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들의 궁전
KOV 18기, 19기 모두 휴가를 내고 바함왕국에 방문하기로 했다.
가끔 만나는 미국피스콥(Peace corp)이나 영국 VOS단원들이 꼭 가보라고 추천한 바 있기에,
기대감을 가득 안고 가 보았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책임감 있는 두 성인 남녀가 하나의 목적으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작은 공동체는 사회를 이루는 '가정'을 이루는 것일 테고 말이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왕국과 저 집들은
내가 갖고 있는 결혼제도에 대한 틀을 모두 깨 주었다.
이들에게 부인은 사유물과 동일하고
재력을 나타낸다.
그래서 부인이 많을수록 책임질 구성원이 많아질수록 그 사람의 재력이 어떠한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경사진 언덕 위로 양 옆에 첩들의 집이 줄을 잇고,
이 계단을 오르며 왕은 오늘은 누구 집에 거할까를 고른다고 하였다.
왕비들은 간택을 받기 위해 왕에게 매력을 어필해야 한단다.
그에 따라 왕이 그녀에게 할애하는 일수가 많아지고
그렇게 선택받은 왕비 역시 권력을 갖게 되는 구조.
21세기에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거리에 나가면 하루 벌어 한 끼 먹고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부모가 집을 떠나 옷도 신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아이들이 떠돌고 있다.
이 나라의 대통령도 독재정치를 벌써 25년째 잇고 있다.
모든 권력과 재산을 그와 그의 가족, 친지, 지인들이 독점하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 싫어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다.
포기하고 사는 것이 더 익숙하고 편해 보이기까지 하다.
국민들 대부분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국민으로 누려야 하는 권리에 대해 배우지 못한다.
교육시키려 하지 않고 시스템 개선에 소극적이며
그저 먹고사는 것이 해결되기만을 바라는 국민을 돕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은
독재를 멈추고 싶지 않기 때문이리라.
아프리카,
이곳은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각은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고통스러운 것인가.
왜 세상은 이토록 불공평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