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TLTT 트렌드막차 EP.1 [Newjeans]
이유는 없고 들여다봅니다. 한 걸음이라도 앞선 사람이 부러운, 트렌드팔로워의 두 발 늦은 트렌드 리서치. 매주 하루, 이미 다 지나간 이야기를 되새김질합니다. 실은 당신도 검색하고 찾아낼 수 있는 낡은 이야기만을 대신 정리하는 수준으로만 다룹니다. 다만 내 맘대로, 매회 페르소나는 제각각 픽션. 롱폼으로 만든 숏폼 인사이트 매거진, 트렌드막차.
EP.1 페르소나: 유행 잘 모르지만 아직 젊게 살고 있다고 굳게 믿는 삐딱한 영써티 아저씨
온 세상이 뉴진스란다. '보법'도 다르다고 한다. 음악은 이미 들어봤다. 그들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뉴 잭 스윙'을 맛있게 말아준다고 한다. 생각보다는 심심한 것 같은데? 툴툴거리면서, 검색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시간을 보내다가 250이란 프로듀서까지 닿고 나서야 알았다. 뉴진스를 제대로 알아야 어디서든 아는 체 좀 할 수 있겠구나.
본질적으로 뉴진스는 대중의 디깅을 대신하는 그룹이다. 2022년 7월 22일 데뷔한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ADOR) 소속 5인조 다국적 걸그룹 뉴진스는 트렌드 그 자체가 됐다.
적어도 유행에 민감하다는 자들 중에서 그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아니 사실 좋아하지 않는 이가 없다고 하는 편이 더 맞겠다. 이 그룹만큼 업계에서 '요즘일'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사례가 있었나 싶다. 무라카미 다카시, 후지와라 히로시 등 예술적인 정신과 그 무엇으로 모호하게 정의되면서 최신화된 작업물을 제대로 상업화하는 부류들 말이다.
나는 내가 크리에이티브디렉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다. 그냥 후지와라 히로시
- 후지와라 히로시 (2016년 GQ 인터뷰 중)
이게 핵심이다. 무라카미 다카시나 후지와라 히로시를 국내 대중에게 알린 건 뉴진스다. 이전에 그가 유명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대미술이나 트렌드에 관심을 좀 두고 있었다면 무라카미 정도는 알아야지?"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2024년 5월을 기점으로 무라카미 다카시는 현대미술을 상징하는 인물 앤디워홀의 검색량을 추월한다. 최근 90일을 기준으로 보면 평균 검색량도 우위다. 프로모션 등 이벤트에 큰 영향을 받는 검색어 분석 특성상 별일 없으면 다시 앤디 워홀 우위이에 서겠다. 다만 지금, 우리 주변에는 무라카미 다카시를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 듯 행동하는 나 같은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니치한 취향과 깊은 감도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 분석에 큰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깊이는 없지만 힙하게 살고 있다고 의식하는 부류라면 심장이 두근거릴 수도?
음악에서도 이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여러 평론 콘텐츠를 보면 뉴진스의 음악은 드레이크, 릴 우지 버트 등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선택한 장르적 경향이 모두 반영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Jersey Club, UK Garage, DnB(Drum&Bass), 마침내 뉴 잭 스윙(New jack swing)까지 음악적 관심이 높은 층이 아니라면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려웠던 용어다. 등장부터 서사를 따져 본다면 각각 하나의 개별 사조라고 이야기해도 지나치지 않다. 흐름이 모여 하나의 장르가 된 음악들이니까 말이다.
뉴 잭 스윙은 1988년부터 1994년까지 인기를 끈 장르다. 윗 세대(?)에게 익숙한 듀스, 현진영 등 국내 아티스트들도 당시 제대로 영향을 받았다. 지금과 차이가 있다면 그때 그 장르는 그냥 처음 보는 신선한 것이었으나, 지금의 우리는 뉴 잭 스윙을 뉴진스가 말아줬으니 레트로적 음악 사조로 인식한다는 것일 테다.
뉴진스는 유행의 주기와 디테일을 탁월하게 파악하고 있는 팀이다. 2023년에는 The Business of Fashion(더 비즈니스 오브 패션) BoF 500(가장 영향력 있는 500인)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Y2K나 뉴트로가 이들을 둘러싼 패션 수식어로 많이 언급되고 있기는 하지만, 면면을 살피면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
접근성이 좋은 나이키나 리바이스부터 마틴로즈, ERL, 루이뷔통, 발렌시아가, 미우미우 등 최근 하입(Hype)이 있는 하이엔드 브랜드도 섞는다. 캐피탈, 비즈빔, 사우스2웨스트8, 니들즈, 웨어하우스 등 근본 추구자들의 사랑을 받는 빈티지 기반 브랜드도 완벽하게 소화한다.
앨범 단위 활동을 하는 만큼, 컨셉별로 캐치하는 무드도 달라진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매번 그들이 입은 옷이 뭘까 하고 궁금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유행이 매번 돌고 돈다고 해도 아무나 패셔너블해질 수는 없다. 한 끗 차이가 예전에 입던 옷을 전에 없던 스타일로 탈바꿈한다. 한 타입의 패션을 고수하는 외골수 보단 트렌디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유지하는 패션 아이콘이 되어야만 대중과 매니아의 사랑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수퍼내추럴 발매에 소식을 전하는 홈페이지에는 연주곡(Instrumental)이 흘러나온다. 데뷔 당시 선보인 첫 콘텐츠는 단순 티저 영상이 아니라 완성형 뮤직비디오였고, 음악이 나왔다. 가수에게 음악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이돌은 사실상 종합 예술 미디어 패키지 퍼포머인 만큼 음악성 만으로 평가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 화제성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결국엔 음악이 번들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남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가?
음악은 뉴진스 혹은 뉴진스를 만든 사람들이 가지는 자부심의 원천이다. 힙합퍼부터 전자음악 뮤지션, 애니메이터까지 영입하는 종합 레이블 BANA 소속 프로듀서들이 뉴진스 음반 발매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뽕이란 장르를 탐구한 결과물로 2023년 한국대중음악상 4관왕에 오르며 사실상 득도했다는 평을 받는 250, 힙합듀오 XXX의 프로듀서 FRNK(프랭크) 등이 중독적인 음악을 연속적으로 선보였다.
뉴진스를 탐구하면 그들이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가장 빛나는 스타인 그들 보다도 그들을 에워싸고 있는 주변부와 이들을 완성하는 업계 담당자들이 주목받고 있었다. 음원이나 패션은 물론, 콘텐츠 패키지 전반에 이들의 취향이 깊게 녹아들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탄생부터 성공 신화를 써 내려왔던 터라,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흔한 스토리텔링도 없이 모든 화제를 집어삼켰다.
검색량 기준으로는 에스파를 이길 수 있었다
2023년 KPOP 부문 인기검색어 TOP5 중 3개가 뉴진스 음원이었다. 뜻 검색어에는 노래 제목 두 개가 올랐다. 대중은 뉴진스의 구성요소나 메시지가 전부 다 궁금했다.
등장마다 큰 화제를 몰고 오더니 가장 최근에는 기획자가 더 큰 스타가 됐다. 최근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민 대표가 코미디라고 칭하는 그 일 때문이다. 레이블의 실제적인 지배구조상 우위를 점한 모회사 하이브와 갈등이 수면 위에 올랐다. 하이브 주주 입장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일 수도 있겠으나, 이미 일은 벌어졌다.
최초에는 민 대표가 수세에 몰릴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기자회견을 통해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이며 모든 관심을 흡수했다. 기업 내부 갈등을 대기업과 개인의 대립으로 바꿔냈고, 어느 순간부터는 직장인 성공신화로 본인의 능력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모든 행보가 바이럴이 됐고, 뉴진스는 일본 진출에 집중했다. 주가 관리가 아니라 뉴진스가 화제의 중심이 되도록 만들었다. IB 업계로부터 그는 여전한 리스크로 평가받으며 실제 하이브 주가 상승 제한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만약 어도어와 하이브의 다툼이 지속되면 뉴진스는 영영 사라질까?
내가 본 뉴진스는 일종의 취향 조합체에 가까웠다. 옷 좀 입는다는 사람이나, 음악 좀 안다고 자부하는 이들이, 변화에 예민한 자들이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존재. 설령 이 그룹이 사라진다고 해도 프로의식이 충만한 집단이 다시 모일 수만 있다면, 다른 이름을 가진 뉴진스가 또 나타날 것 같다.
어쩌면 민희진의 야망은 단순히 돈 욕심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2년, 매거진 BeAttitude(비애티튜드)에서 밝힌 “모두가 함께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말은 난사람의 진심인 것 같기도 하다. 범인의 눈으로는 재단하기 어려운 크기의 꿈.
누군가는 뉴진스가 레퍼런스 버무리라고 한다. 멕시코의 그룹 진스를 보고 표절이라고 하는 의견에는 전혀 동의가 안된다. 물론, 아일릿이 뉴진스를 표절했다는 말에도 공감이 가지 않는다.
복잡해 보이는 대부분의 것들은 원리적으로는 단순한 경우가 많다. 해체와 재조립은 창조의 메커니즘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이제 더는 없을 수도 있다.
청바지의 통은 넓어지다 좁아지고 다시 넓어진다. 2024년, 현재 스키니진을 즐겨 입고 있다면 당신은 다음과 같은 두 종류의 인간으로 분류될 확률이 높다. 트렌드를 감지하지 못하는 무감각한 사람, 혹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한 패션 고수. 둘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세상과 나를 구분하고 연결하는 형태의 깊이다. 세계가 만들어내는 유행, 즉 순간적이고 이상적인 지향을 인식하지도 못하는 것과 거부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
뉴진스는 유행 주기를 통달한 자들의 화합물이고, 감도 높은 취향을 갈망하는 이들이 추종하는 지향처럼 보인다. 최근 영감을 얻은 저서의 제목이자, 세 단어로 뉴진스라는 트렌드를 요약해 본다. 메이크, 브레이크, 리믹스.
피오나 배의 저서 <메이크 브레이크 리믹스: K-style의 부상>은 K콘텐츠 성공 요인을 한국 현대 문화를 토대로 분석한다. 영국 아트 출판사, 탬즈앤허드슨에서 펴냈다. *광고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