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려도 함께

by 오후

'창작'하면 흔히 떠올리는 말이 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유명 미술가 피카소도 디엘로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60여 번 습작하였으며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말을 남겼다.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보고 듣고 습득하는 모든 배움이 모방에서 시작되고 흩뿌려진 문화, 생활, 환경의 토대 위에 자아를 찾아가는 우리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로부터 새로운 것을 덧입히며 발전을 거듭해 왔기에 무에서 시작된 완전한 새로움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나 AI 도구가 활성화 중인 지금 같은 시대에 이 말은 조금 찝찝한 면이 있다.

프롬프트 조합으로 스포이드처럼 각각의 특징을 추출해 이미지를 제작하는 것을 넘어서 화풍을 학습시켜 원작자가 그린 것 같은 이미지를 생성하는 미드저니를 바라볼 때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래 좋아, 다른 건 다 되어도 캐릭터 유지는 어려워. 동화책이나 시리즈 물은 만들기 힘들지. 역시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을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이 존재한다니까? 라며 그저 한 시대를 풍미하는 재미있는 놀이 툴로 머물렀다 지나가리라 여기는 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그것도 옛말이 되어버렸다. 수요가 많은 곳에 기술은 발달하기 마련인지라 불가능한 영역이 사라지고 있다.

AI가 대두되고 저작권에 관한 의견이 분분했다. 아직까지는 생성물에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적은 수고로 높은 퀄리티의 다양한 안을 얻고 싶은 업체와 기업들이 공모전과 광고 영역에 이를 도입하며 상업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어 가고 있다.

2차 저작물과 다름없어 보이는 거대 콜라주 같은 생성물을 마주할 때면, 생성자의 아이디어로 재창조의 과정을 거친다고는 하지만 이를 어디까지 창작의 영역이라 볼 수 있고 활용이라 볼 수 있나 고민하게 된다. 챗GPT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게 만들어줘 하면 알아서 프롬프트며 스토리며 차트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뽑아주고 이를 다른 AI 도구를 활용해 Creat 버튼만 클릭하면 생성물이 만들어지는데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역할이 과연 창작자라 할 수 있는지, 디렉터는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아주 간단한 프롬프트로 *음악이나 **이미지를 뚝딱 만들어내는 AI 도구 역시 시대, 장르, 코드, 화풍, 디테일한 디렉션이 첨가된다 할지라도 이미 창작된 작품들의 소스를 훔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참조 작품은 누군가의 노력이 들어간 결과물이며 활용 퍼센티지에 따라 원작자에게 비용이 지불되는 시스템이 아니기에 oo스타일 이렇게 제작된 생성물을 마주칠 때면 마음이 까쓸거린다.

재미로 하는 건데, 상업적 활용도 아닌데 그게 문제가 돼?라고 묻기도 어려운 게 모든 사업이 이젠 커스텀을 향해가는데 상업적 사용만을 불편해해야 하는 것이 맞나 싶기도 하다. 수익이 실현되지 않았을 뿐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한 개인 사업자도 많은 실황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뷰티 앱 정액제만 하더라도 사용자가 자신의 사진을 개인 SNS에 올리는 것인데도 비용을 지불하고 음원 역시 재판매가 아니라 개인 감상이라 할지라도 요금을 내는데 유독 이미지만 창작자에게 관대함을 요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우기 어렵달까.


조화롭거나 힙한 믹스 앤 매치도 능력이겠지만 그로 만들어진 생성물이 원작품보다 더 많은 인지도나 수익을 얻게 될 때. 시간을 쌓은 수고로운 노력을 거친 세상에 많은 원작자들은 허망함을 느낀다.

작품을 알리고 싶으면 세상에 공개해야 하는데 이렇게 발전한 테크놀로지 시대에 오롯이 양심이라는 것 하나에만 의지하기엔 좀.... 체계화된 시스템의 테두리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미지에 독을 푸는 프로그램 개발 소식이 반갑기도 했지만, 원작자는 이 과정을 한번 더 거쳐야 한다는 점, 이미지에 손상(독을 푸는 강도가 높을수록 이미지 학습은 오류가 생기게 만들 수 있지만, 작품에 눈에 띄는 변화를 일으킨다 - 화질이 깨진 듯한 이미지)을 줄 수 있는 점, 이런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원로 작가들은 이를 알기도, 적용하기도 어려운 점에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한 편에선 이렇게 저작자의 권한을 지켜주려는 건강한 움직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어요?

초보자에게 실력을 늘리고 싶으면 모작을 많이 하라는 말이 있는데, 그건 어차피 따라 해도 원작과 같을 수 없고, 시간과 노력이 쌓이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진 고유한 선과 취향이 가미되며 스타일이 만들어진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사람의 실력과 다르게 오차 없이 그대로 특정스타일을 구현해 낼 수 있는 0과 1로 구성된 세상에선 누가 원조 맛집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먹자골목처럼 변해가는 중이다. 작품 모방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단한 실력자들 역시 작품 공개를 사릴 수밖에 없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비용, 시간 절감, 생산성 측면을 고려하면 생성형 AI 도구를 차용하는 곳이 느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이디어를 가진 모두가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어렵지 않게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매력적인 도구임에도 틀림없고. 추세가 그렇다면 활용되는 원작물에 퍼센티지에 따라 적은 금액이라도 로열티가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의 발전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는 건 어떨까. 어렵고 오래 걸리더라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생성이 누군가의 몫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상생하는 길로 들어선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니겠나.



*Suno AI - 간단한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음악 작곡 · 생성 인공지능

**DALL-E, Stable Diffusion, Flux AI, Ideogram, Playground, Midjourney -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 Nightshade 이미지에 독을 푸는 프로그램으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Nightshade 홈페이지

Nightshade 다운로드 (Windows 10/11)

Nightshade 다운로드 (MacOS - Apple Sili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