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슈가파우더가 흩날리고 엔도르핀이 흐르는, 꾸덕한 치즈가 담기고 도파민이 묻어나는, 부드러운 카페인이 넘어가고 옥시토신이 떨리는, 이곳은 전철역 옆 어느 브런치 카페다.
왁자지껄한 인간들의 소리는 그 남자의 신경안정제다. 통통한 손가락은 동굴 목소리를 꾹꾹 눌러 담는다. 그림자는 유리창에 반사되고 타닥타닥 나무장작소리와 타자소리는 그 여자의 눈에만 들린다.
타닥타닥-타다닥
벨벳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치마단은 살짝 말아올라가 그 남자의 손길을 부른다. 실밥이 팔소매를 타고 커피를 적신다. 쌉싸름한 맛이 테이블 가장자리에 흔적을 남기고 달달 떨리는 발꿈치가 구두굽을 타고 10미터 끝자리에 있는 테이블다리에 정전기를 일으킨다.
달달달달-달달달
삐- 정전이다. 수십 개의 눈알이 0.1초 사이에 천장에 눌어붙고 4개의 눈알만이 이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유리창을 바라본다. 겹친 실루엣이다. 왜소한 어깨를 타고 흘러내린 몸선은 그 남자의 가슴에 훅- 스며든다. 10미터의 공간을 넘어 그들은 유리창에 순간 박제되어 버렸다.
삐- 등불이 켜졌다. 소란스러운 소음들이 카페의 곳곳에 채워진다. 박제된 그림자는 옅어지고 아지랑이만이 장작불 앞에 아른거린다. 그들은 0.1초 사이에 유리창에 복제되고 옥시토신을 공유했고 장작불에 태워버렸다. 아무도 모르게, 그 둘도 모르게.