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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Nov 08. 2023

당신의 존재가 빛날 수 있는 곳

[서울 이데아] 작가 이우 인터뷰 (1)


오후 : <서울이데아>의 작가 ‘이우'님을 찾아왔습니다. <서울이데아>뿐만 아니라 이전에 내셨던 작품들까지 같이 두루두루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작가님께서 직접 자기를 소개해주시겠어요?


https://youtu.be/UJHMQTr0TKI?si=_XCnrs2m2OyYzpwt      

이우 :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 이우'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7권의 문학작품들을 출간했고 개인적으로는 <몽상가들>이라는 출판사도 운영하고 있고 <몽상가들 아카데미>라고 여기에서 강의나 독서모임 그리고 화가들의 '드로잉 클래스' 같은 것도 운영하고 있고 또 <문학서울>이라는 소설가들의 모임을 이끌기도 합니다.  

    

오후 : <문학서울>은 어떤 모임인가요?      

이우 : 소설가들이 굉장히 파편적인 존재들이거든요. 잘 교류하려고 하지 않고, 은둔해 있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소설가의 이미지에 대해 물어봐도 보통 골방에서 글 쓰는 사람들로 알고 있잖아요? 그게 어느 정도 맞긴 하거든요. 그런 절대적인 고독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이 연대가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세상에 있는 노동조합이나, 그리고 '연대'하는 사람들 그리고 중세 시대의 길드, 이런 것들이 연대하면서 성장해 나갔거든요. 학술지 <사이언스>나 <네이처> 같은 경우도 과학자들이 같은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의 이론을 펼칠 수 있는 학술지를 만들자'해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이런 연대로부터 무언가를, 연구성과를 발표할 수 있는 어떤 장을 만든 거잖아요. 그것처럼 <문학서울>도 젊은 소설가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조금씩 정진하고 있는 ‘소설가들이 모여서 연대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 토론하면서 집필하게 된 것을 하나의 책으로 엮어 보자’ 이런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후 : 지난번에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첫선을 보였던 거죠? 부스가 정말 멋졌습니다.      

이우 : 저를 갈아 넣은 거라서요. 세상의 모든 일은 사람을 갈아 넣으면 멋있게 된다고… 하하. 

    

오후 : 국제도서전에서 <서울 이데아>을 처음 보고, 그때는 사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첫 장을 읽고선 ‘내가 섣부르게 생각했구나’ 알았죠. 물론 이제 그런 요소가 있긴 하지만, 이 소설은 인간의 실존적인 고민, '내가 뿌리내릴 곳이 어디인가?' 하는 고민들이 담겨 있는 소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우 :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로서 느꼈던 점은, 제가 역사를 전공하고 좋아하다 보니까 시대와 시대를 좀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한국전쟁 후반이나 20세기 초만 해도 우리나라는 거의 성씨 사회 위주로 움직였잖아요. 집성촌도 있었고. 저는 집성촌과 성씨로 모여 살던 시대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크게 없었을 시대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왜냐하면 나의 소속감이 너무나 분명했던 시대였다고 생각해요. 나는 어느 성씨의, 어느 가문에 몇 대, 무슨 공파의 누구의 아들이며 누구의 둘째 아들이고,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나의 고을 이런 데서 잘 벗어나지 않는 시대였잖아요. 오늘날은 구획화된 아파트, 도시는 어디 가도 삶의 형태가 똑같잖아요. 성씨 사회는 이제 끝난 지 오래고 핵가족 시대로 접어들었어요.

 1인 가구도 많다 보니까 전통적으로 우리를 우리의 정체성을 잡아주던, 소속감 잃어버린 시대 같더라고요. 서울로 올라온 젊은이들이 소속감이 하나도 없잖아요. 요즘 핵가족화 된 사회들 전통시대와 단절되고.

 오늘날 표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요즘 세대가 SNS에 굉장히 열을 올리고 나의 이야기, SNS를 통해서 나를 정립해 가는 시대잖아요. 이런 현상들이 많이 나타나는 게 기존의 소속감이 와해되면서, 반작용으로 나를 정립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서울 이데아> 같은 경우는 저의 경험과 관찰과 사람을 만나면서 이렇게 아이디어들을 얻었어요. 사람들이 '나의 소속'을 찾기 위해 많이 헤매는 것 같더라고요. 동아리도 두드리고 직장을 다니지만 정작 직장에는 소속감을 갖고 싶어 하지 않고 게임을 하면서 소속감을 얻고 싶어 하고 현대인들이,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이 시대에서 나를 어떻게 정립해 가는가를 추적해 보고 싶었던 소설이에요.  

    

오후 : 제가 분명히 소설을 다 읽었는데 작가님 얘기를 들으니까 다시 이야기가 재구성되는 것 같아요. 잘 찾아온 것 같습니다. 작가란 '세상의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이 ‘이런 생각을 한번 했으면 좋겠다’라는 의도가 있으셨다면?      

이우 : 말씀하신 것처럼 소설가는 이 시대의 현상, 이 시대에 나타내는 어떤 징후들을 포착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신채호 선생님께서 '我와 非我'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셨는데, 저는 이 소설을 통해서 나와 세상이 어떻게 의미 있게, ‘세상이 어떻게 나의 세상으로 인식할 수 있는가'에 문제를 이 소설을 통해 제시하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아까 말했던 소속감이 인간에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저는 소속감을 제 자신으로부터 배제시켰던 적이 있었어요. 소속감 없이 나는 어떤 존재인가? 국적을 빼보고, 나의 가문을 빼보고, 나의 출신을 빼보고, 그럼 나는 홀로 본연의 '존재'로서 존재할 수 있는 '존재'인가? 이런 고민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소속감을 부정하고 나를 정립하는 게 가능할까,라는 인간실험을 했던 적도 있거든요.     

 나만의 사상을 갖추고 멋진 소설가가 돼 보려고 했던 시기도 있었는데, 저는 그런 인간 실험을 하면서 인간이 소속감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오늘날은 소속감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국적도 바꿀 수 있고 좀 많이 나가자면 성별도 바꿀 수 있는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정말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됐더라고요. 나의 거주지라든가 이런 것들이 제한이 많이 없어진 시대예요. 과거와 비교해 보면 나를 내가 원하는 대로 정립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생각을 해요.     

주인공 '준서' 같은 경우도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기 위해서 모로코라는 세계에서 살다가 스스로 한국으로 오거든요. 한국 국적을 택했던 교포로 나오는데 자기의 정체성을 새로 정립하기 위해서 파리에서 유학하던 대학생 신분도 버리고 서울로 완전히 오게 됩니다. 준서의 여정-나의 소속감을 통해서 정체성을 찾으려는 시도처럼 내가 어울리는 세계 내가 인정받을 수 있는 세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인간이란 식물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분갈이를 하잖아요. 분갈이 위치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식물은 베란다에 놨는데 잘 안 자라고 해가 적당히 드는데 놔야 잘 자라는 것처럼 사람도 꽃피우고 존재감을 많이 느끼고 행복한 장소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간 살아온 여정을 보면 제가 불행했던 그런 장소도 있고 암울했던 장소도 있고 내가 인정을 많이 받았던 장소도 있는데 그것처럼 계속 내가 세상과 유기적으로 더 호흡할 수 있는 세계로 계속 찾아가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를 인정해 주고 받아들여 주고 나의 따뜻한 고향 같은 대지가 돼 주는 곳으로 인간은 계속해서 찾아가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여정이 소속감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독자 여러분들도 준서의 그런 소속감을 찾아서 방황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내가 어울리는 세계가 어디인가'를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오후 :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씀입니다. 최근에 제가 본 영상 중에 엄마가 아이에게 보석을 하나 주면서 팔아 보라고 해요. 아이가 전당포마다 물어보는데 가격이 천차만별이었어요. 그중 제일 비싸게 부르는 데가 있어 엄마한테 얘기했더니 이렇게 말해요. '너의 인생도 마찬가지란다, 너의 가치를 가장 잘 알아주는 사람들과 만나거라'라고….

 <서울 이데아>의 주인공은 '준서'이고, 작가님의 첫 소설인 <레지스탕스>의 주인공은 '기윤'이었거든요. '기윤'과 '준서'의 차이점이라면 뭘까요?     

이우 : '기윤' 같은 경우는 제가 <레지스탕스>를 출간했을 때가 2018년이고 <서울 이데아>는 2023년에 출간을 했잖아요. 그때 당시는, 아까 인간실험이란 얘기를 했었는데, 소속감 없이 존재를 향한 투쟁하는 인물이 '기윤'이었어요. 소속감을 전혀 자기의 중요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내가 어떻게 '내'가 될 수 있는가? 어떻게 진정한 예술가가 될 수 있는가! 세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받아들이는 거는 그 소속감에 이제 들어간다는 얘기죠. 그 세상에 소속감을 원하지도 않고 세상에 가치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존재였어요. 그러면서 나를 지키고 내가 하고 싶은 예술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였어요. 

    

오후 : '기윤'이 옷깃을 세우고 세상의 기준을 거부하는 의미로 그걸 '바리케이드'라고 부르는데….     

이우 : 맞아요. 세상을 거부하는 세상의 질서를 거부하는, 니체적 인간? 질서와 도덕을 거부하는. 과장해서 표현하면 그런 의미였고, '준서' 같은 경우는 비슷하게 나를 찾고 싶어 하는, 정체성을 정립하고 싶어 하는 친구이지만, 소속감을 통해 나를 찾고 싶어 하는 친구죠. 그래서 좀 더 현실적인 정체성을 찾아가는 친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후 : 작가님의 생각의 변화, 흐름에 따라서 주인공도 이렇게 변화해 온 거군요     

이우 : 네 '제 자신이 인물들에' 투영이 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후 : 책을 읽으면서 준서, 기윤, 알베르 카뮈, 그리고 작가 이우가 저는 동일인물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이 소설에 작가님의 어떤 부분이 얼마만큼 투영이 되어 있는지 궁금했어요.     

이우 : <서울 이데아> 같은 경우는, 제가 소속감에 대해서 절실하게 고민하고 있던 제 자신의 고민을 완전히 투영했었던 소설이에요. 저의 어떤 절실한 고민들... 준서가 서울에 홀로 오는 것도 되게 도전이고 모험인데, 이런 고독한 여정, 서울살이들이 다 고독하거든요. 어린 준서에게…. 

 집필하던 당시에 모로코에 저도 혼자 살고 있었는데, 제가 자주 가던 카페가 있었어요. 모로코는 이제 커피값도 되게 저렴하거든요. 카페에서 집필을 되게 많이 했어요. TV에 항상 그때 당시에 촛불혁명이 항상 방영되고 있었거든요. 모로코 사람들한테는 되게 생경한 광경이었어요. 왜냐하면 모로코는 왕정국가이고 좀 전제적인 국왕이 통치하다 보니까 시위들이 종종 있는데 폭력적인 시위고, 시위대조차 폭력적이에요. 그리고 빨리 해산돼요. 왜냐하면 군대가 엄청 빨리 출동해요. 사람들이 시위라는 것에 대한 인식을 많이 안 갖고 있어요. 정치적 의식이 있는 사람들만 나가는데 '촛불혁명'을 모로코 사람들과 직원들 웨이터들이 보면서, 저한테 물어봤거든요. '촛불을 들고 왜 저렇게 많이 모여있냐?'

 나는 실존을 위해, 소설가가 되기 위해, 문학가가 되기 위해 이제 모로코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그 촛불혁명을 보면서 이 글을 집필해야겠다는 구상이 들었어요. 어떤 감정에서 이런 동요가 일어났냐면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저기 나가있고 나는 이곳에서 나를 찾겠다고 글을 쓰고 있는데, 어떤 게 더 의미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오후 : 작가님 대신 '준서'를 보내 촛불혁명도 참여하게 한 거군요.     

이우 : 맞아요. 그래서 그 당시에 제가 화면을 보면서 고민했던 것들이 준서가 동아리 사람들이랑 나누는 얘기에서 표현이 되거든요. 촛불혁명 시대와 우리가 주체적으로 지도자를 바꾸는 행위와 '나'를 찾아가는 것 '나의 사랑'을 쟁취하는 것 중에 '어떤 게 더 가치가 있나? '준서가 이렇게 고민하는 장면이 나와요. 준서 같은 경우는 '사랑'을 택하죠.     

 제가 많이 투영되었다는... 관점을 말씀해 주셨잖아요. 알베르 카뮈와 소설 속 주인공들, 제가 한 인물인 것 같다는 얘기도 하셨는데, 제가 가장 처음에 썼던 장편소설은 <레지스탕스>가 아니라 <조립자>라는 소설이었어요. 공모전에도 내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어요. 지나고 보니까 다 이유가 있었어요. 좀 많이 부족해요. <조립자>에서는 주인공이 여러 사람을 만나는데 자기에게 영감과 어떤 번뜩이는 그런 아우라를 풍기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 사람들을 조금씩 수용해 가요. 결국 나라는 존재는 본연의 내가 아니라 그 사람들의 파편들로 이루어진 '나'라는 이런 주제를 담고 있는 소설이에요. 그래서 제목이 <조립자> 예요.

 카뮈를 워낙 좋아해서 무덤도 찾아가고 그랬는데 카뮈의 영향이나 제가 좋아했던 소설가들의 파편들이 저도 합쳐진 존재이고, 저로부터 떨어져 나간 것이 또 저의 소설이다 보니까 보신 것처럼 카뮈의 사상이나. 색채가 여기저기 묻어 있기도 한 거 같아요. 좋아하는 작가들로부터 양분을 얻어서 작품을 썼기 때문에….   

  

오후 : 박용철 님의 <시적 변용에 대하여>란 글을 보면, 개개인이 경험하고 느끼는 감정 같은 것들이 핏속까지 녹아내려 흐르다가 도저히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순간에 나로부터 분출되어 나오는 것이 시인의 마음, 시를 쓰는 마음이 그러하다는 설명이 있는데….     

이우 : 너무 아름다운 표현인 것 같아요.   

   

오후 : 작가님이 사랑했던 문학가들, 철학가, 사상가들 그들이 작가님께 녹아들어 갔다가 그게 피 속에서 흐르다가 이렇게 하나의 인물로 나오는 거군요.

이우 : 되돌아보면 그렇게 구성되었던 거 같아요. 


오후 : 준서는 '혁명'이 아니라 '사랑'을 택했다고 하셨잖아요. 그 '사랑'도 큰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준서가 처음 서울에 왔을 때 만났던 여성이 '은혜'인데요. 준서 입장에서 보면 은혜로부터는 사랑을 일방적으로 받아요. 반면에 '주연'을 향해서는 참 지고지순한 사랑을 주거든요. 약간의 권력관계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랑이란 아름답지만은 않은 마음 아픈 비극적 요소가 있는 것 같아요     

이우 : '은혜'와 '주연'이의 사랑 같은 경우는 독자들이 직접 자신만의 해석을 갖는 것도 좋지만. 제가 의도했던 바가 있어요. <서울 이데아>에 갖고 있는 주제의식은 '소속감'과 '존재'라고 했잖아요. 은혜가 갖고 있는 소속감과 주연이가 갖고 있는 소속감이 다르거든요. 은혜 같은 경우는 외국인이잖아요. 외국인이다 보니까 다문화 가정, 다문화센터 같은 데 다녀요.

 어떻게 보면 이건 차별적인 인식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실제 현상인데 '다문화 가정'이라고 하면 사회약자 계층처럼 표현되고 비주류로 살아가는 집단으로 인식을 하고 있잖아요. '은혜'가 그런 데에 소속되어 있었다면, '주연'은 좋은 대학교에, 정치적 목소리도 내고 학교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엘리트…. 외국에서 보는 서울의 이미지, 한국이 K-Pop, K문화의 중심인 것처럼 역동적인 에너지를 내는 소속감에 있는 여자를 더 좋아했던 거였어요. 은혜를 택하지 않았던 것은, 사랑했지만 그녀가 갖고 있었던 소속감의 배경들이 자기가 속하고 싶은 세계가 아니어서 사랑하지 않았던 것을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오후 : 준서가 자기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인 줄 알고 마음을 쏟았다가, 이곳이 아니다고 생각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고 옮기기를(반복하는데...) 그런데 마지막에 소속감을 느끼는 게 '사랑'이었거든요. (준서의 멘토 생테스에게 보내는) 편지에 보면은 자신의 모든 여정이 주연이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쓰기도 했는데…. 준서는 여정의 끝, 결론으로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이우 : 사실 <서울 이데아>의 원제가 제가 초고를 썼을 때는 <이데아의 종착역>이었어요. 제가 소설에 메시지로 담고 싶었던 게 준서가 생각하는 가치관의 변화도 좀 명징하게 여기에 담아보고 싶었어요. 이제 준서의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준석이 모로코 교포인데 한국에 스무 살이 되어서 오게 되는 계기가 한류문화 때문에 오게 되거든. 자기가 한국인이기도 하지만은 한류문화에 매력에 빠져서, 여기 작품 속에 등장하는 '비밀의 정원'이라는 가상의 드라마에 빠져서 한국에 오게 되는데, 준서의 환상, 이데아라고 할까? 그런 것들이 소설 속에서 계속 변하거든요. 처음에는 한류문화에 대한 동경 극 중에 등장하는 가상의 드라마인 '비밀의 정원'에 심취해서 한국에 오게 돼요. 그 드라마에 대한 환상 때문에 한국에 오게 되고 그걸 쫓고 싶고, 잡고 싶어 하는데, '비밀의 정원'에 대한 동경이 점점 갈수록 잡을 수 없는 비현실적인 거라는 걸 알게 돼요. 왜냐하면 소설 속에서도 표현되지만 여기 드라마 배경 장소를 찾아가 봐도 드라마는 이미 10년 전에 끝났거든요. 그렇게 방황하다가 K문화에 대한 동경이 소속하고 싶은 감정으로 바뀌어요. 그래서 PC방도 가고, 동아리에도 기웃거리고     

오후 : 한국인을 흉내 내보기도 하고,     

이우 : 한국인들 흉내 내면서 섞이려고 하고, 그런 시도들이 많이 일어나다가…. 소속감을 과연 지탱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새로운 도시로 이사 가서 정착하게 될 때 이방인에 대한 감정을 많이 느끼잖아요. 우리가 이방인이 아님을 느끼는 순간이 언제일까?

생각을 해봤는데 저는 사랑을 할 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이 도시가 '나의 도시'로 변하지 않나! 나의 고향, 나의 집으로 변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준서가 마지막에 사랑이라는 종착점을 향해 '사랑'이 이제 내가 찾던 거구나. 내가 그동안 결핍이 되었던 게 '사랑'이구나, 하고….

 '사랑'은 여기서는 소속감에 큰 틀, 그 안에 핵심적인 존재거든요. 사랑으로 전이된 게 그런 의미였어요. 이제 무형적인 거에 대한 갈망으로부터 문화에 대한 갈망으로부터 사람과 사랑으로의 갈망으로 존재의 욕망이 변해가는 과정을 담아 보고 싶었어요

     

오후 : 근데 결론은…. 소설 내용을 너무 많이 밝히면 안 되지만, 결론은 <비극>이에요.     

이우 : 준서가 비극적으로 사랑을 쟁취하게 하지 못했던 거는 제가 비극을 좀 좋아하는 게 모든 아름다운 고전 문학 그리고 예술작품은 다 비극이에요. 로미오와 줄리엣, 리어왕 등등  

    

오후 : 너무 잔인했어요.      

이우 : 그래야 슬픔과 함께 주는 울림, 비극이라는 장르가 갖고 있는 울림이 큰 것 같아요. 누가 죽고 다치고 그 속에서 또 느끼는 것들이 있잖아요.      


오후 :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그 비극이 한 사람에게 다 '몰빵' 하는 거 같아요. 시지프스의 신화를 보면 산꼭대기까지 바위를 올리잖아요. 근데 떨어질 때는 차근차근히 떨어지는 게 아니라 가차 없이 떨어져 버리잖아요. 딱 그 감정이더라고요. (준서에게 너무 가혹한...) 작가님이 미웠어요.     

이우 : 저희가 실연의 상처를 겪었을 때 세상을 잃는 것 같고 세계에서 동떨어진 것 같고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감정들이 소속감과도 굉장히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랑을 할 땐 이 도시가 나의 도시인 것 같다가도 헤어지면 나는 초라한 존재 같고…. 나의 존재의 의미를 완성시켜 주는 건 사랑이 아닐까?, 이런 메시지도 담고 싶었고 그리고 준서가 아직 20살이기 때문에!     


오후 : 그럼요. 맞아요. 그 이야기에서 한 발짝 더 나가면 준서에 대한 애정 때문에 이야기 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고 혹시 <서울 이데아>라는 이야기가 하나의 서막이 아닐까? 1부가 아닐까란 생각을 했어요. 30대의 준서, 40대 준서 이야기도 혹시 펼칠 생각은 없으신지?     

이우 : 어! 그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그 이후의 준서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독자분들이 연락을 많이 주셔서 저도 생각을 해 보게 되더라고요. 준서의 이야기가 또 나오지 않을까. 제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저는 준서의 이야기가 어딘가에 파편화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제가 수집하고 다니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답니다     

오후 : 제가 만약 영화감독이라면 이렇게 엔딩을 했을 것 같아요. 이 책의 마지막에 책을 쓰게 된 이우(이유)를 밝히면서 모로코 카페에서 글 쓰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그 장면에 준서를 주인공으로 두고 싶어요. 소설 속 이야기는 옛날 과거의 이야기로.

이우 : 사실 결말이 조금 달랐어요. <서울 이데아>라는 소설이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잖아요. 근데 원래 원고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었어요. 서술자가 준서였죠. 그래서 준서가 카페 앉아서 1년 동안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이야기였어요. 제가 담고 싶은 것들이 1인칭으로는 표현이 진중하게 안 되어서 인칭을 바꿔서 서술을 했던 거고, 말씀하신 포인트가 너무 좋은데요? 저의 원래 의도도 느껴지는 것 같고.

      

오후 : 독자들도 이 소설을 읽으면 다 그러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아요          


2부에서 계속

<서울 이데아> 작가 이우 인터뷰 2부에서는 작가 이우에게 영향을 준 철학과 문학세계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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