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키우는 사람들
AI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앞에서 전례 없는 것, 닫힌 데이터, 할루시네이션을 이야기했습니다. 이것들은 AI의 구조적 한계입니다. 기술이 발전해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것과는 다른 종류의 한계가 있습니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의 문제입니다.
창의, 상상, 예측입니다.
먼저 구분이 필요합니다.
AI는 창의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만들어냅니다.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고, 소설을 씁니다. 그것이 창의가 아닌가라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냉정하게 보겠습니다.
AI가 그림을 그릴 때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 수백만 장의 그림을 학습한 AI가 입력된 키워드에 맞는 패턴을 조합해서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합니다. 정교하고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조합입니다. 과거에 존재한 것들의 새로운 배열입니다.
진짜 창의는 다릅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존재하지 않던 연결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데이터가 없는 곳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피카소가 큐비즘을 만들었을 때 그것은 패턴의 조합이 아니었습니다. 반 고흐가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렸을 때 그것은 학습된 데이터의 재배열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고통과 감동과 집착이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AI는 그 출발점이 없습니다.
상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상은 지금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그려내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진짜 상상은 단순히 없는 것을 떠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현실과 감정과 경험이 뒤섞여서 전혀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앞으로 연재할 글들에 나오는 프로젝트들이 그것입니다.
일본 면세점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아 답답해하는 손님을 보면서 통역 시스템을 상상한 것. 냉담해진 신앙을 회복하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앱을 상상한 것. 아파트 단지에 작은 문화의 씨앗을 심고 싶어서 북카페 시스템을 상상한 것.
이 상상들의 출발점은 데이터가 아닙니다. 감정입니다. 불편함, 안타까움, 바꾸고 싶다는 의지. 이것들이 상상을 만들었고, 그 상상이 프로젝트가 됐습니다.
AI는 그 감정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예측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말해야 합니다.
AI는 예측을 잘합니다.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추정하는 것은 AI가 강점을 가진 영역입니다. 날씨 예측, 주가 움직임, 소비자 행동 패턴. 이런 것들은 AI가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하는 예측은 다릅니다.
인간의 예측에는 의지가 담깁니다. 이렇게 될 것이다가 아니라, 이렇게 만들겠다는 선언입니다. 데이터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도 해내겠다고 결정하는 것입니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들 때 데이터는 인간이 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아니, 날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그 예측은 데이터에서 온 것이 아니라 상상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예측은 아직 인간의 영역입니다.
AI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합니다.
AI가 창의적인 것도 만들고, 예측도 하고, 글도 쓰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질문 자체가 잘못됐습니다.
AI가 잘하는 것을 인간이 따라가려 하면 질 수밖에 없습니다. 속도도 느리고, 정확도도 낮고, 피로도 느낍니다. 하지만 인간이 잘하는 것을 AI가 따라오려 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진짜 감동을 만드는 것, 전례 없는 문제를 발견하는 것, 데이터가 없는 곳에서 시작하는 것,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하겠다고 결정하는 것.
이것들은 아직 우리 인간의 영역입니다.
AI를 키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AI에게 더 좋은 질문을 하고, AI의 답변을 더 잘 판단하고, AI가 만들어낸 것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AI를 대신할 수 없는 자신만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깊은 경험에서 나온 직관, 오랫동안 품어온 문제의식, 특정 사람들에 대한 깊은 이해.
이것들이 AI에게 방향을 줍니다.
AI는 강력한 엔진입니다. 하지만 엔진은 방향을 정하지 않습니다. 방향을 정하는 것은 운전하는 사람입니다.
창의와 상상과 예측. 이것들이 당신이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당신만이 가진 경험, 당신만이 느끼는 문제의식, 당신만이 품고 있는 상상이 있습니까. 그것이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