험을 제대로 맞서게 되면 더 나은 존재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어떤 부분에서 수치심을 느꼈다는 것은 기대하는 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니 메타인지를 통해 나의 약점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것에 짜릿함을 느꼈어요. 스스로가 나의 안 좋은 점이라 생각했던 것을 바꿔보니 제가 나아갈 점이었던 거죠.  

책 ‘올 어바웃 러브(All about love)’에서 사랑을 행동하고 실천해서 확장하는 것에 대해 말해요. 지금 우리는 나를 사랑하는게 힘들어서 남을 사랑하는 것도 당연히 힘든 시대라고 생각해요. 나를 사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마음이 확장되어 사랑의 행동과 실천으로 이루고 싶은 마음, 그 사랑을 소중한 사람들이랑 나누며 또 다른 사랑의 확산을 도모하는 삶으로 꾸려나가고 싶어요. 이게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에요.  


Q. 밑미메이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나요? 

방금 말했던 ‘올 어바웃 러브(All about love)’와 ‘수치심'을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들을 읽으면서 신기했던 것은 요즘 제가 읽는 어떤 책이든 리추얼로 연결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는 것이에요.

저는 일과 삶이 연속선상에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이게 정답처럼 이야기를 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는 나의 성취감과 자아 존중감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 꼭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정리가 되었어요. “일이 아닌 곳에서도 진짜 나의 모습을 만나고 자존감을 실현시킴으로써 나로 존재할 수 있다. 나의 목표나 기대를 구체적이든 추상적이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공간을 누리는 매일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너무 리추얼인거예요. 

여행을 가서 좋은 점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나를 볼 수 있다는 거잖아요. 여행 가서만 할 수 있는 것을 일상 속에서도 할 수 있게 된다면 진짜 삶을 여행으로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저한테는 책을 읽고 리추얼하는 것이 그런 경험인 것 같아요. 



Q. 밑미 러버이신 치즈님도 리추얼을 지속하는데 어려운 순간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인증글을 못 올리는 날도 가끔 있어요. 예전의 저 같으면 몇 번 인증글을 못 쓰면 그냥 안 해버렸을거예요. 요즘도 가끔 길게 적고 싶은데 정리가 안 되면 인증글을 못 쓸 때도 있어요. 그래도 그 다음으로 나아가고 리추얼을 지속하는데 영향을 주지 않아요. 하루는 못 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리추얼을 안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책을 읽고 나를 바라보는 흐름을 잘 가져가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리추얼 계속 하려고 해요. 


Q. 치즈님에게 리추얼은 어떤 것인가요?

요즘 읽는 책 어디에나 등장하는 어느 새 뼛 속 깊이 공감하고 전율하게 된 우리 삶의 필수품. 나의 가치와 기대에 맞춰 살아야 자존감이 발달할 수 있는데 내 가치와 기대, 스스로가 누구인지 알게 할 수 있는 방법.


Q. 메이트가 소개하는 우리 리추얼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 책에서 읽은 귀중한 글귀만 쏙쏙 뽑아서 매일 인증글들을 올려줘요. 책을 읽는 동안 나를 만나고 감정을 적어내려가면서 따뜻하고 힘이 나는 이해와 수용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요. 

그냥 책을 읽고 싶은 사람, 간접 독서로 서로 다른 책을 접하기를 원하는 사람, 그냥 나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 다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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