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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Sep 08. 2021

나의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가

108배 수행 30일째 (21년 9월 8일)

우리 회사에는 한번도 나의 직접 상사가 된 적이 없으나, 항상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하는 옆의 팀 상사가 있다. 이게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 모르겠는데, 그 이유는 매일 힘드냐, 아니면 가끔 큰 충격을 받느냐의 차이이다. 직장내 괴롭힘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베이비붐, X세대의 잔재는 많이 남아있는 곳이 나의 직장이다 (주변에 Z세대 없음) 


나도 몇 번 공격을 당해봤는데, 충격이 컸었다. 꼭 초중고등학교때 매맞는 순서를 기다렸다가 무엇을 대답하든 속절없이 매를 맞는 그런 상황이랄까. 성인들인데 그것이 가능하다. 가장 많이 안다는 이유로(본인만의 생각일수도), 가장 강한 권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본인이하 밑에 사람들에게는 가차없이 공격이 행해진다. 


어느 심리학 책에서 압박면접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들은 다 사이코 패스일꺼라고 했는데, 오늘 108배를 하면서 바로 그 말이 떠올랐다. 압박면접의 수준이다. 쉴새 없이 몰아치는 질문,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면, 본인은 지금 누구에게 질문하는 거냐며 다그치고,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회의실에서 나가라고 한다. 즉, 그 상사의 주변에는 마음이 괜찮은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매맞는 며느리 이야기처럼 그냥 그 매에 길들여졌을뿐. 


어제 전화 회의시간에 발표하는 사람들마다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듣고, 나는 지금 이 곳에 있는 것이 맞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오늘도 이어지는 같은 이슈로 인한 찜찜함, 그리고 내일부터 한동안 피해가지 못할 남의 팀 상사에게 보고해야하는 일들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당연히 있을 공격에 대한 공포.. 그 불안과 스트레스를 내가 견딜 수 있을까.. 라고 계속 생각해보았다.


그러고보면 나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에 대해서 현재에 고민을 많이 한다. 나의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가. 나의 긴장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것도 원가족과의 문제인가. 


오랫만에 회사일로 긴장을 하고나니, 온몸에 힘이 없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걱정한다. 


남편과의 문제도 그것이 문제였다. 헤어졌을 때의 문제를 먼저 고민하고, 헤어지지 않았을때의 문제를 또 먼저 고민한다.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불안은 아마도 엄마와 외할머니에게서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108배 중간 쯤, 주문을 건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돼지다. 돼지가 말하는 거다. 상황을 바라보고, 대면하자. 일이다. 나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괜찮다. 잘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수련해왔잖니?"

휴~ 108배하고, 쓰고보니 마음이 많이 괜찮다. 



스토아 철학의 요체는 '수용의 기술'이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을 염려하는 것은 부질없으니 그저 받아들이고 다른 일을 하라는 것이다. 이는 포기가 아니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쓸데없는 분노나 두려움에 빠지지 않으며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다. 짜증 나는 동료든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 같은 심각한 역경이든 고난 앞에서 우리는 분노, 두려움, 믿지 못함, 서글픔, 혼돈, 무기력 등이 뒤섞인 반응을 보인다. 우리에게 닥친 불운에 대해 남 탓이나 환경 탓을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고통을 일으키고 걸린돌이 되는 것은 오로지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인식과 접근법이다. 이것이 스토아 철학의 핵심 통찰이다. 

또 다른 유명한 스토아 학자 에픽테토스의 말이다. "우리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그  자체로 재앙은 없다. 심지어 죽음마저도 우리가 두려워할 때만 끔찍하다" 장애물 때문에 낙담하고 고통당하기보다 그것을 성장의 기회로 삼고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바꿀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올바른 접근법, 올바른 개인 철학뿐이다. 이런 개인 철학을 개발하는 최고의 방법은 고요한 성찰을 통해 생각의 방향을 내면으로 돌리는 것이다. 

장애물을 마주한 여정의 첫걸음이 주관적이거나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않도록, 누구도 흔들 수 없는 평정심을 갖기 휘애 스스로 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반응하면 문제가 된다 우리는 맹목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차분한 상태에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성찰하도록 훈련해야 한다. 감정을 의식하면서도 감정에 휘둘려 맹목적으로 반응하거나 상황 판단이 흐려져서는 안된다. 목표는 감정의 부재가 아니라 감정의 통제와 길들이기다. 

어떤 장애물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신경줄을 다잡고 정신이 온갓 가능한 (또는 불가능한) 미래의 시나리오로 내달리지 않도록 현재와 우리의 통제권 안에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정돈된 마음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상황을 그대로 볼 수 있다.(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상황이 나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오늘 읽은 이토록 멋진 휴식이 108배와 함께 도움이 많이 되었다.

- 이토록 멋진 휴식 中 7장 성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스토아학파 (로마황제, 철학자)의 말 




어제, 그제는 108배를 하다가 무릎 아픔 상태로 중단을 했다. 오늘은 10분을 더 늘려서 천천히 했더니 조금은 괜찮아진듯하다. 108배를 하기 전까지는 어제 회사일로 인한 스트레스, 오늘까지 이어지는 회사일 스트레스, 미래에 이어질 같은 스트레스, 그리고 오늘 새벽 아이의 이불 쉬 사건 이른 기상으로 피곤이 극에 달했는데, 108배를 하고 샤워를 하고 나니 몸이 오히려 상쾌해지는듯한 느낌이다. 아이는 어제 늦게 자기도 했고, 오늘 6시도 안되서 일어난바람에 같이 피곤했나보다. 108배를 시작하려고 했더니 치카를 한 후에 엄마 108배 하는동안 옆에 누워서 자겠다고 하더니 정말 7시 20분쯤에 잠들어버렸다. 또 감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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