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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불편>(하오밍이/섬드레/2025)1일 차 필사

손 필사

by 하늘진주

‘책이 만든 힘으로 걷다’라는 부제가 붙은 <찬란한 불편>은 저자가 소아마비의 장애와 화교라는 이중의 굴레를 극복하며 타이완 출판계에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과학잡지 <에피> 발행인 주일우는 추천사에서 이 책 속에 표현된 저자의 ‘호기심 많고 긍정적인 태도’가 ‘경제적으로 그리고 사상적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에게 큰 힘이 되리라 장담하고 있다. <찬란한 불편>을 다 읽고 필사한 이후에도 꼭 추천인의 이런 호언장담이 내 마음속에 콕 박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솔직히 나이가 들수록 명사들의 에세이를 읽기가 피곤하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고 주입받던 혈기 왕성한 시절에야 ‘자기 계발 도서’를 연이어 읽어가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지만, 점점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라는 회의적인 심정이 드는 요즘은 소위 ‘잘난 사람들의 에세이’를 읽을수록 불편한 감정들이 콕콕 가시처럼 박힌다. ‘인생에서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숱한 고난과 장애물들을 그들은 어떻게 극복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다가도, ‘워낙 타고난 운이 좋으니 그렇겠지‘라며 그들의 빛나는 성공담을 야금야금 스크래치 내고 싶은 마음도 든다.


주목받는 화려한 5분짜리 무대 장막 뒤에는 남모르게 흘린 수백 시간의 눈물과 땀이 덕지덕지 맺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쉽게 오지 않는 ’로또‘라고 치부하는 게 나의 정신건강에 더 좋은 탓인지, 아니면 이제는 그만한 노력과 열정을 들일 힘이 남아 있지 않은 탓인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른 이들의 성공담이, 인생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를 뒤적거리는 까닭은 여러 불편한 감정들을 눌러서라도 변화를 찾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비록 저자가 말하는 ‘찬란한 불편’과 열등감에 둘러싸인 나의 ‘불편’은 다를지라도 말이다. 이 책의 마지막을 덮고 난 뒤 그의 ‘찬란한 불편’이 희망찬 미래를 밝혀준다면 참 행복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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