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화 Jan 28. 2023

브런치 카페와 옥시토신

  하얀 슈가파우더가 흩날리고 엔도르핀이 흐르는, 꾸덕한 치즈가 담기고 도파민이 묻어나는, 부드러운 카페인이 넘어가고 옥시토신이 떨리는, 이곳은 전철역 옆 어느 브런치 카페다.


  왁자지껄한 인간들의 소리는 그 남자의 신경안정제다. 통통한 손가락은 동굴 목소리를 꾹꾹 눌러 담는다. 그림자는 유리창에 반사되고 타닥타닥 나무장작소리와 타자소리는 그 여자의 눈에만 들린다.


타닥타닥-타다닥

 

  벨벳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치마단은 살짝 말아올라가 그 남자의 손길을 부른다. 실밥이 팔소매를 타고 커피를 적신다. 쌉싸름한 맛이 테이블 가장자리에 흔적을 남기고 달달 떨리는 발꿈치가 구두굽을 타고 10미터 끝자리에 있는 테이블다리에 정전기를 일으킨다.


달달달달-달달달


  삐- 정전이다. 수십 개의 눈알이 0.1초 사이에 천장에 눌어붙고 4개의 눈알만이 이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유리창을 바라본다. 겹친 실루엣이다. 왜소한 어깨를 타고 흘러내린 몸선은 그 남자의 가슴에 훅- 스며든다. 10미터의 공간을 넘어 그들은 유리창에 순간 박제되어 버렸다.


  삐- 등불이 켜졌다. 소란스러운 소음들이 카페의 곳곳에 채워진다. 박제된 그림자는 옅어지고 아지랑이만이 장작불 앞에 아른거린다. 그들은 0.1초 사이에 유리창에 복제되고 옥시토신을 공유했고 장작불에 태워버렸다. 아무도 모르게, 그 둘도 모르게.

 

매거진의 이전글 익숙한 영감, 작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