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 교수의 <최소한의 철학지식>
"이 PD 님,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걸까요? 깨지라고 있는 걸까요?"
- 저는 지키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틀렸습니다. 규칙은 깨지라고 있는 겁니다. 하하하"
부산 사나이 김형철 교수님의 화통한 웃음과 함께 2부를 시작합니다.
인정투쟁에 대한 헤겔과 공자의 비교, 능력과 도덕성이란 리더의 자질 문제, 과학과 종교 사이에 철학의 범주와 역할이 무엇인지 철학담론을 나누었어요.
'인류 역사는 인정투쟁의 역사'라고 한 헤겔과 '남이 알아주지 않음을 원망하지 말고 네가 먼저 남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라'는 공자의 가르침은 언뜻 서로 상반된 주장인 것 같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상호 인정 Gegenseitiges Anerkennen'에 대한 공통된 지혜라는 걸 알게 됩니다.
보시는 분에 따라 각자 자신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많은 대화였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편집을 하면 두번 세번 대화를 다시 듣게 되죠. 그러다보니 인터뷰 때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사유들이 뻗어나갔습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규칙은 깨지라고 있는 것입니다'라는 말에서 저는 개헌의 문제로까지 확장해서 생각했습니다. 헤겔의 인정투쟁과 상호인정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란 새로운 리더십과 뉴이재명이란 현상이 곧 시대정신의 발현으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아마도 제가 요즘 함돈균 교수와 유시민 작가의 논쟁을 바라보며 시대를 해석하는 철학자의 예리한 눈에 대해 생각하던 차였기에 이런 생각까지 미쳤을 겁니다. 자! 저는 이러했지만, 여러분의 생각은 또 다르겠죠? 이번 대담을 보며 여러분의 삶 속에서, 어떻게 각자의 맥락에서 수용되고 해석될지가 참 궁금합니다.
김형철 교수님과의 인터뷰에서 한가지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제 자신을 성찰하고, 사유를 넓혀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유연한 사람이란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말을 참 미워했습니다. 깨달음 없는 허무주의를 니체나 샤르트르의 철학으로 포장해 인생을 달관한 듯 말하는 가짜 지식인들이 미웠던 거죠.
요즘에서야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말이 결국 '정답이 있다'는 말과 상호의존적 것임을, 단일한 사건의 서로 다른 표현임을 깨닫습니다. 일자와 다자의 양 극단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자기를 확인하는 과정이었음을 여실히 느낍니다. 그래서요. '인생에 정답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진짜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 더 깊이 들어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철학은 성급하지 않고 아우성이 가라앉은 뒤에 더디게 한 발을 내딛고, 한 박자 늦게 말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황혼이 되어서야 날개를 펴는 이유는 아마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가벼운 대화에 깊은 담론이 담겨 있으니 여러 번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대화였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