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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유목민 Feb 07. 2022

너 이제 이혼해도 되!

라고 소희언니가 말씀하셨다

어젯밤 파이널 에세이를 오소희 작가님께 제출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잤다. 아침에 7시 20분경에 일어나니 오전 6시 30분경에 소희언니로부터 지금 전화통화가 가능하냐는 문자가 와 있었다. 두근두근. 아이에게 아침으로 요플레와 사과를 주고 소희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이름을 반갑게 불러주시는 소희언니.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파이널 에세이 늦게 제출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6개월안에만 제출하면된다고 생각했어. 그 정도로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어"라고 말씀하시며 "너 이제 이혼해도 되!"라고 하신다. 무슨 의미인지 너무 알겠어서 깔깔대고 웃었다. 그리고나서 언니는 파이널 에세이에 대한 코멘트를 바로 시작하셨다. 


"내가 널 처음 봤을 때부터 난 알고 있었어. 넌 감수성이 참 풍부하고, 지적이고 자유로운 이력을 갖고 있으면서 활기차게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아이구나.. 라고, 그런데 남편과의 만남에서부터..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때마다 느껴지는 갑갑함이 있었어. 그걸 남편을 이상한 사람을 만나서 그렇구나라고 생각하면 안풀리는 거고 그 사람을 바꿔야겠구나라고 해도 안 풀리는 거야. 

그 지점에서 너의 파이널 에세이를 봤는데 잘 해냈어. 네가 충분히 잘 해낼것같아서 언니가 그 과제를 주었던거야. 만약에 네가 그걸 못할 것 같았다면 1점 짜리 에세이를 들고 왔을 때 거기서 어떻게든 무엇인가를 얻어갈 수 있게 해 주려고 했겠지. 그런데 난 네가 할 수 있을 것같았어. 그래서 네가 지금 6개월간의 과정을 적어왔는데  네가 디뎌야할 과정을 정확히 디뎠고, 도달해야할 지점에 정확히 도달했어, 이제는 이혼 해도 돼, 왜냐하면 이제 너 자신에 대해서 충분히 알게 되었고 화해한 부분도 있고 이해한 부분이 있어서 너가 누구하고 살아도 어떤 결정을 내려도 그게 이제 너의 등에 딱 떨어지지 않는 백팩처럼 너를 지지해 줄 거야"


"이제 이혼이라는 것이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 과정에서 내 삶을 충실하게 어떤 부분을 살아내면 결혼 생활은 좋아지겠구나라는 비결을 알아냈기 때문에 된거야"


"너가 니 인생의 결락이 많은 인생이야. 물론 저기 고아도 있고 많지. 아프리카도 있고. 그런데 그 당시에 이렇게 막 어릴 때부터 돈가스 튀기고 이러지 않은 친구들이 많은 세대 거든. 그렇기에 네가 잘 극복해낸 과정이야. 근데 어릴 때부터 그런 것들을 다 품어 안아야 했으니 너한테 상처가 얼마나 많았겠어. 그걸 보담 보담해주는 걸 네가 사실은 백팔배 하면서 한 거야. 그러고 나니 이제 너가 남편을 볼 여유도 생긴 거야 남편의 이제 뭔가 좋은 점 이런 게 보인 거야 네가 선택해졌기 때문에. 그래서 너 이거 다 네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네가 가열차게 항상 노력해 온 거야. 


"단칸방에서 되게 엇나가는 친구들도 얼마나 많은데 너 지금 장녀로서 얼마나 열심히 살았니? 그러니까 또 이 이슈에서도 상담도 하고 글쓰기도 하면서 이걸 들여다본 거잖아? 너는 그 태도가 아예 그냥 몸에 배어 있어 가지고..그래서 앞으로도 언니가 아무 걱정이 없고"라며.. 상담선생님과 비슷한 말씀도 해 주셨다. 다행이다. 어긋나지 않게 삶의 정답을 찾기 위해 살아온것같아서. 


눈에 아직 붙어있는 잠 때문인지, 감정의 작은 소용돌이가 일어나서 그런것인지 양쪽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또 한가지,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있다며 언니에게 조심히 여쭤보았다. 동생과의 문제였다. 


"아니 근데 이게 있잖아 원래 이런 과정에 너 같은 장녀 밑에 그런 동생이 나오는 거야. 네가 그 얘기를 잘 해줘.그러니까, 이 글도 보여주고 너가 앞에서 부모님의 이걸 그렇게 막아냈기 때문에 너는 부모님이 너에게 힘든 걸로 온 거고, 그다음에 동생은 그걸 그걸 네가 받아내느라고...

너 역시 두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아기인데 그걸 받아내느라고 네가 힘든 게 동생한테 간 거야. 그러니까 동생은 부모님에 받은 상처가 적고.. 너만 있다는 게 맞는 얘기인 게 그 말을 바꿔 하면 네가 완충 작용을 했기 때문에 너만 남은 거야. 그리고 또 그 말을 바꿔 하면 동생 입장에서 바꿔 하면 동생은 주목할 대상이 너였던 거지..그 둘만의 것인데 지금 이거는 되게 복잡하잖아 네 그래서 아까도 얘기했듯이 이 글을 보여주고, 너에게 이런 상처가 있는데 그거를 알아달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고, 내가 너에게 이걸 보여주는 이유는 내가 이렇게 흡수한 것이 있어서 완충 작용을 하고 그것을 어린 나이에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이제 너한테는 흘러간 거다."


"그리고 항상 이런 장녀 어려서 이렇게 부모 일하고 집에서 애들을 볼 때 장녀한테 이런 역할을 했거든.. 너 말고 다른 장녀들도 그런 케이스들이 많아. 그럼 그 장녀는 되게 미숙한 그 상태에서 애들을 잡아야 될 거 아니야. 부모가 네가 애들 봐라 하고 나갔잖아. 그럼 얘는 잘못되면 다 내가 독박이잖아. 그러니까 너는 서바이벌 한 거야. 그럼 동생은 또 너한테 맞추면서 그 미숙한 거에 복종하면서 또 서바이버를 한 거고. 이 전체 그림을 보고 동생한테 양해를 또 이제 구하고.. '이제 사과한다 네가 언제라도 그때의 아픔에 대해서 얘기하면 언니가 안아주고 미안하다고 할게 그때 미숙함에 대해서 사과할게' 그렇게 가는 건 맞아"


그 이야기를 들으며 우는 나를 보고 옆에 있던 아들이 가만히 와서 나에게 뽀뽀를 해준다. 

고맙고 사랑스러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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