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아프리카 대초원에 이파리가 풍성하게 달린 멋진 바오밥 나무가 자라고 있었어. 그 바오밥은 해과 달과 별을 바라보며, 따뜻한 바람과 친구로 지내며 쑥쑥 성장해 나갔지.
바오밥: 바람아, 저기 지평선 너머에, 해와 달과 별이랑 너처럼 멋있는 애들이 더 있는 것 같지 않아?
따뜻한 바람: 응 그럴수도. 근데 다 똑같대. 거기서 거기래.
바오밥: 정말 그럴까?..
2장:
그러던 어느 날, 추운 유리나라에서 할아버지가 왔는데 바오밥을 발견하게 되었어. 본능적으로 끌리게 된 할아버지는 바오밥을 데리고 가서 키우기로 마음먹었어.
3장:
할아버지가 사는 나라에 도착한 바오밥은 온실에 들어가려다 가지가 부러졌어. 온실이 바오밥에 비해 너무 작았거든. 부러진 가지를 보며 아파하던 바오밥은 바람이가 스쳐 지나가는 걸 봤어.
바오밥: 바람아! 나 바오밥
차가운 바람: 니가 그 바오밥이구나?
바오밥: 응, 너도 들었구나? 혹시 따뜻한 바람이랑 너도 친구니?
차가운 바람은 대답도 없이 가버렸어.
4장:
며칠 후, 가지가 부러진 바오밥은 하늘구멍이 뚫린 온실로 옮겨 들어왔어. 이곳의 해와 달과 별, 그리고 바람이는 너무 차가웠어. 아프리카와 모양은 같았지만 어딘가 한기가 서려있었어. 열흘이 지나자 바오밥의 이파리는 떨어지기 시작했어.
바오밥: 추웠구나? 그래도 곧 나아질 거야. 나에겐 든든한 뿌리가 있고 할아버지도 온실을 세워주고 있잖아.
5장:
할아버지는 아침부터 일어나 온실을 짓고 힘들어도 밤이 되면 이웃동네로 가서 바오밥을 자랑하기 바빴어. 바오밥을 본 이웃들도 칭찬하면서 온실지으라고 유리를 선물해 주었어.
6장:
그러던 어느 날, 온실이 반쯤 지어질 때 역대급 한파가 들이 닦쳤지. 할아버지는 마음이 급해졌어. 그러나 남은 유리는 얼마 남지 않았고 이웃들도 더 이상 유리를 선물해 주지 않았어. 창고에 있던 마지막 유리까지 다 썼지만 온실의 하늘 구멍은 너무 많이 뚫려있었어.
7장:
할아버지는 한파를 뚫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유리를 빌려달라고 했지. 어떤 이웃은 한 장 주고 어떤 이웃은 할아버지를 원망하기 시작했어.
이웃: 저 커다란 바오밥을 왜 데리고 온 거요?? 땔감으로 쓸만한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우리 유리를 계속 빌려 쓸 거요?
할아버지는 소중한 유리를 품에 안고 추운 밤거리를 걸었어. 오는 길이 어두워 돌에 걸려 넘어져서 유리들도 조각나고 할아버지도 다쳤어. 온실로 돌아와 바오밥 나무아래 누워 지쳐 잠들었어. 바오밥은 할아버지의 상처를 도듬어 줄 손이 없어 눈물을 흘렸어.
8장:
야속하게도 한파는 끝나지 않았어.
매일 같이 할아버지는 유리를 빌리러 다니고 밤에 들어와 지쳐 잠들었지. 바오밥은 할 수 있는 게 지친 할아버지를 위해 이파리를 떨구어 이불을 만드는 일뿐이었어. 간밤에 휙휙 날려가는 덧없는 이파리 이불을 지치도 않고 계속하여 만들어 주었지.
9장:
열흘 후, 한파는 멈추지 않았지만 온실은 거의 만들어갔어. 이제 10장만 더 빌리면 될 것 같아 할아버지는 또 밖으로 나갔어. 바오밥은 온실 작은 하늘 구멍 위에 앉은 새를 바라보았어. 새는 구멍으로 들어와 바오밥 뿌리에 앉아 벌레를 먹기 시작했어.
새: 얘, 너 뿌리 퍼렇게 섞어가고 있는 거 알고 있었니?
바오밥: 응. 어렴풋이
새는 퍼덕이며 다시 날아갔어.
10장:
이웃의 냉담한 표정과 끝이 없는 한파에 할아버지는 점점 왜소해져 가고 예민해졌어. 그래도 매일같이 유리를 들고 와 마침내 온실의 하늘구멍을 막았어. 그리고 뿌듯하게 바오밥을 향해 소리쳤지.
할아버지: 이 보라고! 난 할 수 있다고.
할아버지는 바오밥을 부둥켜안고 콩콩 뛰었어. 근데 발이 푹 꺼져 들어갔어. 그건 바오밥의 썩은 뿌리였어.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뿌리가 썩어가고 있는 바오밥을 보며 할아버지는 쭈그려 앉아 한참을 울었어.
결말:
할아버지는 바오밥을 아프리카로 다시 보냈어. 그리고 떠나가는 바오밥을 보며 말했지.
할아버지: 다음에 서로 적당한 시기, 연이 있다면 만나자.
아프리카로 돌아온 바오밥은 해와 달과 별과 따뜻한 바람을 만나며 천천히 다시 이파리를 싹 틔우며 성장해 나갔어.
따뜻한 바람: 거봐, 다 똑같다고 했지? 왜 가서 그런 고생했어.
바오밥: 후회하진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