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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Feb 02. 2022

내가 이해안가는 요즘이다

아이와 남편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나에 대한 불만이 쌓여서 그 불만들을 남편과 아이에게 폭발시키는 상황이 이번여행에서 몇번 연출되었다. 오늘은 집에 오는 휴게소에서 극에 달아서 나는 거의 절규를 하고 말았다.


남편에게 정말 너무 화를 내고 싶었는데, 아이를 다그치게 되었다.

"엄마가 몇시간전에 먹은 초콜릿이 마지막이라고 했잖아! 이제 단건 먹으면 안된다고 했는데 그새를 못참고 또 사왔어!? 마지막으로 하기로 한 뽑기가 없으면, 그건 집앞에 분식점에 가서 뽑으면 되지 왜 또 껌을 사와!"

울먹이던 아이는 울음을 떠뜨렸고, 껌을 뜯어 쓰레기통에 쏟아버리는 나를 남편이 얼 빠진듯이 바라 보았다.


아이가 어릴때부터 지속되던 우리의 큰 화두는,

아이에게 단것을 그만 먹일 것.이다.

나는 그만사라고 어르고 달래고 애원하고 화내고

남편은 알았다고 알았다고 알았다고 말하면서,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단 것들을 잔뜩 사서 먹인다.

양치를 꼬박 잘 하고 자는 아이임에도, 단것으로 인한 충치의 탄생은 피해가지 못했다. 치과를 갈때마다 충치가 생기고, 파여서 충치를 떼우고, 씌우고..

돈을 들여 단 것을 먹고,

충치가 생기고,

돈을 들여 충치를 치료하고,

이 연결고리는 언제 끊어질까.


이번 여행에서도 3천원, 5천원, 계속해서 단것을 사 먹이는 남편에게 이게 마지막이야.. 이게 마지막이야..를 나는 외쳤고, 남편은 오늘 오전에 커피를 엄지 손가락만한 초콜렛 덩어리를 아이와 함께 사왔다.

아침을 먹고 먹기로 했지~ 이러면서.

한숨.


아침을 신나게 잘 먹은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엄지 손가락만한 초콜렛 덩어리를 온 입에 묻히며 먹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이제 그 초콜렛이 마지막이 될 테고, 집에가서 쌓여있는 사탕과 초콜렛은 버릴것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 말을 한 것이 불과 2시간전이었는데,

휴게소에 들린 남편은 아이와 함께 뽑기를 찾으러가서는 뽑기가 없다고 자일리톨 껌을 한봉지 사왔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아이는 차에서 울다가,

"맛만 보려고 했는데.."라고 하며 또 울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했다.

내가 아무말 없자,

아이가 말한다.

"아빠! 이 엄마말고 다른 엄마 데리고 와죠, 다른 엄마 데리고 와죠. 나를 사랑하는 엄마를 데리고 와죠"

순간 풋. 하고 웃음이 나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이 덜컥했다.


쫄라도 소용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된 아이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맛만 보고 버리려고 했던 껌을 포기하고 바로 나에게 애정공세를 시작했다.

"다른 엄마 데리고 올까?"라고 했더니, 고개를 흔들며 아니, 아니라고 한다.

지금이 귀여울 때지.. 그렇지...


나의 오늘 이성을 잃은 행동은?

강하게 이야기해도 안되서 강수를 두긴 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다만, 남편이 함께 맞불로 안가고 참아주어서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고 차분히 가라앉는 시간을 갖고 있다.

미안하다, 고맙다 해주어야겠다.


그런데, 요즘 이렇게 신경이 곤두서있는 나의 마음의 뿌리는 어디서 온 것일까.

왜 불안하고, 모든 것이 뾰족해져있을까.

그건 더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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