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잘 나가
몇 년 전 어느 날 이였다.
자려고 하는데 친구처럼 지내는 여자동생이 3개월 월급이 밀리고
애인이랑 헤어지고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고 하며 아침부터 전화가 왔다.
.
.
.
하소연 2시간째.
“설마 때 먹겠어?”
나올 거야
"짜증 나!"
그러게 그래도 힘내야지.
"딴 회사 알아봐야 하나?"
거기보다 조건이 좋다면
"그런데 남자는 왜 이렇게 쪼잖해?"
무슨 일 있었구먼.
" 회사를 어느 세월에 알아봐야 해? "
...
"언니 나 남자 친구랑 헤어졌어."
... 이론. 어쩌다가.
"아 진짜! 이번 달은 주겠지?"
...
달라고 해
네가 이래저리 힘드네.
"아니야. 다른데 알아봐야겠어"
그럼 갈 때 찾아봐.
"확! 신고할까?"
! 그.. 그러자.
"어떻게.. 아니야 그냥 다닐래"
...
"언니 난 왜 쪼잔한 남자들만 만날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언니 나 남자 친구랑 헤어졌는데 짜증 나고 외로워."
언제 헤어졌는데
"언니랑 통화전에"
....
그 사이에 외롭디?
술 한잔 하며 풀어
"아참!.. 남자는 널렸지!"
...
너의 남자가 아직 안 태어났을지도 몰라 산부인과에 전화해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언니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언니 때문에 웃는다는 거 알지?"
(정말 졸린다고 말을 하고 싶었다. 진정.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
(난 너 때문에 피곤하다는 걸 알고는 있는감.)
"나 회사 때리 치울까?"
"아니야 그냥 다녀야지"
"언니 나 정말 때 리치 우고 싶다."
"으흫~ 그래도 다녀야겠지. 그래 그냥 다니자. 아니야. 아니야. 그냥 그만두자."
"남자도 이제 쳐다도 안 볼 거야! 다이어트도 해서 날씬하고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될 거야!"
(이젠 멘탈 조절 붕괴로 본인과 대화하기 시작한다.)
너 술 먹었어?
지금 누구랑 대화하니?
...
잘될 거야 힘내
"언니 우리 이러지 말고 만나서 이야기하자. 그리루 갈게 "
어 나 짐 자야되서 말이지 내일 보는 거 어때?
여보세요?
...
...
...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던가.
3시간 하소연을 듣고 나니 기운이 쭉 빠지는...
다시 전화해서 내일 보자고 하고 싶었지만 하질 않았다.
그녀가 또 우울해지면 안 되니까.
며칠 밤새 작업을 했더니 오늘이 며칠인지 해서
폰 시계. 컴퓨터 시계. 탁상시계. 벽시계까지 의미 없는 확인을 하고 다이어리 꺼내 스케줄 확인하고 글 쓰다가 잠깐 잠들었나 보다.
오후 5시 40분.
3시간을 엎드려서 잤더니 뼈가 조각조각 나는 기분
혹시나 해서 핸드폰을 확인하니 부재중 통화는 없었다.
온다고 한 동생은 감감무소식
괜히 안심이 되는 이 기분은 머지.
그래도 걱정이 돼서 전화를 해보려고 하다가
'하~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왜 크게 다가오는 걸까.
급격히 배가 고파온다.
싱크대엔 라면은 종류별로 많았지만
그러나 라면은 싫다.
에잇!
이불속으로 기여 들어갔다가 어제 먹다 남은 족발이 냉장고에 있다는 게 생각났다.
족발을 그냥 한입 물었더니 아직 쫄깃함에 '먹을 만 하구나' 하고 야금야금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때 울리는 나의 핸드폰 벨소리.
오를레이
I'm MC옆길로 새
Everybody put your wings up!
친구 따라 강남 갔으면 서커스 앵무새
방앗간이 싫어졌다면 미라클 참새
내 날개는 요새, 한계 없이 나네
필에 취한 날개는 바람 못지않네
내 삶의 방식은 에드워드 8세
죽어도 싫은 말 새장에 갇힌 신세
같은 길로 달려봤자 거기서 거길세
옆길에서 만나 황새 부순 뱁새
내 스타일은 언제나 우세 보단 열세
누가 뭐라 해도 후회 절대 절대 안 세
뻔한 길로 가지 말고 옆길로 새
Get Live / Get Wild / Get Live / Get Wild
아까 통화한 동생이다.
받아야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보니 전화가 끊기기 일보직전!
이런 내 마음이 고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받고야 말았다.
(오! ~하나님 아부징~저를 용서 하서 소! 아멘.)
“언니~저녁 먹지 말고 기다려. 오늘 저녁 같이 먹자!”
(입에 한가득 오물거리며 얘가 또 무슨 다른 일이 생겼나 겁나게 왜 이리 밝지?)
믁고 시픈 거 말흐. 스키든지 흐믁던지. 귀히찮타. 스크 믁자. 므 므글래?
“하하하~지금 머 먹고 있어? 내가 맛있는 거 사가지고 갈게. 지금부터 더 이상 먹지 말아. 뱉어!”
( 뱉.었.다)
벽시계를 보니
PM 6시 30분
피곤은 했지만 이미 잠은 저 산 너머로~
이왕이면 기쁘고 가뿐한 마음으로 샤워를 하고 동생이 좋아하는 음식을 요술을 부려 급하게
꽁치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만들고 계란 프라이도 굽고
부추전을 휘리릭 만들고 소파에 앉아한 숨 돌리고 있었다.
띵똥 띵똥 띵똥 띵똥 띵똥 똥 또 똥똥똥!
동생은 들어오자마자 밀린 급여가 나왔다며 양손 비닐봉지에 한가득!
한 달 반 급여가 나왔다는데
난 흠... 그다지 달갑지가 않고 찜찜했지만
그래도
동생이 기뻐하니 나도 같이 기뻐해 줬다.
점심도 못 먹었다면서 찡찡됐다.
다행히도 미리 만들어놓은 음식을 데워서 밥이랑 주니 미치도록 맛있다며 먹고 있다.
빈속에 술은 안되니 밥은 먹어야 하니깐 나도 밥 한 주디 집어넣고 반찬을 먹는데 너무너무 싱거웠다.
그런데도 동생은 맛있다며 후룩~ 후루룩~쩝쩝~잘도 먹는다.
띵똥
띠잉~또옹
뉴센념?
"앞집 사는 사람인데요~"
(.. 혼자 사는 젊은 남자.. 그래 사람이겠지..)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오늘 좋은 일이 있는데 딱히 함께 할 사람이 없어서.....
쑥수럽지만 괜찮으시면 함께 식사할 수 있을까 해서요. 먹을 것좀 가져왔어요. 저... 그러니까..."
(대단한 용기다.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아~네~그런데 집에 손님이 계셔서요.
(그때 먼가 쑥~욱! 내 앞에 머리통이 턱! 향수 뿌렸니?)
띠뤼리~
문 활짝!
"괜찮아요 들어오세요~!"
(동생이 자기 집인 양 고새 문을 열어 반기고 있지 않은가! 언제 또 립스틱과 분칠을 했는지 완전 빛의 속도)
불고기와 계란탕 그리고 치킨을 들고 온 앞집 지구인.
월급과 보너스가 나온데다 오늘이 자기 생일이라고 한다.
지방에서 온 터라 아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
오늘 술과 먹거린 자기가 다 쏘겠다고 허세를 부리기 시작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인터폰으로 옆집 언니는 딸기랑 두부 그리고 오렌지를 들고 오고
윗집 아저씨는 맥주와 소주 한 박스
아랫집 여대생은 혼자 라면 먹고 있다고 해서 덤으로 불렸다.
머 모두 양해를 구하고~
무조건 좋다고 좋다고 하면서 웃어대기만 한다.
맥주+소주 콸콸콸...낼름낼름~ 마셔라!~ 마셔라!
그래도 동생 덕에 오늘은 내 작업실에 웃음꽃이 끊이질 않았다.
언제 피곤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야기 속의 그대들은
근래에 와서는 이런 일이 나에겐 없다.
앞. 뒤. 옆. 위집 모두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고 있다.
곧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할 예정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 때가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난 여전히 밤샘 작업을 하고 있는 건 달라진 것 없고
여전히 지구인들은
내년에 이사하는 곳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직장인은 월급날 ^^
사장님은 월급날 ㅠㅠ
everybody~
힘을 내요 ~슈퍼 파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